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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 2012년 봄호, 우리 고전수필 산책] 皮千得의〈因緣〉考 - 정진권

신아미디어 2012. 4. 14. 09:15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점차 고전수필이 좋아집니다. 옛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거듭하게 됩니다.

정진권선생님이 왜 옛것이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주시고 있네요.

글이 아닌 직접 설명하시는 것을 들었던 저로써는 더욱 가슴에.....  여러분들도 느껴보세요.

 

 

皮千得의〈因緣〉考

 

- 그 構成에 관하여
   * 筆者註; 2011년 11월 24일, 현대수필가 100인선의 완간을 축하는 자리
(로얄호텔)에서, 필자는 피천득 선생의〈인연〉의 구성에 관해서 한 3분 이야
기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이에 대한 필자의 옛글이 있기로 여기 실어 그때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충할까 한다. 여러분의 질정을 바란다. 이글은 졸저
《한국 수필문학의 이해》의 부록으로 실려 있다.

 

序 言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고 하얀
물새 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 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알록진
산새 알.
                              - 朴木月,〈 물새알산새알〉첫두연


   물새는 물새라서 물새 알을 낳는다. 산새는 산새라서 물새 알을
못 낳는다. 이것이 自然의 秩序다. 이 질서는 하느님이 부여하신 것
이다. 만일 하느님이 이런 질서를 부여하지 않으셨다면, 존재하는
것은 다만 混沌밖에 없을 것이다.
   하느님이 그의 의도에 따라 어떤 질서를 세우심으로써 混沌을 秩
序있는 自然이 되게 하시듯, 작가도 그의 의도에 따라 어떤 질서를
마련함으로써 그의 散在한 言語들을 작품이 되게 한다. 위에 보인
〈물새 알 산새 알〉을 다시 보자. 그러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각 詩行의 끝소리가 모두 有聲音(ㄴ, ㅔ, ㅏ, ㄴ, ㄹ)이다.
   둘째, 첫째 聯의 각 시행 끝에 사용된 韻(脚韻), 즉‘-은, -예, -아, -
안(-인), -알’이 둘째 연에서 똑같이 반복된다.

