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자님의 시를 『좋은수필』에서 소개합니다. 그윽한 묵향을 느껴보세요.
5년 전에 난을 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때 느꼈던 묵향이 시에서 피어나네요.
묵향에 취해
이슥한 밤
고적한 동굴에 다소곳이 마주앉은
고고한 기품 보았네
언제부턴가 벗기려 애를 써도
허울 좋은 미소로 진을 치는
가늠할 수 없는 속내도
살가운 듯 미더웠던 미소가
홀연히 몰고 온 서늘한 회오리에
가슴 얼얼했던 상흔도
깊은 계곡 바위틈에 선연한 향기
화선지에 피어오르던 날
겨우내
꽁꽁 언 섶 열어
이제야 다다를 곳 보았네
달팽이
등짐 어깨에 메고
긴촉수불밝혀
더듬더듬 길을 연다
맨몸에 골진 상처
옹이져 깊어도
애면글면 초록빛 일념 하나
아침 햇살에 다리 놓아
육 남매 품어주던
외길 아버지 뒷모습이
가파른 길 오르신다
이충자 ------------------------------------------------------
? 충남 홍성에서 출생.
? 2006년《조선문학》시 당선.
? 시집《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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