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수필과 비평/수필과비평 신인상 수상작

[월간 수필과비평 2015년 8월호, 제166회 신인상 수상작] 직사각형의 아름다움 - 김경연

신아미디어 2015. 9. 16. 15:40

"둥근 형태를 갖는 꽃은 둥근 것의 가장 대표적인 아름다움이다. 둥근 형태로 구축된 원주민의 가옥에서는 오순도순한 가족애가 두드러질 것 같다. 그러나 네모반듯한 건축물은 그 굳건한 착지성으로 땅에 발을 버티고 서는 걸 보면 아름다움은 오히려 네모로 구축된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겠다. 피사의 탑이 쓰러지지 아니하고 버티고 선 까닭을 어렴풋이나만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네모의 기하학성에 있다면 어떨까. 피사의 탑은 쓰러지지 않는다. 그것은 미학으로 구축된 역사의식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라면 어떨까. 네모는 영원하다. 그런 생각 탓인지 수필쓰기에 네모정신을 가져야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직사각형의 아름다움      김경연


   이태리를 여행할 때였다. 피사의 사탑이 궁금했다. 일행의 여행스케줄에 쫓기는 일정이었으나 사탑만은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만 이태리를 여행한 보람이 있을 듯했다.
   탑이 얼마만큼 기울어졌기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가 하는 점도 놓칠 수 없는 궁금증이었다. 그걸 꼭 보고 확인해야만 하는 의무감처럼 탑 앞에 서서 기울어진 각도를 보면서 혼자 감탄했다.
   모두들 서두고는 일정이라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울어진 탑의 모습은 여행 내내 잊을 수 없는 하나의 풍경이었다.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강인한 감동의 물꼬나 다름없었다. 높은 성벽은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 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하얀 대리석 건물이 유난히 맑은 하늘과 초록의 잔디와 어우러져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백색은 침묵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위엄이라는 위엄은 모두 피사의 탑을 말하는 백색 건물에 있는 듯했다. 흰색은 순수한 침묵이라는 의미를 갖지 않겠는가.
   삐딱하게 기운 채 중심을 잃지 않은 사탑은 침묵으로 말하는 숭엄함이 있었다. 여러 개의 직사각형을 포개놓은 듯한 성당과 돔형 건축물이 갖는 아름다움은 건축물의 은근한 정적이었다. 그것은 채색을 한 여느 건물보다 훨씬 깊은 미적 감각을 지닌 듯했다. 흰 것에서 갖는 순수와 무언의 침묵이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백색이 아름답다는 말을 비로소 보고 느낄 수 있는 장관이었다.
   사탑은 1000년 세월을 기운 그대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공사가 완공되기도 전에 약한 지반이 건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삐딱하게 기울었다고 하는데 여러 번 보수를 하여 이제는 더 기울지 않아 관광객들에게 개방이 되어 종루까지 올라가기도 한다고 했다. 시간에 쫓기는 나는 종루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대리석으로 된 건물이 위험하다고 해체시키지 않고 삐딱한 그대로 보존한 그들의 탁월한 미적 감각은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하는 건축정신이며 미의식이라고 할 것이다.
   이태리를 여행하는 내내 좋은 날씨와 깨끗하고 맑은 하늘에 놀라기도 했지만 피사의 사탑 위의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다. 초록색 잔디와 어우러진 하얀 대리석 건물의 조화는 그림 속의 아기자기하고 웅장한 장면 그대로였다.
   직사각형은 아름다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피사의 탑을 받들고 있는 직사각형은 건축물의 미학을 보여주려는 듯 각에 내려앉는 햇빛이 부드러웠다. 그것은 건물의 미학이었다. 인공이 아닌 자연으로 구성된 아름다움이 건물의 바탕을 그대로 유지하는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쫓기는 일정을 잊은 듯 한동안 탑에 눈을 팔았다.
   유럽의 건축물은 주변의 건축물과 자연스런 조화를 갖는 것이 도시의 미적 감각을 살리는 길이지 싶었다. 건축물들은 대개 직사각형의 배열로 이루어졌지만 딱딱하지 않고 아름답고 부드러워 보였다. 창문 하나 테라스 하나까지 옆 건물의 창문과 격을 달리하면서 서로 조화의 미를 생각한 듯했다. 서양문화가 갖는 어울림의 미의식을 건축물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건축예술로 승화된 감각은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자연스런 힘의 일각이 되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건축물도 직사각형으로 된 구조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능면만 추구하느라 건물이 갖는 아름다움은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는 점이 몹시 아쉽다. 좁은 땅덩어리를 비집고 도시로만 모여드는 인구를 되도록 많이 수용하려는 건축 양식이기는 하겠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로만 상승하려는 건축의식은 주변과의 조화는 뒷전으로 따돌린다. 편리성과 경제성이 우선시 되는 건축 양식이 도시의 미학을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아 아쉽다.
   둥근 것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모난 것 또한 구성하기에 따라 미감을 드러낸다. 그것을 피사의 탑에서 읽을 수 있지 않겠는가. 둥근 달, 둥근 꽃망울에서 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네모반듯한 건축물의 각이 갖는 모서리에서 아름다움의 건강미를 갖는다.
   둥근 형태를 갖는 꽃은 둥근 것의 가장 대표적인 아름다움이다. 둥근 형태로 구축된 원주민의 가옥에서는 오순도순한 가족애가 두드러질 것 같다. 그러나 네모반듯한 건축물은 그 굳건한 착지성으로 땅에 발을 버티고 서는 걸 보면 아름다움은 오히려 네모로 구축된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겠다. 피사의 탑이 쓰러지지 아니하고 버티고 선 까닭을 어렴풋이나만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네모의 기하학성에 있다면 어떨까.
   피사의 탑은 쓰러지지 않는다. 그것은 미학으로 구축된 역사의식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라면 어떨까. 네모는 영원하다. 그런 생각 탓인지 수필쓰기에 네모정신을 가져야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김경연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중.

 

 

 

당선소감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 적어 보라고 하셨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 그냥 ‘글 쓰는 사람’이라고 적어 냈습니다. 무심코 적어 냈지만 그 기억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것은 나와의 보이지 않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어서 용기를 내어 수필반에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기로 며칠 끙끙 앓고 있는데 당선 소식이 왔습니다. 그사이 아프던 몸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았으나 한편 제 이름으로 된 글을 남긴다고 생각하니 다시 무거운 마음입니다. 과연 저의 붓끝으로 사물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을지, 혹 문학을 가볍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글을 추천해 주신 심사위원님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지도해 주신 선생님, 늘 격려를 해준 문창반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남편과 아이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