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향한 회귀본능 담담히 그려낸 책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어린이 연극계를 개척한 재미 원로 아동극 작가인 주평 선생의 다섯 번째 수필집이다.
이 수필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꼽자면 ‘회귀’이다. 작가는 ‘남들은 지나온 일들에 대해 뒷걸음질치지 말라고들 하지만 나는 연어처럼 추억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회귀의 쪽배를 띄우게 된 것이 부끄럽진 않다.’며 수필집에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의 메모라고 고백한다.
작가는 1976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오랜 세월 동안 타향살이를 이어오고 있는데 그런 삶 속에서 맞닥뜨린 갈등과 조국에 대한 향수, 고향을 향한 귀소본능이 표출되어 탄생한 수필집이다.
작가는 수필 <추억의 강에 띄우는 쪽배>를 통해 자신이 걸어온 아동극 인생의 시작을 짚어 거슬러 올라오며 그 길이 운명이었음을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갔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와 함께 선 아동극 무대에서 느낀 감동을 잊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과 아버지의 ‘화살 맞은 늙은 사슴의 앓는 소리 같은 말투’로 내뱉던 호통마저 이겨내며 아동극 길을 걸어온 것이 어느덧 60년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반대한 아버지의 마음이 결코 진심이 아니었을 거라며, 연극행위를 그렇게도 말렸던 아버지가 작가의 첫 작품을 손수 제본했던 따뜻한 손을 기억한다.
그 옛날 장목초등학교에서의 학예회 때에 아버지와 내가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몸속에 짙게 잠재되어 있던 예능적인 끼가, 자식인 내 몸속으로 옮겨져 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날의 학예회에서, 과연 나의 진로에 대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던 것일까 하는 자문과 함께, 저세상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지금의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하는 궁금증도 담아본다.
- <추억의 강에 띄우는 쪽배> 중에서
작가는 한평생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극 등을 발표했던 삶을 기념하며 자신을 능가하는 작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2005년 ‘주평 동극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아동극이 점점 사양문학이 되어가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낳은 상이지만 그동안 주평 동극상을 통해 많은 작가들이 빛을 보기도 해 아동문학의 희망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작가는 이 수필집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뭇 수필 전문작가가 아니면서도 수필집을 낸다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부분도 있지만 어느덧 400여 편의 수필을 써내려가게 된 것은 나의 운명이자 끊을 수 없는 필연이지 않은가.’
주평 -------------------------------------------
1929년 4월 5일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성장, 연세대 의예과를 거쳐 부산대 영문과 졸업, 통영여중교사,《교육주보》·《소년한국일보》 취재부장 역임, 1953년 전국학생극 각본현상모집에 〈토끼전〉 입선, 1959년 국립극장과 《서울신문》 공동 장편희곡 현상모집에〈한풍지대〉 입선, 1959년《현대문학》에 유치진선생 추천으로 희곡 추천완료, 1962년 한국 최초의 아동극단 '새들' 및 한국아동극협회 창립, 1967~1995년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석수장이>(4-1). <숲 속의 대장간>(4-2). <섬마을의 전설>(6-1). <크리스마스송가>(6-2)수록, 1972년 한국학생극협회(중·고등부) 조직, 1976년 미국 이민.
1989년 눈솔 아동문학상 수상, 1990년 미국 북가주에서 한인 최초의 극단 ‘금문교’ 창단, 1993년 미국 이민사상 최초로 아동극단 ‘민들레’ 창단, 1998년~1999년《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에 자서전 연재, 1999년 노인극장(60세 이상 출연자) 창단, 2003년~2005년 한국의《소년문학》에 세계명작동화 동극 연재, 2004년 주평아동극전집(전10권) 발간, 2005년 주평동극상 제정 (문인협회 주관 ·교학사 협찬), 2007년 주평 제4수필집《백고동》 출간, 2007년~현재까지 26년간《한국일보》샌프란시스코에 수필 집필 중, 2007년 주평자서전 《아동극과 더불어 반세기》 출간, 2014년 제5수필집《추억의 강에 띄우는 쪽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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