   이것은 朴木月이 자신의 의도에 따라 그의 散在한 言語들에 부여
한 하나의 질서(여기서는 음악적 효과를 고려한 소리의 질서)다. 만
일 아무 질서도 부여되지 않은 글이 있다면 그것은 言語의 무의미한
集結, 즉 自然이전의 混沌과 같은 그런 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
리는 한 편의 짤막한 抒情詩라 할지라도 그것은 詩人이 창조한 하나
의 질서의 세계임을 믿어야 한다.
   그러나 隨筆文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은 이 당연한 사실에
서 좀 먼 듯하다. 해서 나는 皮千得의〈因緣〉의 構成을 살핌으로써
이 당연한 사실의 당연한 사실임을 확인해 보려고 한다. 우선 그
전문 ─.
   ① 지난 4월 春川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聖心女子
大學에 가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
강한 일이 있다. 힘드는 출강을 한 학기 하게 된 것은 朱수녀님과 金
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② 수십 년 전 내가 열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東京에 간 일이 있
다. 어떤 분의 소개로 사회교육가 미우라(三浦) 선생 댁에 유숙을 하
게 되었다. 시바꾸 시로가네(芝區白金)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
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도 없었다. 눈이 예
쁘고 웃는 얼굴을 하는 아사꼬(朝子)는 처음부터 나를 오빠같이 따
랐다. 아침에 낳았다고 아사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하였다. 그
집 뜰에는 큰 나무들이 있었고 일년초 꽃도 많았다. 내가 간 이튿날
아침, 아사꼬는 스위트피를 따다가 화병에 담아 내가 쓰게 된 책상
위에 놓아 주었다. 스위트피는 아사꼬같이 어리고 귀여운 꽃이라고
생각하였다.
   聖心女學園소학교 1학년인 아사꼬는 어느 토요일 오후 나와 같이
저희 학교까지 산보를 갔었다. 유치원부터 학부까지 있는 가톨릭 교
육기관으로 유명한 이 여학원은 시내에 있으면서 큰 목장까지 가지
고 있었다. 아사꼬는 자기 신발장을 열고 교실에서 신는 하얀 운동
화를 내개 보여 주었다.
   내가 동경을 떠나던 날 아침, 아사꼬는 내 목을 안고 내 뺨에 입을
맞추고 제가 쓰던 작은 손수건과 제가 끼던 작은 반지를 이별의 선
물로 주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선생 부인은 웃으면서“한 10년 지나
면 좋은 상대가 될 거예요.”하였다. 나는 얼굴이 더워지는 것을 느
꼈다. 나는 아사꼬에게 안데르센의 동화책을 주었다.
   ③ 그 후 10년이 지나고 3, 4년이 더 지났다. 그동안 나는 국민학
교 1학년 같은 예쁜 여자아이를 보면 아사꼬 생각을 하였다. 내가 두
번째 동경에 갔던 것도 4월이었다. 동경역 가까운 데 여관을 정하고
즉시 미우라 선생 댁을 찾아갔다. 아사꼬는 어느덧 청순하고 세련되
어 보이는 令孃이 되어 있었다. 그 집 마당에 피어 있는 목련꽃과도
같이. 그때 그는 성심여학원 영문과 3학년이었다. 나는 좀 서먹서먹
했으나 아사꼬는 나와의 재회를 기뻐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 어머니
가 가끔 내 말을 해서 나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그날도 토요일이었다. 저녁 먹기 전에 같이 산보를 나갔다. 그리
고 계획하지 않은 발걸음은 성심여학원 쪽으로 옮겨져 갔다. 캠퍼스
를 두루 거닐다가 돌아올 무렵, 나는 아사꼬 신발장은 어디 있느냐
고 물어보았다. 그는 무슨 말인가 하고 나를 쳐다보다가, 교실에는
구두를 벗지 않고 그냥 들어간다고 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뛰어가서
그날 잊어버리고 교실에 두고 온 우산을 가지고 왔다. 지금도 나는
여자우산을 볼 때면 연두색이 고왔던 그 우산을 연상한다.《 쉘부르
의 우산》이라는 우산을 내가 그렇게 좋아한 것도 아사꼬의 우산 때
문인가 한다. 아사꼬와 나는 밤늦게까지 문학 이야기를 하다가 가벼
운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새로 출판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세
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것 같다.
   ④ 그 후 또 1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고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고 또 한국전쟁이 있었다. 나는 어쩌다 아사꼬
생각을 하곤 했다. 결혼은 하였을 것이요, 전쟁통에 어찌 되지나 않
았나, 남편이 전사하지나 않았나 하고 별별 생각을 다 하였다. 1954
년 처음 미국 가던 길에 나는 동경에 들러 미우라 선생 댁을 찾아갔
다. 뜻밖에 그 동네가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미우라
선생네는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었다. 선생 내외분은 흥분된 얼굴
로 나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한국이 독립이 돼서 무엇보다도 잘됐다
고 치하를 했다.
   아사꼬는 전쟁이 끝난 후 맥아더 사령부에서 번역 일을 하다가 거
기서 만난 일본인 2세와 결혼을 하고 따로 나가 산다는 것이었다.
아사꼬가 전쟁미망인이 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2세와
결혼을 하였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만나고 싶다고 그랬더니 어
머니가 아사꼬의 집으로 안내해 주었다. 뾰죽지붕에 뾰죽창문이 있
는 작은 집이었다. 20여 년 전 내가 아사꼬에게 준 동화책 겉장에
있는 집도 이런 집이었다.“ 아, 예쁜 집! 우리 이담에 이런 집에서
같이 살아요.”아사꼬의 어린 목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10년쯤 미리
전쟁이 나고 그만큼 일찍 한국이 독립되었더라면 아사꼬의 말대로
우리는 같은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뾰죽지붕에 뾰
죽창문이 있는 집이 아니라도.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
갔다.
   그 집에 들어서자 마주친 것은 백합같이 시들어가는 아사꼬의 얼
굴이었다.《 세월》이란 소설 이야기를 한 지 10년이 더 지났었다. 그
러나 그는 아직 싱싱하여야 할 젊은 나이다. 남편은 내가 상상한 것
과 같이 일본 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닌, 그리고 進駐軍장교
라는 것을 뽐내는 것 같은 사나이였다. 아사꼬와 나는 절을 몇 번씩
하고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
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
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오는 주말에는 춘천
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 琴兒文選》


