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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8년 04월호, 통권198호 I 지상에서 길찾기] 외로움 - 강흥구

신아미디어 2018. 6. 2. 15:17

"억지로 허리가 아파도 즐거운 척 웃음을 지었다. 진리는 가까이에 있었다. 세상사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만  아니고 모두가 힘들고 어렵다. 그중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함께하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되었다."






   외로움    -    강흥구

   아내와 함께 밭에 나간다. 고된 하루의 시작이다. 그래도 함께여서 즐겁다. 혼자 힘든 일을 감내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외로움을 겪어야 하겠는가. 누군가와 함께라면 나누어 갈 수 있을 텐데.
   함께라서 즐겁다. 비록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함께하기에 즐기며 할 수 있다. 능률 또한 배가 된다. 이야기를 나누며 손은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마무리가 눈앞이다. 작업도중 발생되는 문제점도 함께 머릴 맞대면 쉽게 해결된다. 이것이 하나가 아닌 둘의 위력이다.
   청주에서 영동에 있는 농장까지 이동하려면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다소 먼 길이지만 우리는 즐겁게 이 길을 달려 텃밭을 가꾸듯 농작물을 심고 가꾼다. 작업도중에 먹을 간식과 점심거리도 준비해가서 직접 지어먹는다. 어떻게 보면 캠핑을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기에 힘든 일도 웃으며 할 수 있다
   우리 둘이 농사짓기엔 힘에 겨워 시골에 살고계신 당숙모에게 몇 고랑을 내주었다. 일찍 혼자되셔서 외롭게 살고 계신 연세가 있으신 당숙모다. 다리가 불편하여 못한다 하시면서도 다른 밭에 비해 토질이 좋아 고구마 맛이 좋다며 힘들어 하시면서도 함께한다.
   우리에겐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는 분이다. 밭을 함께 경작하지만 거리관계상 우리가 자주 가지 못하니까 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언제나 전화하여 부탁드린다. 그럴 때마다 웃으시며 기꺼이 응해 주신다. 서로를 만족시켜 주는 필요한 존재이다.
   그랬던 당숙모가 올해에는 너무 힘들다고 함께하지 못 한다 하신다. 충격이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다. 연세가 있으신 관계로 다리가 불편하여 밭에 다니시기가 어렵다고 하신다. 욕심 같아서는 같이하고 싶으나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밭 전체를 우리 둘이서 다 경작하기로 했다. 고구마 싹 양을 늘려 구입하고 심으러 갔다. 많은 양을 심어야 하기에 쉬지도 못하고 땀을 줄줄 흘리며 열심히 심었다. 둘이 감당하기엔 벅찬 일거리였다. 오후로 접어드니 해는 더욱 강하게 내리쬐고 몸은 지쳐만 갔다. 내일 다시 와서 할 수도 없고 늦어도 오늘 다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 점점 부담감만 커졌다.
   손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땀을 많이 흘린 탓에 갈증도 심해졌다. 연신 물을 마셔가며 열심히 심고 있는데 당숙모가 오셨다. 쉬었다 하라 하시며 음료수 한 잔씩을 따라 주셨다. 한없이 감사하고 고마웠다. 음료수가 아닌 보약 같았다. 아무리 바빠도 덕분에 조금 앉아서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았다.
   잠시 땀을 식히고 있는데 당숙모가 한 말씀 하셨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둘이 함께 이야기도 하면서 일을 하니까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남의 손을 빌려서 해결해야 하는 당숙모다. 그 외의 일은 혼자 하신다. 그래서 항상 외롭고 쓸쓸하다고 하신다. 우리가 둘이 함께 와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고 하셨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당숙모는 매일 혼자 해야 하니까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더러 누구와 대화 상대가 없으니 외로워서 힘이 배가 든다는 것을.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당숙모 앞에서 웃고 떠들며 일했다.
   그렇다. 우리는 느끼지 못했던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진리를 알지 못하고 힘들게만 느끼고 받아들이며 일을 해왔던 것이었다. 얼굴이 후끈거렸다. 힘들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억지로 허리가 아파도 즐거운 척 웃음을 지었다. 진리는 가까이에 있었다. 세상사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만  아니고 모두가 힘들고 어렵다. 그중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함께하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되었다.
   당숙모께서는 어려운 일은 남의 손을 빌려서 해결해야 하기에 항상 외롭다고 하신다. 우리가 둘이 와서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고 하셨다. 나는 항상 혼자라 외로운데 부럽고 샘도 난다고 하셨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그냥 순간순간이 힘들고 고달프다고만 느끼며 일해 왔었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을 보며 외로움을 타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우린 행복하고 복에 겨운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것인가를 느끼며 그곳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