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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여행작가 3·4월호, 산악기행: 안나푸르나 트레킹] ANNAPURNA Around & Sanctuary - 글·사진 정명진 · 김학수(수필가)

신아미디어 2015. 1. 31. 11:06

"희미해지려는 추억의 그림자를 힘껏 붙잡아보려고 트레킹 記를 작성해봤다. 명진이와 둘이서 장기간의 Annapurna Trekking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힘입은 바가 크다. Everest Base Camp 트레킹을 다녀와서 자세하게 트레킹 정보를 알려주던 Haken Club의 최수영 후배, 노구(?)를 이끌고도 Everest Base Camp Trekking을 다녀오셔서 히말라야 트레킹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가고자 하는 의지 문제라고 용기를 주시던 Haken Club의 지온 형님은 내가 내 마음대로 트레킹 코스를  짜서 개별 출발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분들이다. 거기에다 트레킹 장비에 관한 조언과 구입에 적극 협조해 준 박기형 후배, 라면 잘 끓여 먹으라고 gas 버너와 gas를 코펠과 함께 빌려준 친구 박현제, 고가의 고도계 겸용 시계를 겁(?)도 없이 빌려준 친구 홍기우. 그들의 정겨운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트레킹 記를 작성하느라 애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일등 공신은 역시 동고동락한 명진이일터.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세월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을 것이다."

 

 

 

 

 

 

 

ANNAPURNA Around & Sanctuary  / 글·사진 정진· 김(수필가)

 

 

트레킹 記를 작성하며
   Himalaya라는 단어가 나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초. 그 해 대한산악연맹은 Everest 원정을 위한 설악산 동계 훈련을 했고, 나는 Haken Club의 일원으로 참가했었다. 미증유의 폭설 속에 시행되었던 훈련은 어마어마한 눈 더미에 한없이 나약했던 인간을 발견하기도 하고 눈 속을 뒹구는 쏠쏠한 재미도 있었기에 어쩌면 나도 Everest 등정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에 가슴이 부풀기도 했었다. 그러나 훈련이 종료된 바로 다음날 터진 눈사태는 같은 목적으로 며칠을 함께 했던 다른 팀의 젊은 산악인 생명을 많이 앗아갔고 나에겐 눈사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자리하게 되었다. 그런 기억의 히말라야를 환갑을 지난 나이에 트레킹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생전 처음 대하는 7~8천m급 高山을 지척에서 바라보며 느꼈던 전율, 죽도록 고생하며 젖 먹던 힘까지 쏟아서 고생 고생한 끝에 겨우 올랐던 Thorung La, 티끌 하나 없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이던 하늘과 만년설로 덮인 雪山과의 절묘한 contrast, 희미한 불빛조차 없는 암흑세계에서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별들로 빈틈없이 하얗게 꽉 채워진 밤하늘, 하루 종일 걷고 나도 뒤돌아보면 산모퉁이 하나 겨우 돌아 나온 그 스케일 등 어느 하나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망각의 문턱을 넘으려 한다.
   희미해지려는 추억의 그림자를 힘껏 붙잡아보려고 트레킹 記를 작성해봤다.
   명진이와 둘이서 장기간의 Annapurna Trekking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힘입은 바가 크다. Everest Base Camp 트레킹을 다녀와서 자세하게 트레킹 정보를 알려주던 Haken Club의 최수영 후배, 노구(?)를 이끌고도 Everest Base Camp Trekking을 다녀오셔서 히말라야 트레킹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가고자 하는 의지 문제라고 용기를 주시던 Haken Club의 지온 형님은 내가 내 마음대로 트레킹 코스를  짜서 개별 출발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분들이다. 거기에다 트레킹 장비에 관한 조언과 구입에 적극 협조해 준 박기형 후배, 라면 잘 끓여 먹으라고 gas 버너와 gas를 코펠과 함께 빌려준 친구 박현제, 고가의 고도계 겸용 시계를 겁(?)도 없이 빌려준 친구 홍기우. 그들의 정겨운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트레킹 記를 작성하느라 애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일등 공신은 역시 동고동락한 명진이일터.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세월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을 것이다.

 

 

드디어 히말라야를 향하여 출발(2010년 10월 22일)


06:30-탑승 수속 및 탑승
   짐을 부치고 탑승 수속을 하는데 내 짐 속에 있던 버너용 부탄가스 3개는 비행기에 실어줄 수 없단다. 대학 친구인 박현제가 히말라야에서 라면이라도 맛있게 끓여 먹으라면서 넣어준 비싼 동계용 가스인데…. 그래 너의 고마운 마음만 가슴 속에 넣어가마. 돌아와 보니 명진이가 안 보인다. 한참 후에 나타나서 하는 얘기인즉 핸드캐리 짐 속에 있던 고추장 단지와 꿀 병이 통과 안 된다고 해서 부치는 짐에 넣고 오느라 시간이 걸렸단다.
   09시 05분. 비행기는 예정보다 5분 늦게 인천 공항을 이륙한다.

