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여행문화(여행작가)/여행문화 신인상 수상자

[격월간 여행문화 2019년 3·4월호, 여행문화 신인상 당선자: 정명희님] 고대의 전설과 신비가 녹아있는 모세의 언약궤 퍼레이드 기행 - 정명희

신아미디어 2019. 3. 5. 11:29

『여행문화』 신인상 당선자

 


   정명희 : 고대의 전설과 신비가 녹아있는

                모세의 언약궤 퍼레이드 기행

                 - 에티오피아, 악슘


 

   정명희님은 경영학 석사, 금융권에서 26년 근무 후 퇴직, 한국경제신문 여행작가 총동문회 NAMU 회장, 한국경제신문 여행작가 아카데미 고급반 최우수상 수상, 여행국가: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총 70개국, 국내여행 및 트레킹: 7년간 약 200회.

 


심 사 평

 

   정명희 여행가의 글을 읽으며 수필의 연원과 종류를 잠깐 다시 음미해본다. 잘 알다시피 수필은 몽테뉴형의 경수필輕隨筆과 베이컨형의 중수필重隨筆로 구분하는 것이 통례이다. 전자는 영어로 미셀러니라고 하여서 신변잡기성이 강하고 후자는 에세이라고 하여서 주관, 사색적인 내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기행수필은 이럴 때에 미셀러니에 속한다고 본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수필에서의 주제와 내용이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만은 없어서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혼재되고 있음을 본다.
   한편 기행수필의 경우에 있어서도“기행문”과“기행수필”의 변별성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따지자면 기행수필의 원형은 기행문이라는 구별이다. 아직 여행이 일반화되기 이전 시대에 일부 여행가들이 먼 이방을 탐방하고 그곳의 지리 환경적인 경이적 모습을 고향의 일반 사람들에게 단순 소개하는 글이 기행문이고 기행수필은 그 진화 형이라는 지적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면 기행수필의 본질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세계의 방방곡곡이 온갖 미디어에 의해서 실시간으로 소개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여행자의 진정한 글은 모르는 곳의 소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로 밟으면서 그 속에서 느끼는 정서적, 감성적, 그리고 지적 이성적 논리적 느낌을 자신의 사유체계에서 걸러낸 다음, 새로운 가치 창조를 피력해 내야 할 당위성에 마주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수많은 현장성은 기행문과 공유하겠지만 기행수필은 그 이면을 살피고 나아가서 비교문화적인 성찰을 하면서 가치의 재창조, 문학성의 확립을 주도하는 글쓰기에 나아가야하겠다는 말이다.

   정명희 수필가의 기행 수필에는 이런 요소들이 모두 잘 녹아있음을 본다. 특히 에티오피아에서의 모세의 언약궤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는 오늘날 아무리 공간개념이 확대 혹은 축소되었다 할지라도 아직은 모든 이의 눈을 확 띄우게 할“저 먼 나라”의 사건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런 오지의 자연이나 풍물을 정 사진 찍듯이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언약궤의 퍼레이드라고 하는 동선에 몸소 참여, 포함이 되는 극적 순간을 동영상을 찍듯이, 아니 직접 출연과 체험의 귀한 순간을 모두 포용하고 있음에 독자들의 무한한 경이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현장은“지금, 여기”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고찰이 시대별로 그 배경을 이루고 있고 거기 더하여 감상으로 여과되었기에 더욱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할 것이다.“인간의 신체는 정신과 마음의 노예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는 깨달음이 그 한 예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과작용은 기본적으로 서술기법이 바탕이라고 할 때 글쓰기의 기본도 탄탄하여서 기행수필가로 추천하기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또한 기행수필가에게 또 하나의 필수라고 할 사진 촬영의 기법에서도 야간의 음영이 주조인 장면들을 무리 없이 처리해 낸 측면도 돋보인다고 할 것이다.
   다만 함께 생각해 볼 과제도 안겨본다. 수필장르에도 많은 변화와 시련이 찾아온다. 주로 미디어의 급변에 따른 현상이다. 수필의 종류 구분도 불명확, 모호해지고 있고 특히 수필의 길이가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깊은 사유가 겻들인 의미심장한 글이 밀려나는 현상도 나타난다. 손바닥 수필, 스폰 수필이라는 장르가 생기는 판이다. 앞으로 어떻게 이런 현상을 극복 혹은 수렴할지를 이제 함께 고민할 처지가 되었다. 미래가 특히 기대되는 신인을 반기며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보낸다.


심사위원    서정환, 김유조, 김가배, 최치현



당 선 소 감


   신인 작가로 선정된 정명희입니다. 사회생활이라는 핑계로 오랫동안 문학을 멀리했던 제가〈여행문화〉의 신인작가로 선정되었다니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좋은 글은 숙성된 시간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혹시 망각한 것은 아닌지 제 스스로 반성도 하게 됩니다. 


   최근 제가 읽은 책 중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달콤한 희망은 인간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강력하게 지배하며
   인간의 동반자가 되어주고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해줄뿐더러,
   인간의 노년을 부양해주노라.”  (출처: 플라톤 국가론, 천병희 역)


   오지여행과 트레킹을 좋아하는 여행가로서 우리와‘다른’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는 일은 진정한 여행의 이유가 되고 달콤한 희망이 됩니다. 달콤한 희망이 있는 한 노년의 삶이 고독할 수 없으며 슬프지 않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모든 여행가들이 그렇듯 저도 달콤한 희망을 품고 언제나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들의 삶을 배우며 좋은 글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앞으로‘시간의 맛’과‘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며 보다 숙성된 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신인작가로 선정해주신 분들에게 진정으로 감사드리며〈여행 문화〉가 한국의 여행문화를 선도하고 앞으로 쑥쑥 성장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