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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예연구 2013년 겨울호, 시] 길 위에서 외1편 - 김경선

신아미디어 2014. 11. 10. 17:02

계간 『문예연구』에서 김경선님의 신작시 2편을 소개합니다.

 

 

 

 

 

 

길 위에서 외1편        /  김경선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로 가나 길은 있다는 生의 명리를 알기까지

 

예속과 붙박이의 플러그는 어느 날 들뢰즈의 유목遊牧 환상에서 여지없이 깨어지는 것이다.

 

길은 끝이 없어 졸고 있는 노을에서 해가 물가로 넘어가는 풍경을 볼 때까지…
시간은 길을 잃고 서성였던 하루의 긴 그림자를 따라 걷고 
그리고는 다시 출구의 길로

 

들에서 물가에서 혹은 산길에서
달빛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별을 불러 무릎에 앉히는 일과
풍경을 건드린 바람 소리를 듣는 일이
길은 그곳에도 유순함으로 깃털보다 가벼워져
꽃잎보다 환한 눈물이 몸을 열고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사람이
그리워질 때

 

태양과 새들은 왜 여전히 빛나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지를…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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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은 먹었어?”… “혼자 왔어요?”… “무슨 고민이 있어요?”… 묻는다 덕지덕지 죽음의 이끼 낀 어께너머에서 다독인다 발걸음을 인지하는 등이 켜지고 마포대교 자살 다리에서, 굳고 썰렁한 콘크리트 덩어리는 힐링 명소가 된다 죽으려던 마음이 ‘생명의 다리 고맙습니다.’ 글을 올렸다 ‘마포대교에 한번 가보라.’는 글은 링크되었다 生의 마지막 눈물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걸어주는 곳, 무정한 세월이 가고 혹한의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얼음새꽃의 의미를… 삶은 참고 이겨내는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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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상자(baby box)를 가지고 있는 작은 교회가 보인다 길 건너 몇 걸음 가면 버려진 아기들을 받아들이는 창구, 아기 상자에는 오늘도 비상등이 켜지고 슬픈 밤을 보낸 엄마는 아기의 이름과 함께 아기를 두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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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 ‘마르코나’ 이 아이의 이름을 묻지 마세요 곧 고통에서 떠날 아이이니까요 플로리다 192번가 도로변에는 굶는 아이들이 나와 있다 어떨 땐 초췌한 엄마와 함께 아침을 거른 채… 월세 모텔에서는 아이들이 산다 항상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 하얀 스파게티 몇 술을 뜬다 도리가 없다… 미국 고소득자 1%… 소득율 93%…?
   5명 중 1명은 아침을 굶는다

 

 

 

김경선  -----------------------------------------------
   『문예연구』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문예연구문학회 광주지부장, 광주문인협회 시분과회장, 광주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