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찬 여장부인 신 대표의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확신에 찬 목표와 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빠져, 미식가라 자처하는 필자도 이 집의 음식 맛에서 도무지 헤어 나올 길이 안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맛깔스러운 찬과 자연 그대로의 구수한 단맛이 나는 음식들을 언제 다 먹어치웠는지! 모처럼 배가 순하고 편하게 부르다. 엄마의 밥상을 받은 듯 깊이 행복하다. 내 몸 가득 건강과 풍요가 넘실대는 듯하다. 식당 벽에 붙어있는 ‘할머니 말씀이 밥이 보약이랬지. 그건 자연이 주는 힘, 밥심이야.’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침샘 터지는 소리를 찾아서 / 글·사진 김 부 희 (수필가)
요즘은 먹을거리가, 아니 에너지 과잉 시대다. 어떡하면 몸에 축적된 고열량(패스트푸드, 육류: 트랜스지방산, 활성산소나 알데하이드 화합물 벤조피렌 등)을 소비하느냐, 즉 배출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추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살 빼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내 몸을 만든다. 그래서 요즘은 해독식품, 발효식품이 대세다. 어떤 음식을 먹고서 내 몸을 건강하게 아름답게, 100세 장수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음식이 착하면 내 몸도 착해진다. 먹는 것이 바르지 못하면 병이 생기고, 먹는 것을 바르게 하면 병이 낫는다. 우리의 몸은 자연을 먹고 자연과 더불어 지낼 때 가장 이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에.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음식을 약으로 삼고 약을 음식으로 삼아라.”라고. 우리는 지금 식탁의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온순한 음식은 거의 없고 화난 음식의 진열대가 바로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나쁜 음식을 먹고 좋은 몸, 좋은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는가!
그 해답은 바로 해독 식품이자 발효 식품인 우리의 먹을거리로 돌아가는 것이 건강해지는 방법이자 삶이다. 웰빙이다. 건강한 식단이자 음식이 약이 되는 방법이다. 바로 우리가 자라나던 세대, 즉 그 시절, 엄마의 밥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식품인 발효된 장류와 젓갈은 우리의 영혼의 소스이다. 몸을 살리는 음식이자 해독 식품이며 밥상이다.
우리 몸을 살리는 음식의 기본은 바로 장류와 장아찌가 아닌가.
그 기본을 토대로 한 장류와 찬류 제조회사에서 자사 제품의 연구 개발과 홍보를 위해 문을 연, 서울 도봉구 쌍문동 ‘승화푸드’ 본사 1층에 자리한 “들판 가득‘ 한식당을 찾았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승화푸드’와 ‘들판 가득’의 신분남 대표이사(58세)에게 우리의 몸을 살리는 음식에 대해 물었다
어느 의사보다 더 무서운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음식을 먹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 의사는 수술 잘 못하면 한 사람만 망가뜨리지만, 음식은 잘못 만들면 여러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제조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타인의 건강까지 책임져야만 하는 일이다. 전문성을 살려 우리의 먹을거리인 장류, 젓갈, 장아찌, 김치 등 자연에서 얻은 식품 300여 가지를 제조 판매한다. 요즘 나트륨 과잉섭취가 문제인데, 염도는 옛날엔 강하게 했다면 보관방법이 좋아져 염도를 낮출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맛은 살리고 건강한 밥상을 위해 저염 식품 개발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우리의 음식(한식)은 기다림이다. 처음부터, 하나에서 열까지 정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양음식과 다른 점이다. 나물을 예로 들자면, 하나부터 열까지의 정성과 손맛,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만 나물이 밥상에 오른다. 반찬이 되고 요리가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음식은 요리라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밥과 반찬이라고 한다. 그 나물의 맛인 간장만 해도 발효가 되기까지 1년여를 기다려야 반찬에 들어갈 수 있는 장이 된다. 서양요리는 소스를 하나 놓고 보더라도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사용하지 않는가. 우리 음식은 처음부터 생생한 재료가 들어가야만 음식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의 식탁 즉 밥상의 중요성과 건강성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좋은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음식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저 한 끼의 밥이라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정갈한 식탁이 차려졌다. 여러 가지 장아찌와 손맛 나는 제철 나물류와 청국장과 된장찌개가 먹음직하게 한 상 가득 나왔다.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끓는 된장찌개를 한 수저 떠먹어보니 구수한 단맛이 난다. 이 된장찌개의 제대로 된 맛이 이렇게 나오려면 3년이 되어야만 이 맛이 난다며 절대 미각인 신 대표의 부연 설명이다. 된장이나 청국장의 맛은, 매실이 오래 되면 신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나듯, 된장은 시간을 오래두고 발효시키면 콩의 아미노산이 소금과 분해되고 발효되어 이런 단맛이 난다. 우리 식당에서는 3년 동안 숙성된 된장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식탁에 올린다. 검증되지 않은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덧붙였다. 30년 전 배고파 경동 시장에서 시작한 반찬 가게. 출산 때문에 더 이른 나이에 듣고 배웠어야 했는데, 더 뛰어넘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직도 미진하다. 한식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기염을 토한다.
언젠가 한 세미나에서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이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다. 엄마의 엄마... ...의 음식의 맛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오감이 발달한 장녀로 자라났다. 또 강원도 태백의 친정에서 큰 식당을 했기에 엄마의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었다. 그 경험이 그 지혜가, 그 기막힌(잘 발효되고 숙성되고 생명력 있는) 맛이, 그녀의 손맛과 더불어 재현되고 개발되고 전수되는 이곳 ‘승화푸드’와 ‘들판 가득‘ 한식당. 이런 우리의 먹을거리와 해독 밥상이 전 세계인의 건강 음식으로 식탁에 오르는 그 날까지 연구 개발을 멈출 수 없다는 큰 목표를 가진 학구파 맹렬 여성 신 대표….
이런 대찬 여장부인 신 대표의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확신에 찬 목표와 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빠져, 미식가라 자처하는 필자도 이 집의 음식 맛에서 도무지 헤어 나올 길이 안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맛깔스러운 찬과 자연 그대로의 구수한 단맛이 나는 음식들을 언제 다 먹어치웠는지! 모처럼 배가 순하고 편하게 부르다. 엄마의 밥상을 받은 듯 깊이 행복하다. 내 몸 가득 건강과 풍요가 넘실대는 듯하다. 식당 벽에 붙어있는 ‘할머니 말씀이 밥이 보약이랬지. 그건 자연이 주는 힘, 밥심이야.’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부희 -------------------------------------------
시인, 수필가, 여행작가. 저서《열린 문 저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