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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여행작가 2015년 3·4월호, People: 현대아카데미 하우스, 장덕환 박사]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정치학자 - 글·사진 최윤정

신아미디어 2015. 6. 2. 16:03

"이곳의 정원은 소문날 정도로 아름답다. 사실 이곳을 찾은 이유도 그곳에서 여행 이야기와 함께 그동안 수집한 조각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주신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자 내 마음은 바뀌었다. 《한국의 4월 혁명》과 《한국의 독도》가 주는 감동은 참으로 오래 갔다. 그리고 이분의 저서에 대한 언급을 빼놓아선 안 된다는 사명감마저 들었다. 물론 순수한 의도를 이해한 편집 담당자도 기꺼이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취재 의도를 바꾼 일만큼은 조금도 후회가 없다.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다. 두 권의 책이 부디 우리 국민들의 국가의식에 많은 변화와 반향을 일으킬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정치학자   /  글·사진 최윤정(본지 대외협력부장)
  - 현대아카데미 하우스, 장덕환 박사 -

 

   경기도 장흥에 있는 ‘현대 아카데미 하우스’ 앞에 도착하니 우리를 환영이라도 하듯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험난한 세상에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주위의 말을 들어보니 그 댁의 육중한 철문은 늘 밖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지인이 찾아오고 있으며 토론의 장이 열리는가 하면 예외 없이 명강의를 찾아 제자들이 모인다고 한다. 이곳의 주인이 어떤 분일지 매우 궁금해진다. 그러나 벌써 마음속엔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인정을 겸비한 멋진 어른 한 분이 그려지고 있다.
   안으로 드니 감탄사가 나올 만큼 풍경이 아름답다. 숲을 이룬 나무들 속에 작은 오솔길이 숨어 있고 적절히 배치된 조각 작품과 작은 연못, 그 물 위로 쏟아지는 분수의 줄기가 음악처럼 넓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시詩처럼 개체 하나하나에 다른 표현을 부여해 주고 싶을 정도이다. 서정抒情이란 원래 그리스의 악기 리라(Lyara)에 맞춰 부르던 노래(詩)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것은 후에 자연이나 사랑의 감정을 지닌 운율로 표현되는 하나의 형식으로 분류되었다는데…. 이곳이 음악적이며 절로 시정이 솟는 곳임을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몇 절의 시詩를 새긴 비碑를 발견한다. 약사이며 시인이시기도 한, 안주인 ‘유진순 사모님’의 작품이라는 전언을 듣자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대 아카데미하우스’ 장덕환 원장님은 발코니가 달린 이 층 서재에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책이 산더미처럼 쌓인 방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원래의 서재엔 온통 책이 점령해 버려 제2의 서재로 분가했단다. 자신도 중독이라 할 만큼 독서에 묻혀 사는 분이다. 한 달에도 여러 번, 대형서점에 나가 책을 고른다. 그 일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는 표정이다. 이력을 보면 얼마나 생을 열정적으로 사셨는지 한눈에 보인다. 인천대 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성균관대 및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평화통일정책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정치 발전과 연구를 위해 평생을 바다. 또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사회적 역할을 해내었고 수많은 저서를 펴냈다. 근래에도 두 권의 책을 상재했다, 제목은 《한국의 독도》(해맞이미디어 刊)와 《한국의 4월 혁명》(해맞이미디어 刊)이다.
   《한국의 4월 혁명》은 4·19혁명 54주년을 재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한민족의 근대사는 동학난을 시작으로 3.1 독립운동, 4월 민주운동으로 혁명 정신의 맥을 이어오고 있어요. 그러나 4월 혁명은 끝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과 더불어 끊임없이 이어져가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책은 4월 혁명의 원인과 배경을 시작으로 민중의 저항과 시위 현황을 세세하게 정리했고, 4월 혁명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를 정연한 논리로 정의해 놓았다. 해방정국의 혼돈, 3·15 부정선거의 음모와 실상,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들은 읽는 사람들에게 갈등 없이 책의 뒷장을 넘기도록 유혹한다. 특히 2부에서 다룬 ’부정선거의 기수 이강학과 비밀경찰‘, 자유당의 행동대였던 정치 폭력단의 실상은 분노를 금치 못하게 만들어 책상을 치기에 이른다. 한편 그러한 횡포는 정부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피로써 민주를 이루고 가신 희생자들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해준다. 각 학교의 시위 현황과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분들의 증언은 마치 현장에 서 있는 듯, 피를 끓게 하며 결국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이면 조국에 대한 연민과 아픔으로 책장을 덮게 한다.
