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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 2012년 여름호, 다시 읽는 좋은수필] 호심정에 내리는 봄눈 - 장대

신아미디어 2012. 6. 28. 18:02

가슴을 적시는 눈을 느껴보세요.

 

 

 

 호심정에 내리는 봄눈 

 

   숭정崇禎5년(1632) 12월, 나는 서호에서 살았다.
   사흘째 폭설이 내리자 호수엔 사람도 새도 그림자조차 얼씬하지
않다가 이날에야 눈이 멎었다. 나는 작은 배를 끌고 털옷과 화로를
싣고 혼자서 호심정湖心停으로 건너갔다. 눈을 보고파서였다.
   안개가 나무 끝에 응결되어 하얗게 몽몽했다. 하늘과 눈 그리고
물, 위아래로 흰빛 일색이다. 호수의 수면으로는 방죽의 긴 그림자,
그리고 한 점點의 호심정. 그리고 겨자씨 한 알만큼의 나, 배엔 두 갠
가 세 개의 작은 알갱이粒가 보일 뿐이다.
   정각에는 두 사람이 담요를 깔고 마주앉아 있었다. 동자가 술을
데우느라 풍로가 끓었다. 나를 보자 깜짝 놀라며 반겼다.
   “아니 또 어떤 분이 호수 위에 있는 겁니까?”
   그이는 나를 당겨 술을 권했다. 석 잔이나 둘러쓰고 손을 흔들었
다. 그이는 금릉金陵사람으로 잠시 와서 나그네가 되었다고 했다.
배를 내릴 때 사공이 중얼거렸다.
   “손님이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손님보다 더 돈 사람이 있구려.”

 

 


장대(張岱,1597~1689)  ----------------------------------

명 말의 대표적인 소품가. 저장성浙江省샤오싱[紹興] 사람으로,

호는 도암陶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