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식'님의 시 2편을 소개합니다.
위대한 빛과 소리 외 1편 / 김계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바람으로
그저 낮게 살려는 나에게
빛을 주시고 소리를 주셨지요-
금문교(Golden Gate Bridge)의 단초가 된
거미가
맞은 편 언덕에 착지한 날
세상의 중심은 한바탕 옮겨 앉았지
머리 가슴 배가 위대하고
8개의 팔다리가 한없이 자랑스럽고
방적돌기에서 빚어진 끈질긴 실이
세상의 으뜸이었고
그를 통해 새로움을 빚어낸 창의는
뒷전이고
적어도 그날 그 순간만은
바람에 날려 부단히 호弧를 그린
그의 위대한 모험이
삼라만상 뭇 시선이 옹위한
중심이었으니
바라봄과 바라보임이
하나로 일치된 순간
우리의 삶은 새로운 빛과 소리로
찬연하게 보이고 들리는 것이었지.
장수사진長壽寫眞
나는 안다
긴 기도 마지막 부분 한 모서리에
에녹처럼 살다가
엘리야처럼 세상 마감하고
그대로 하늘나라 가기를 빌고 있다는 것을
씀벅씀벅 살 에는 아픔
우둑우둑 뼈마디 꺾이는 고통이 밀려오면
하얀 국화꽃으로 장식된
제 모습 그리고 있었는지
더 꼴사나운 모습 보이기 싫으니
오늘은 꼭 영정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보채는 당신을
나 간 뒤에나 마련하라고 흘기다가
끝내 끌려간 사진관
여기에선
그런 사진 찍을 수 없다는 거절
단 원하시면 <장수사진>은 가능하다며
영생복락의 하늘나라 가는 사람 전송하듯
입가에 살포시 미소 머금었다
포토샵 같은 건
저만치 손사래치고
있는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
곱게 담고 돌아오는 길
죽음 같은 건 통째 떨쳐버렸는데도
누렁이 떠나보낸 날
워낭소리 귀에 남은 끝 모를 이명처럼
긴 그림자 하나 끌려오고 있었다.
김 계 식 ---------------------------------------------
2002년 《창조문학》 등단. 저서 : 《사랑이 강물 되어》, 《세상 엿보기》, 《산빛 물빛 다독이며》, 《눈빛으로 그린 사랑》, 《당신이 있어서 좋은 세상》, 《나이테》, 《징검돌》, 《왜목에서 만난 겨울》, 《내 삶의 반올림》, 《대나무는 어울려 산다》, 《민달팽이의 독백》, 12권의 시집, 시선집 《자화상》. 전 전주교육청 교육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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