 

12:18-Nepal Kathmandu Tribhuvan Int’l Airport 도착(6시간 28분 소요)
   사람 수가 많지 않아 입국 수속이 금방 끝난다. 트랩에서 내려와 기념으로 공항 풍경 사진을 찍으려 하니 경비원이 제지한다. 출국할 때도 찍었는데 그때는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도 때에 따라 사람 따라 다른가 보다.

 

14:00-입국 수속 완료  
   입국 수속에 소요된 시간은 Visa를 받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다. Visa 발급 절차라고 해봐야 30일 기간에 US $40 내면 끝나는 것이지만 본국에서 Visa를 받지 않고 오는 사람이 많아 줄이 길게 늘어선 탓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는 사증 발급 직원의 업무처리 속도가 세월아 네월아다. 인천공항이라면 1/10밖에 안 걸릴 텐데…. 국내에서 네팔 visa를 받으려면 남대문 경찰서 뒤편에 있는 네팔 대사관으로 visa 신청과 수령을 위하여 두 번 걸음을 하여야 하므로 1시간 이상을 기다리더라도 네팔 공항에서 visa 받는 것이 유리하다.


14:40-‘네팔짱’ 도착
   Pick Up비로 US $30 지불. 그 대신 다음 날 조식朝食은 무료(귀국 때는 택시를 탔는데 Rp300 지불). 약간 비싼 느낌은 들었지만, 공항 택시의 바가지요금도 악명 높고 ‘네팔짱’을 찾는 수고도 덜었으며 우리나라 최하급 경차 수준인 네팔 택시의 불편함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 생각되어 출발하기 전에 pick up을 요청했었다.
   ‘네팔짱’은 네팔에서 거주한 지 20년 가까이 된다는 40대 여주인이 운영하는 guest house다. 시설은 낡고 숙식비도 싼 편은 아니지만, 운영한 지 오래되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숙박객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므로 트레킹을 마친 트레커들로부터 트레킹할 지역의 정보도 수집할 수 있고 공항으로부터의 pick up, Tims와 Permit 준비, porter 수배, local 항공권이나 버스표 구입 등 trekking과 관련된 행정 업무도 처리하여 주므로 개별 출발하는 초행자라면 이용해볼 만한 곳이다.
   네팔짱 주소 Thamel-29, Kathmandu, Nepal (Hotel Manang 맞은편) www.nepal-jjang.com
   전화 0977-1-4701536, 4700015, Mobile 9851079216

 

 

환전
   트레킹 도중에도 Manang 등 큰 마을에서는 환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트레킹에 필요한 돈을 모두 네팔짱에서 환전하기로 했다. Porter비는 US $13/day로 하기로 하였으므로 환전할 필요가 없었고 porter비를 제외한 트레킹 경비는 1인당 US $30/day면 충분하다는 네팔짱 한 사장의 충고에 따라 오늘 쇼핑할 금액을 포함하여 두 사람 합계 US $1,540을 환전하였는데 트레킹 종료 후 Kathmandu에 다시 올 때까지도 약간의 돈이 남았었다. 네팔짱에서는 US $1=Nrp71로 환전하여주었다. Nrp1=KW16
   Thamel 거리에는 환전하는 곳이 즐비하고 환전상 앞에는 적용하는 환율을 게시하므로 거리에 나가서 환율 확인 후(US $1=Nrp68~69) 환전하였다. 공항에서는 15% 정도쯤 불리하므로 만약 pick up 서비스 없이 개별로 온다면 택시비 정도(US $10)만 환전함이 좋겠다.

 

 

Permit(National Park, Conservation Area 입장권)과 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Permit을 받기 위해서는 입장료 Nrp2,000을 지불해야 하며 TIMS는 무료다. 네팔짱을 비롯한 현지 여행사에서 대행해주며 대행 수수료를 요구한다. Permit과 TIMS는 트레킹 Route 중간 중간에 있는 check post에서 여권과 함께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장부에 기재한다. 만약 실종사고가 발생하면 위치를 파악하는 근거로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출발하기 전에 명진이가 네팔짱에 E-Mail로 발급을 요청하였는데 도착하니 준비되어 있었다. 대행 수수료 포함 US $49/인씩 지불. 사전에 Permit과 TIMS를 준비하지 못하였다면 Kathmandu에 도착하는 즉시 이것부터 처리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금요일 KAL 직항기로 가는 사람은 반드시 사전에 준비하여야 한다. 네팔은 금요일은 오전 근무만 하고 토요일은 휴무이므로 자칫하면 하릴없이 2~3일간을 Kathmandu에서 허송세월하기에 십상이다.

