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비평』 2015년 7월호[제165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는 농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수필과비평≫은 작품수준, 신인다운 치열한 작가정신, 앞으로 창작활동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신인상 당선작을 결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 강돈묵, 박양근, 서정환, 유인실
수상작
| 김용복 <호박과 운동화>
| 서정자 <게임>
| 이정식 <세 번째 이별>
| 조일희 <첫 월급>
신인상 심사평
김용복-<호박과 운동화>
수필은 자신이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자전적 글쓰기이다. 이때 체험은 주로 기억에 의존한다. 흔히 인간은 즐겁고 행복했던 것들을 기억하고 싶어 하지만, 이와는 달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다. 그것은 때로는 강박증이나 트라우마로 존재하면서 삶을 유지해 온다. 이 글은 바로 그러한 지난날의 결핍에 의한 상처를 응시하는 글이다. 친구에게는 호박죽이, 나에게는 새 운동화가 그 결핍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성년이 된 지금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날의 상처를 다시 음미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유년 시절의 그림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갇혀 있는 나만의 알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것은 분열된 자아의 모습이 아니라 통합된 자아로 나아가기 위한 응시라 할 수 있다. 아픔의 기억을 호명하여 재현하고 재구성하는 글 솜씨에 신뢰가 간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서정자-<게임>
야구경기를 바라보면서 치열한 인간의 삶을 유추해내는 작가의 시선이 있다. 모든 게임은 이기고 지는 결과를 초래하지만, 그것의 결과로 그 뒤의 삶이 확연히 달라지는 우리의 현실을 그려주고 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어느 것 하나 ‘게임’이 아닌 것이 없다.
젊음을 불살랐던 직장이 다른 경영주에 넘어가면서 도래할 미래는 두렵기 그지없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또 그 직장에서 살아남을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속 끓이는 우리는 게임에 진 당사자가 분명하다. 오로지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가치가 있는 현실에 작가의 날카로운 메스가 가해지고 있다.
수필은 체험 속에서 소재를 선택하여 작가의 삶으로 해석해내고 형상화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야구 경기를 보면서 박수를 보내거나 낙담을 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작가는 인간 세상의 게임을 읽는다. 이러한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시각이 있기에 작가는 나름의 존재를 갖는다.
앞으로 이러한 시각에 따뜻함이 보태진다면 사회를 읽어내는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보다 더 글의 짜임새에 힘이 붙기를 기대하면서 정진을 당부한다.
이 글은 처음으로 입양한 애완견과의 사이에 이루어진 애정과 이별이라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작가가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핵가족이 점점 심화되고 부부간의 애정조차 식어가는 오늘의 시대에 애완견에 대한 애착과 아픔을 느낀 대로 추적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인정이 얼마나 결핍되어 있는가를 환기시킨다. 사적인 경험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함축성이 주목을 끈다. 애완견을 가족처럼 대하면서 살아가는 서사와 그때그때 느끼는 감성의 이중주가 어울린 문장이 사실적이면서 때로는 해학적인 어조를 지니고 있다. 애완견 종종이와의 만남, 인간과 동물 사이의 깊어지는 교감, 그리고 이사로 인한 애완견과의 이별과 죽음은 인간의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결미단락에서 평생 세 번 울었다는 희화적인 사연조차 연민의 정이 메마른 사회의 경종을 울린다고 하겠다.
담백한 문장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구성 전개가 돋보인다는 말을 하면서 꾸준한 노력으로 사회에 수필의 따뜻한 정을 넓히는 작품의 길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조일희-<첫 월급>
글을 쓰는 이유는 각각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기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수필의 경우 자신의 경험에 바탕한 정서적인 생각에는 다분히 자신의 재해석한 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 이 글은 첫 월급을 타서 보내겠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30여 년 전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고 있다. 첫 월급을 오빠를 위해 희생해야 했던 서운한 마음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는데, 그러한 자신의 첫 월급, 오빠와 조카의 보은의 마음, 그리고 다시 아들의 첫 월급을 통해 앞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누구든 ‘첫 월급은 부모님께 드린다.’는 것은 일상적 의미를 지닌 새로울 것 없는 사연이지만, 자신만의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아 제시하는 삶에 대한 인식이 그런 일상을 넘어서게 함으로써 독자를 공감대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획득하고 있다. 이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당선을 축하한다.
'월간 수필과 비평 > 수필과비평 신인상 수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간 『수필과 비평』 2015년 9월호[제167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0) | 2015.09.15 |
---|---|
월간 『수필과 비평』 2015년 8월호[제166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0) | 2015.09.15 |
월간 『수필과 비평』 2015년 6월호[제164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0) | 2015.06.05 |
월간 『수필과 비평』 2015년 5월호[제163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0) | 2015.05.01 |
월간 『수필과 비평』 2015년 4월호[제162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0) | 201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