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수필과 비평/수필과비평 신인상 수상자

월간 『수필과 비평』 2019년 6월호[제212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신아미디어 2019. 6. 14. 17:52

『수필과 비평』 2019년 6월호[제212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는 농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수필과비평≫은 작품수준, 신인다운 치열한 작가정신, 앞으로 창작활동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신인상 당선작을 결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  허상문, 유한근, 유인실



     | 고미자 <민들레의 노래> 

     | 김종혁 <친구의 핸드폰 번호를 지우면서> 

     | 진영숙 <어머니의 의자> 






신인상 심사평


고미자 <민들레의 노래>
   작가는 기억 속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삶의 아픔과 상처를 확인하게 된다. 흔히 수필을 ‘존재의 문학’이라고 하거니와, 수필은 글쓴이의 기억 속 상처를 통하여 작가의 삶과 정체성을 바라볼 수 있는 유력한 문학적 도구이다.
   고미자의 수필 <민들레의 노래>는 고통스러운 삶의 상황 속에서도 존재에 대한 자각을 통해 언젠가는 새로운 삶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이 수필은 지난 상처와의 대면을 통하여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자 하고, 분열된 주체와 타자를 화해시키고자 한다. 문학작품에서 작가 자신의 진정한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 상처를 찾아 열린 주체로 나아가는 것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민들레의 노래>는 상실되고 분열된 주체 찾기의 노력이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용되고 있는 ‘민들레’와 ‘나비’ 같은 상징물의 도입, 주제 구현을 위한 메시지 전달의 능력은 작가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케 한다. 앞으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하여 훌륭한 수필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혁 <친구의 핸드폰 번호를 지우면서>
   <친구의 핸드폰 번호를 지우면서>는 김종혁 작가가 보내온 3편의 수필 중 1편이다. 3편의 수필은 고른 수준이었다. 그중 이 수필을 선한 것은 이 수필이 지니고 있는 특별함 때문이다. 그 특별함이란 수필의 어원적 본뜻인 실험성 때문이다. 이른바 서간체 수필로 형식과 어조와 분위기를 살려 그 전범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의 핸드폰 번호를 지우면서>는 친구의 죽음과 핸드폰에 저장된 친구의 전화번호를 글감으로 하여, 친구와의 우정과 죽음으로 인한 소멸의 의미를 환기시켜 준다. 또한 이 수필의 첫 문장인 “친구야, 해가 바뀐 지가 엊그제 같은데 곧 이월일세.”에서처럼 유명을 달리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스타일로 구어체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감이 가게 하는 수필이다. 유명을 달리했지만 친구들 간의 “수많은 추억들을 기억창고”인 단톡방에 아직도 남아있는 그 친구의 메시지와 이름, 그것들만으로도 잔잔하게 밀려오는 정서적 감동을 전언해 주고 있어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결말 부분에 첨가된 ‘추신’의 내용에서 절절한 슬픔의 절제미학을 보여줘 주목되었다. 정진을 빈다.



진영숙 <어머니의 의자>
   <어머니의 의자>는 명료한 언어 운영과 절제된 감정이 조화를 이루어 전체적으로 균제미를 갖춘 글이라 할 수 있다. 삶의 기억을 문학으로 등재하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지만 이 글은 개인의 삶의 기록에 존재적 삶의 무게를 얹혀 줌으로써 미적 경험으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일상을 놓을 수 없었던 현실과 그래서 끝내 회한과 그리움으로 남겨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모티프이지만, 이 글은 그 슬픔을 응시하는 우아한 진술의 힘이 매력적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언어로 다 포섭되지 않은 광활한 세계이다. 화자는 어머니와 생전에 함께한 내면의 시간들을 어머니가 즐겨 앉으셨던 ‘빨간 의자’를 중요한 매개체로 호명하여 주제를 구현하고 있다. ‘빨간 의자’를 전경화 하여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차근차근 짚어내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행간에 침묵으로 대체함으로써 개인적인 감정에의 함몰보다는 삶과 죽음, 부모와 자식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준다. 기쁜 마음으로 신인상 수상에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