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비평』 2019년 7월호[제213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는 농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수필과비평≫은 작품수준, 신인다운 치열한 작가정신, 앞으로 창작활동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신인상 당선작을 결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 유인실, 강돈묵, 백남오, 유병근
| 강성관 <늙은 난>
| 이미행 <파스타를 먹는 개>
| 이장수 <인연>
| 장혜경 <가방>
신인상 심사평
강성관 <늙은 난>
이 글은 ‘늙은 난’을 화소로 하여 존재와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그동안 우리의 수필에서 일상에서 만나는 대상과 사물은 화자의 기억을 소환해 내는 정서 표출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 이 글은 20여 년 동안 꽃 가게의 운명과 함께했던 난의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의 삶, 나아가 인간의 삶을 통찰하게 한다. 처음 가게를 개업할 때 선물로 들어왔던 난은 “사대부집 아기씨처럼 고고하고 품격이 있”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봄이 와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꽃대를 밀어 올릴 힘조차 없으며 종족 보존 본능도 없다.’ 화자는 그러한 ‘늙은 난’을 한 많은 할머니의 삶과 등치시키고 나와 동일시함으로써 한평생 쓸모를 다하고 보잘것없어진 인간 존재의 모습으로 확장한다. 대상이나 사물의 고유한 존재 가치를 개인의 정서 표출의 통로를 넘어 보편적 인간 존재 의미로 확대하는 것은 미래 수필문학의 향방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인간 존재의 가치를 생산하고 증언하는 것은 비인간화 되어가는 권력에 저항하는 잠재력이 될 것이다. 등단을 축하한다.
이미행 <파스타를 먹는 개>
이미행의 <파스타를 먹는 개>를 추천한다. 기르던 생명을 옆에 더 이상 둘 수 없게 되자 마음이 불편해진 작가는 여행을 선택한다. 여행의 일정으로 자신의 일상을 잊고 지내다가 베네치아의 수상버스 안에서 만난 가이드로 인해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유학생에게는 온갖 어려움이 다 있다. 그 어려움은 생명의 기본인 ‘먹는 것’으로 표출된다. 매일 허름한 식사인 파스타 먹는 일이 고역이다. 이 통과의례의 고역은 ‘파스타를 먹는 개’로 하여 끝이 난다. 개마저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는데 인간이 못할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결국 그의 고통은 <오, 솔레미오>로 피어난다. 가이드의 이야기로 작가가 짐을 꾸려 귀국길에 오른다는 결말은 충분히 독자에게 공감을 준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뜻해서 좋다. 삶의 편린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메시지로 재탄생하는 구성이 작가의 능력을 읽게 한다. 앞으로 좋은 글을 독자 앞에 내놓으리라 믿으며 정진을 바란다. .
이장수 <인연>
인문학의 중심인 문학작품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관계가 서사적 구조와 서정의 옷을 입고 태어나게 된다.
이장수의 <인연>은 사람의 정이 넘치는 작품이다. 화자는 기업의 CEO로서 계약기간이 종료된 여직원을 가정환경과 성실성 때문에 계약연장을 결심하고, 간부회의를 통하여 성사시킨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감사인사를 하러 온 실직한 그녀의 남편까지 전공에 맞는 회사에 취업을 주선하여 인연을 이어간다는 서사구조다.
기업의 지도자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모든 사원을 공평하게 이끌어야 한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화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눈물이 있고 인간의 정이 통할 수 있다는 점을 형상화해 내고 있다. 서사와 서정이 자연스럽게 결합하여 사유로 이어지고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성공적이다. 평생 기업의 현장에서 일한 이장수 작가에게 한국의 기업을 소재로 하는 수필을 기대해 보는 이유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장혜경 <가방>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고자 하면 “비 오는 날 보면 된단다. 우산을 내가 쓰는지 가방이 쓰는지로 그것을 알 수 있다는 우스개소리는. 비 맞은 가방을 수건으로 쓱쓱 닦아내는 나로서는 낯선 이야기다.” 가방은 흔히 여성들의 품위를 말하는 소지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가방은 여성 품위 유지용이겠다. 그런 가방을 비에 젖은 상태로 수건으로 쓱쓱 문질러 닦는 화자의 경우 어떤 가방을 애용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어떤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가에 따라 일반적인 안목의 격이 달라지는 것처럼 가방 또한 품격을 말해주는 일종의 소중한 소지품이다. 작자는 그런 점을 적절하게 잘 진술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 흔한 소재를 담담한 필체로 진술해 나가는 차근차근한 소재 해석에 앞으로의 기대를 건다. 당선을 축하하며, 수필가로서의 품위는 짝퉁가방이 아닌 문학다운 수필작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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