本 論
   이 글의 構成을 살피기 위하여 어떤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글의 構成의 基本構造, 낱말의
配置, 아사꼬(朝子)에 대한 話者(隨筆的自我)의 印象의 變化, 回想
의 媒體, 두 人物의 空間的距離의 變化, 이런 것에 관한 논의는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1. 構成의 基本構造
   이 글은 그 내용의 전개에 따라 작게는 다섯 부분(①-②-③-④-
⑤)으로, 크게는 세 부분(①-②③④-⑤)으로 나누어지는데, 여기서
①은 이 글의 書頭(序論), ②③④는 本文(本論), ⑤는 結末(結論)이
다. 그리고 시간적 배경으로 볼 때 이 글은, ①은 현재, ②③④는 과
거, ⑤는 다시 현재, 그러니까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
재로 돌아오는 짜임(flash-back)이다. 이제 이 글의 구성을 간단히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서 두 ; 현재 ① - 회상의 주요매체(성심) 제시
본 문 ; 과거 ② - 첫 번째 만남
과거 ③ - 두 번째 만남
과거 ④ - 세 번째 만남
결 말 ; 현재 ⑤ - 결론적 감상의 제시


   시간적 질서(현재→과거→현재) 위에 놓여 있는 이 글은 우리가
본 바와 같이 3단구성으로 되어있다.〈 因緣〉은 지난날의 이야기다.
이런 시간적 질서, 이런 3단구성이야말로 지난날의 이야기를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


2. 낱말의 配置
   이 글의 낱말의 배치는 퍽 치밀하다. 그러나 그 전부를 검토하기
는 어려우므로 서두에 배치된 세낱말, 즉 ‘4월’, ‘ 聖心’, ‘ 사연’만
살펴보기로 한다.
   여기서 ‘4월’은 단순히 계절적 배경을 나타내기 위하여 배치된 낱
말이 아니다. 언뜻 보면 그저 그런 말이지만, 이것은 아사꼬와의 첫
번째 만남과 두 번째 만남에 연결되어 있다. 두 번 다 4월에 만났던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번째 만남까지는, 아사꼬는 마치 4월처럼 귀
엽고 청순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 번째의 만남에서는 이 낱말이
사라지고 없다. 그때 아사꼬는 시들어가는 백합이었으니까. ‘ 4월’
은 계절적 배경을 나타내는 외에 이처럼 아사꼬의 모습을 상징적으
로 나타내기 위하여 배치된 것이다.
   ‘聖心’이란 낱말도 단순히 春川의 聖心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끝
나는 말은 아니다. 이것은 아사꼬가 다니던 東京의 聖心에 멀리 연
결되어 있다. 즉, 아사꼬에 대한 회상의 매체가 되도록 배치되어 있
는 것이다.
   ‘사연’은 ①과 ②③④를 연결하는 외에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
도록 배치된 낱말이다. 독자는 이 사연이 궁금해서라도 ②③④를 읽
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이 글의 낱말의 배치는 퍽 치밀하다. 그러나 비
단 낱말만이 아니다. 한 예를 들면 ②의 끝 부분에 있는“나는 아사
꼬에게 안데르센의 동화책(뾰죽지붕에 뾰죽창문이 그려진)을 주었
다.”와 같은 문장이다. 이것은 단순히 작별의 선물을 주었다는 뜻만
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④에서“아, 예쁜 집! 우리 이담에 이
런 집에서 같이 살아요.”하는 아사꼬의 어린 목소리를 회상할 수 있
도록, 그리고 어떤 ‘부질없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수 있도록 치
밀하게 포석된 문장인 것이다.


