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품격 있는 말과 행동, 예절, 바른 가치관을 갖추어야 할 일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고 삶의 향기가 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사회도 밝아질 것이다. 다 함께 노력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바를 정正 - 노덕경
선잠을 깼다. 어제의 민망한 말실수 때문이다. 어떻게 수습할까 걱정이다.
골프 동아리 회장의 말이 틀렸다고 쏘아붙였다. 회장은 회원들이 많은 자리에서 젊은 사람한테 한소리 들었으니,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언짢아하셨다.
회장은 평소에 자기 자랑이 많은 사람이다. 젊어서 사업이 재미있어 엽전이 그들먹했었다는 자랑부터, 정치, 사회, 시사 문제에 박식한 척하고, 자식들에게 용돈 두둑하게 받는다고 자랑하는 분이다.
그날따라 회장의 말을 못들은 척하고 참아야 했는데, 평소의 자화자찬때문에 비딱했던 심성이 그만 폭발했었다. 회장의 언행이 가볍고 경우에 없어 보여 한소리 했던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동아리의 가장 연장자인 회원 아들이 식당을 개업하여, 한 그릇 팔아준다며 일행이 식당에 갔었다. 개업 첫날이라, 식당 입구는 화환이 늘어서 있었고,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주차장은 축하객들과 차량으로 북적거렸다.
식당에 들어가 좌석을 배정받아 앉으니, 그 회원은 주요한 지인들 접대한다며 옆 좌석에 있었다. 회장은 친하다고 그분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이보게 자네, 큰형님 왔는데 인사를 안 해! 이 사람아!”
그날따라 손님들도 많은데 그런 농을 던지는 것이 경조부박輕佻浮薄해 보여 그만 말이 튀어 나왔다.
“회장님! 친한 친구지만 상대편 손님을 모시는데 그런 농담 하시면 됩니까?”
그러하니 회장도 언짢았던지 한마디 했다.
“친한 친구인데 어때서…. 젊은 사람이 촉 바른 소리 하고 있어!”
가만히 있었으면 될 것을 괜한 참견을 하여 회장 얼굴빛이 달라졌었다.
매일 아침 운동하러 가면 만나기 마련인데 회장의 얼굴을 어떻게 대면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나이 먹어가면서 귀에 거슬려도 참아야 하는데, 아직 마음의 수양이 되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잠을 설쳤다.
나는 어릴 적부터 환경이 남달랐다. 형님은 나이 차가 많았고 사춘기여서 어린 나와는 놀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누나 꽁무니만 따라다니며 여자들 속에서 놀이를 하며 자랐다. 성격도 여자들처럼 온순하고 깔끔을 떨었다. 누나가 교복을 함께 빨아 감자 풀 먹여 다려줘서 칼라가 깨끗하고 빳빳하게 입고 다녔다.
어머니는 시골서 농사일이 바쁘면서도 가족들 건강과 자식들 공부에 헌신했었다. 가족화평을 위해 해마다 설이 다가오면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하여 신수身數를 보셨다. 한 번은 스님이 용하다는 절에 가서 나의 평생 사주四柱를 보셨단다.
“둘째 놈의 팔자가 지게에 바를 정正자를 가득 지고 있네. 개丙戌해에 태어나 집에서 먹고 노는 팔자야. 그런데 성질은 대나무 같아 결이 바르고, 바른 말 하고 행동도 바르고, 바른길밖에 몰라,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적당히 타협도 해야 하는데, 빈틈이 없어…. 속이 좁아 군수, 원님 되기는 글렀어. 그런데 아무 데 내놓아도 제 밥그릇 걱정은 안 해도 돼.”라는 말을 하더란다.
지나고 보니, 스님의 사주가 맞지 싶다. 바를 정正자를 지고 있는지, 누구라도 바르지 못한 행동은 못 본다. 성질머리가 늘품이 없고 성격까지 까칠하여 남에게 말도 재미없게 한다. 주변에 규범이나 관습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사회생활하면서 촉 바른 소리 잘하고 내 주장이 강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강하게 주장하며 밀고 나가려는 고집쟁이다.
상사나 선배, 동료들까지 정도正道를 벗어나거나, 틀리면 쏘아붙이고 따졌다. 작은 일도 서로 맞지 않으면 얼굴을 붉히고 언쟁을 한다. 그러고는 핀잔을 듣기도 했었다. 집에 와서는 항상 후회하며 성질머리를 고쳐야지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것이 큰 결점이다. 사회나 직장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둥글게 살았다면 지금보다 많이 달라졌지 싶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침을 뱉거나 쓰레기 버리는 것, 대중교통 버스나 지하철에서 음식 먹거나, 큰소리로 통화하거나, 남녀의 애정행각, 도로의 무단횡단, 길거리나 운전 중에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함부로 버리거나, 교통법규를 어기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소리 하거나 클랙슨을 “빵” 하고 울려 경고한다. 때로는 젊은 사람한테 걸려 눈을 부릅뜨고 욕을 하면서 대드는 경우도 가끔 만나 간이 오그라든 적도 있었다.
자라는 학생들이 정도正道를 벗어나면 그냥 못 지나친다. 노파심에서 학생들이 자식과 같아, 잘 자라기를 염원하는 생각에서 담배나 음주, 애정 행각, 구타하는 행위 등을 말리고 싶어 한다. 흡연과 음주는 청소년은 몸에 나쁘니 성년이 되면 하라고 권한다. 때로는 못된 녀석들이 대들기도 한다.
“아저씨, 내 돈 내고 내가 피우는데? 담배 사줬어요?”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으로부터 품위 있는 존재로 존경받기를 바란다. 인격적으로 고상하게 품위 있게 보이기 위해 지知 정情 의意 등 전반적인 발달을 위해 배우고 수양해야 한다.
자신이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품격 있는 말과 행동, 예절, 바른 가치관을 갖추어야 할 일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고 삶의 향기가 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사회도 밝아질 것이다. 다 함께 노력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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