   장덕환 원장의 저서 《한국의 독도》 역시 이분의 끊임없는 애국심의 발로일 것이다. “그 누구도 탐내지 마라”라는 표사가 유난히 마음을 때린다. 책 속에는 ‘수난의 독도의 과거’와 ‘진실을 품은 독도의 현재’, ‘한반도의 동쪽 끝에서 한민족의 아침을 여는 독도의 미래’를 비장하게 담았다. 과연 독도는 어떤 섬인가? 필자는 독도의 생성과정을 시작으로 옛 문헌 속의 독도를 연도순으로 찾아 기록했다. 도대체 이 방대한 자료들을 어떻게 다 찾아내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독도를 바로 알아야 하며 또 지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도와 연관되는 것이라면 사소한 것까지도 소중하게 다루어 실었다. 특히 호기심으로 가득해 읽은 부분은 섬에 담긴 설화들이다. ‘가산도의 비밀’, ‘우해왕과 풍미녀’, ‘촛대바위가 된 효녀’, ‘러시아 군함에 붙은 지네’, ‘산신령의 자장가’ 등등은 독도가 의인화되어 내 곁으로 온 기분이다.
   끝으로 장덕환 원장님은 당시 외무부 장관이었던 ’변영태‘의 성명서를 대신해 독도를 대변했다. “일본의 한국 침략에 대한 최초의 희생물 독도는 해방과 함께 우리 품에 안겼다. 이제 이 섬에 손을 대는 자는 모든 한민족의 완강한 저항을 각오하라!” 이 강력한 경고는 아마도 장 원장님이 이 책을 독자들에게 선물한 동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장원으로 들어가 보자! 원장님은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손수 정원을 안내해 주셨다. 평생을 가까이해온 조각 작품들을 소개할 때의 그 해박한 해설이 오히려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작품, 한 작품, 운명이나 숙명처럼 당신 곁으로 온 인연들이다. 매일 어루만지며 하루라도 대화를 거르지 않았다. 문득 가까운 친구이기도 한 화가의 “나의 작품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혼신을 다해 제작한 작품일지라도 기꺼이, 거저로라도 헌정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예술가의 깊고 오묘한 뜻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로도 들린다. 자연 속의 조형물들은 오래됨을 증명하듯, 중후한 색채를 띠고 있다. 때론 엄숙하며 때론 고고한 자세인가 하면 너무도 인간적인 표현들의 조각품들, 대개는 장 원장님의 곁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을 안 작가들의 배려로 이곳에 왔다. 그때서야 원장님의 인상에서 풍기던 그 풍요로우며 평화로움이 무언지 알겠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는 순수한 심성도 자신감 넘치는 선명한 의지도 어디서 왔는지 이해된다. 이곳 정원의 작품들은 시각만으로 만족을 주는 소유의 개념 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누리는 대상이다.
   장 원장님의 여행은 우리네와는 많이 다르다. 역시 전직 교수답게 시선은 인문학적 접근이다. 많은 여행을 하였고 또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구촌을 지역적, 문화적 바탕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문화적 바탕의 서구의 경우, 건축 하나를 예로 들더라도 신학을 바탕으로 한 정치나 통치개념의 역사성을 간파한다. 동구의 경우 아주 흥미로운 해석을 하는데 지형적으로 종교와 정치, 군사가 절묘한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알려 주신다. 중국의 경우,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에도 잠자고 있다 5천 년의 역사가 한꺼번에 공개되었으므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남아메리카의 잉카나 마야 문명 역시 철저한 연구로 파악, 접근한 것으로 안다. 특히 인디아를 특별한 여행지로 꼽았는데 평생을 다닌다 해도 다 이해할 수 없는 그 다양한 종교와 끊임없이 미지로 흘러가는 영겁성의 매력에 빠지신 거 같다. 지구촌의 그 성실하고 아름다운 자연은 영원히 원장님의 화두일 것이다. 아무래도 자주 찾아뵙는 기회를 만들어 특유의 환상적 여행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만 같다.      
   이곳의 정원은 소문날 정도로 아름답다. 사실 이곳을 찾은 이유도 그곳에서 여행 이야기와 함께 그동안 수집한 조각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주신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자 내 마음은 바뀌었다. 《한국의 4월 혁명》과 《한국의 독도》가 주는 감동은 참으로 오래 갔다. 그리고 이분의 저서에 대한 언급을 빼놓아선 안 된다는 사명감마저 들었다. 물론 순수한 의도를 이해한 편집 담당자도 기꺼이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취재 의도를 바꾼 일만큼은 조금도 후회가 없다.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다. 두 권의 책이 부디 우리 국민들의 국가의식에 많은 변화와 반향을 일으킬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