3. 아사꼬에 대한 印象의 變化
   아사꼬에 대한 화자의 인상은, 처음 만났을 때, 두 번째 만났을
때, 세 번째 만났을 때, 각각 한 번씩 꽃으로의 비유로 나타난다. 즉,
② 스위트피, ③ 목련, ④ 백합이 그것이다. 스위트피는 물론 아사꼬
의 어리고 귀여움, 목련은 청순하고 세련됨, 백합은 시듦으로써 퇴
락함, 즉 아사꼬에 대한 화자의 인상은 이렇게 변한다.
   여기서 ‘스위트피→목련’의 변화가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운 성장
(또는 성숙)을 의미한다면,‘목련→백합’으로의 변화는 그러한 성장
다음에 기대되는, 가령 여성으로서의 행복이나 안정 같은 데 대한
좌절을 의미한다. 결국 ‘스위트피→목련→백합’ 으로의 이 변화는
아사꼬의 일생을 요약해 보인 것이 된다. ⑤의 “세 번째는 아니 만났
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이 글의 결론적 감상은 바로 이런 바탕이
있음으로써 아주 자연스럽게(또는 필연적으로) 느껴진다.


4. 回想의 媒體
   아사꼬에 대한 회상의 매체는 많이 있지만, 비교적 그 구실이 강
한 매체를 글의 각 부분별로 하나씩 살펴보면, ① 聖心, ② 운동화
(신장) ③ 우산 ④ 뾰죽지붕에 뾰죽창문이 있는 작은 집 등을 찾아볼
수 있다.
   ① ‘聖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사꼬를 회상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화자가 출강했던 대학의 이름
이 聖心이 아니었다면 그는 그 힘이 드는 출강을 사양했을는지도 모
른다. ② ‘운동화(신장)’나 ③ ‘우산’도 물론 회상의 매체로서의 구
실이 퍽 강하다. 그것은 ③의 “나는 아사꼬의 신장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 지금도 나는 여자우산을 볼 때면 연두색이 고왔던
그 우산을 연상한다.”같은 말에서 알 수 있다. ④ ‘뾰죽지붕에 뾰죽
창문이 있는 작은 집’은 좀 더 구체적인 회상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것은 위에서 말한 바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이 매체들이 불러일으키는 회
상의 내용들이 대단히 童話的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아사꼬에 대
한 나(화자, 1인칭주인공)의 사랑이 순수한 童心위에 놓여 있음을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것이다.


5. 두 人物의 空間的距離의 變化
   아사꼬와 나는 세 번 만나고 세 번 헤어진다. 세 번 헤어지면서
세 번 다 헤어지는 인사를 나눈다. 이를 간단히 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 아사꼬가 내 목을 껴안고 내 볼에 입을 맞춘다.
   두 번째 ; 둘이 가벼운 악수를 나눈다.
   세 번째 ; 악수도 없이 절만 한다.


   ‘입맞춤→악수→절’, 이 변화는 두 인물의 공간적 거리가 차차 멀
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은 그들 둘이 결합될 수 없는 운명임
을 상징한다. 이 역시 ‘목련→백합’의 변화와 함께 ⑤의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결론적 감상을 도출해내는 데
기여한다.


結 言
   이 글〈因緣〉은 우리가 이미 본 바와 같이 ‘현재→과거→다시 현
재’의 짜임으로 3단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皮千得이 부여한 질
서다. 이 글의 낱말(문장도 포함하여)들이 그 말뜻을 나타내는 외에
다른 구실을 하는 것, 아사꼬의 인상이 ‘스위트피→목련→백합’으
로 변화하는 것, 두 사람의 공간적 거리가 ‘입맞춤→악수→절’로 멀
어지는 것 등등도 다 피천득이 부여한 질서, 즉 그가 치밀하게 구성
한 결과인 것이다.
   피천득은 일찍이 그의〈隨筆〉이라는 글에서 “누에의 입에서 나오
는 液이 고치를 만들 듯이 수필은 써지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
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因緣〉이라는 글의 구성을 분석해
봄으로써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수필은 수필가가 창조한 하나의
질서의 세계라는 것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


* 이 글은 筆者의《韓國隨筆文學硏究》所載〈隨筆文學의 構成考察〉의 前盤部
〈( 因緣논한 것)를 떼어改稿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