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들어오는 분은 모든 일이 다 소생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창건주 혜구 두타스님의 원력을 품은 대가람! 내소사의 원력 ‘소생되게 한다’는 ‘힐링healing’ 즉 ‘치유’와 통한다. 이 가람을 찾은 사람마다 여러 면에서 소생함을 체험하겠지만, 이 전나무숲길에서 모든 것이 소생하고 있다. 울창한 전나무 터널을 거닐면서 나는 피톤치트의 맑은 향기가 내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며 속진에 지친 심신을 말 그대로 소생시켜주고 있음을. 내소사의 창건원력創建願力이 1,000년을 뛰어넘어 상큼하고 향긋하게 오늘날 힐링healing으로 새롭게 피어나고 있음을 본다."
내소사來蘇寺의 원력願力 - 강세중
나는 지난 가을 청명한 날 격포항에서 1박 하면서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었다. 격포항을 끼고 내려다보이는 확 트인 바다, 요리 틀고 저리 튼 해안선, 깎아지른 절벽 아래 깃든 해변, 숨은 듯 짧은 모래밭 등등 눈에 들어오는 모든 전경이 아름다움이고 감동이다.
‘국립공원 변산반도’를 설명할 때 해안선을 타고 전개되는 외변산, 내륙산악에 위치한 승경을 내변산으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호남의 북서쪽의 산줄기가 서해로 튕겨져 나온듯한 변산반도. 산악이 바로 해안과 맞닿으면서 연출한 해안경관의 낭만과 내륙 산악에 자리한 경관의 운치가 절로 감탄케 한다. 야경 또한 인상적이다.
한 번 찾고 싶었던 내소사를 찾아가는 숙소에서 20여 분 길은 변산반도의 해안 즉 외변산의 아기자기한 절경을 즐기는 관광코스다. 변산반도가 국립공원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관광자원을 안으로 품고 밖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내변산, 외변산의 관광자원 설명이 이해가 된다. 지금은 안에 품고 있는 내소사를 외변산의 절경을 즐기면서 찾아가고 있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 서기 633년, 혜구惠丘 두타頭陀 스님에 의해 창건되고, 임진왜란 시에 대부분 소실되었으며, 조선 인조 11년 서기 1633년에 중창된 1,300년이 넘은 고찰이다.
내소사에 접근하면서 주변 산세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가람을 옹위한 산이 능가산이며 4~500m의 높지 않지만 웅장한 봉우리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주변에서는 제일 높은 의상봉이 508m의 높이로 호남 5대 명산에 든다고 소개하고 있다. 등반해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눈으로 두루두루 각인한다. 능가산은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여러 산봉우리들의 커다란 암석 절벽의 기암괴석이 내소사의 병풍처럼 둘러쳐진 능선을 이루면서 멋진 배경을 연출해준다. 멀리서 내소사의 주산인 능가산의 형세를 감상하면서 숲이 울창한 가람 일주문에 들어섰다.
일주문을 지나자 엄숙하게 도로 양쪽에 도열하여 반기는 전나무들이 명품 소리를 들을 만큼 아름드리 크기에 건강미로 피톤치트의 향을 진하게 뿜어내고 있다. 200년이 넘은 수령의 나무를 비롯 평균 수령이 110년 정도이다. 천왕문까지 600여m에 1,000여 그루가 30여m의 키로 하늘을 가린 전나무 숲길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값진 숲체험장인 이곳 전나무숲길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숲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전나무숲길을 지나면 사천왕문이 나온다. 4대천왕이 사바세계에서 묻혀오는 온갖 죄악을 징치하려는 듯 눈을 부릅뜨고 나만 주시하는 것 같아 더욱 무섭게 보인다. 천왕문에 들어서니 눈에 띄는 나무가 한 그루 있다.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노거목이다. 1,000년 수령의 할머니 당산나무! 느티나무가 1,000년을 굳건하게 서 있음이 귀하고 장해 보인다. 부안군 보호수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 이 거목은 높이 20m, 나무둘레 7,5m. 토속신앙의 흔적인 당산나무로 숭앙을 받는 노거목에 지금도 굵은 새끼줄로 여러 겹이 둘러쳐져 있으며, 바람과 소망을 적어서 꽂아둔 색종이들이 많이 보인다. 부근의 700년 수령의 할아버지 당산나무와 쌍을 이루고 있다. 후인들이 이름을 붙였겠지만 할아버지 당산나무는 날씬하고 키가 훌쩍 크며, 이 할머니 당산나무는 통통하고 아담하다. 나는 내소사에서 수많은 역사 유물과 보물을 살필 수 있었으나 일주문에서 전개된 전나무숲길과 이 할머니당산나무에 관심이 끌린다. 1,000년 수령의 노거목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거목으로 떡 버티고 있는 그 웅자가 외경스럽게 다가온다. 이 땅의 지난 1,000년의 역사와 수많은 전설이 저 굵은 몸통 속에 사리사리 서리고 가지가지 매달려 있어 금방이라도 보따리를 풀어놓고 하나씩 일러줄 태세다. 나는 노거목 주변을 살피며, 속삭여주는 전설을 주워듣고자 맴돌았다. 내소사가 있어 노거목의 오늘이 있다고 생각되니 잘 관리하고 보호해온 선인들과 내소사에 감사함과 경의를 표한다. 이 할머니 당산나무는 앞으로도 새 천년의 세월을 굳건히 지키고 뛰어넘으면서 천년후의 후인들에게도 이 땅의 전설을 들려주길 소망해 본다.
내소사來蘇寺!
‘여기에 들어오는 분은 모든 일이 다 소생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창건주 혜구 두타스님의 원력을 품은 대가람! 내소사의 원력 ‘소생되게 한다’는 ‘힐링healing’ 즉 ‘치유’와 통한다. 이 가람을 찾은 사람마다 여러 면에서 소생함을 체험하겠지만, 이 전나무숲길에서 모든 것이 소생하고 있다. 울창한 전나무 터널을 거닐면서 나는 피톤치트의 맑은 향기가 내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며 속진에 지친 심신을 말 그대로 소생시켜주고 있음을. 내소사의 창건원력創建願力이 1,000년을 뛰어넘어 상큼하고 향긋하게 오늘날 힐링healing으로 새롭게 피어나고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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