 

 

Porter 수배
   트레킹 도중 porter 없이 트레킹을 즐기는 서양 trekker들을 많이 볼 수 있으나 편의성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고려해서라도 porter와 함께 트레킹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팔에서도 예전에는 고산 등반팀을 보조하는 인력이 guide와 porter로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다.
   Guide는 등반팀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을 갖추고 있고, 등반대가 오르려는 산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 산으로 가는 route의 지리, 지형, 기후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서 눈에 보이는 상황을 잘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고산을 등반하려는 등반대의 참모 역할을 톡톡히 한다. 히말라야 등반이 시작된 초기에는 그들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등정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따라서 네팔에 있는 고산을 등반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인식되었고 그들을 예우하기 위해 등반대의 짐도 지지 않게 하고 porter를 고용, 해고, 통솔하는 역할까지 맡기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근래에 시작된 트레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nnapurna 지역, Everest가 있는 Khumbu Himal 지역, Langtang Himal 지역 등의 normal route로 트레킹하면서 트레킹 동행자로 guide를 구할 때 잘못하면 이러한 고급 guide를 소개받을 수도 있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포터를 따로 고용해야 하므로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는데 그러한 곳은 lodge 등 트레킹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고 routefinding에도 별 어려움이 없어 guide 고용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등반을 하지 않는 트레킹이 활성화된 지는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네팔의 트레킹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는 트레킹에 필요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normal한 트레킹 route를 여러 차례 다녀온 경험이 있는 porter를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으므로 가고자 하는 route를 몇 차례 다녀온 porter를 구하면 충분할 것이다.
   우리는 출발하기 전 네팔짱에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Annapurna Around와 Santuary 경험이 있는 포터를 구해주도록 요청하였었다. 트레커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즌이라서 porter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는 네팔짱 한 사장 말이 엄살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Porter 고용비가 US $13/day이란다. 2005년에 Everest 지역을 트레킹하고 온 클럽 후배는 porter 일당이 US $7이었다고 했는데 5년 사이에 거의 두 배 올랐다.
   Porter 고용비는 보통 2가지로 구성된다. 트레킹 예정 일수에 따른 일당과 예정된 트레킹을 완료했을 때 주는 bonus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일당은 예정 일수에 따라 산정되므로 예정보다 일찍 트레킹을 종료하더라도 예정된 일수만큼은 지불해야 하고, 예정보다 트레킹 일정이 길어지면 길어진 만큼 추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일당과 관련하여 porter와 얼굴을 붉히게 되는 때는 트레킹이 예정보다 일찍 종료하는 경우로 porter 입장에서는 다음 예약 손님이 올 때까지 돈벌이를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고, 트레커 입장에서는 서비스도 없었는데 비용만 부담하는 꼴이 되므로 지불할 생각이 안 드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런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으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애초 porter에게 트레킹 일정을 알려줄 때 예비일 등은 빼고 전체 일수를 알려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와 동행한 Porter 이름은 ‘Passang Sherpa’ 이름이 재미있다. Passang은 금요일이라는 뜻이다. 마치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Friday처럼. 뒤에 붙은 ‘Sherpa’는 종족을 표시한다.

 

 

Thamel 거리 구경과 트레킹 물품 구입
   거리로 나가 야크털로 짠 털모자(275루피)와 덧버선처럼 생긴 양말(330루피)을 샀다. 주인 아들인 이 친구는 물건 값을 거의 안 깎아준다. 품질과 가격은 괜찮은 편이어서 사긴 했지만…. 다른 가게에서 산 Sleeping Bag Liner(550루피)와 여기서 산 털모자와 덧버선은 겉보기엔 거칠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보온성이 좋아 고지대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 외에도 Thamel 거리를 서너 차례 오르내리며 지도, 슬리핑백 라이너, 버너용 가스, 아이오다인, Trinidazole, 샌들 등 카트만두에서 구입하려 했던 물건을 모두 구입했다. Thamel은 경차 2대가 겨우 비켜갈 만한 거리 양쪽에 음식점, 트레킹 및 등산용품점, 슈퍼, 기념품
   가게, 환전상, 식당, 호텔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차량 경적, 각국에서 온 각종 인종, 인력거 등으로 시끌벅적하다.

 

 

네팔에서의 첫날밤
   네팔짱 사무실 바로 뒤편에 있는 숙소는 옛날 우리나라 여인숙 시설 느낌이 드는 곳인데 화장실이 방 밖에 있어서 매우 불편했다. 이곳에는 여기 말고도 별채가 있어서 시설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성수기 때이니만큼 이 방도 예약을 안 했으면 못 구했을 것이라 한다. 내부 시설도 편안한 느낌이 안 드는데다가 숙소 바로 뒤에 속칭 나이트클럽이 있어서 새벽 2시까지 뿡빵거리는 통에 잠을 잘 수 없었다. 2시 반쯤에야 잠든 것 같다.
   이곳에서 트레킹에 가지고 갈 짐과 놓고 가야 할 짐을 분리하여 배낭을 꾸렸다. 여기서 구입한 Sleeping Bag 내피의 부피가 꽤 되는 터라 한국에서 포장해 봤을 때와는 달리 80ℓ짜리 cargo bag에 우리 두 사람 짐을 모두 담을 수가 없었다. 네팔짱에 문의하니 가져가지 않는 짐은 무료로 보관하여 준단다. 그래서 심심할 때 읽으려고 준비했던 책 등 트레킹에 직접 소용되지 않는 짐은 따로 포장하여 네팔짱에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