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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여행작가 2014년 3-4월호, 신작기행문] 변산 바람꽃 속의 스승 - 글·사진 황정한(시인)

신아미디어 2014. 12. 1. 14:22

"천만번을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삶은 없다, 인간이 착각할 뿐, 한 조각구름도 잠시 세워둘 수 없고 매일 달라야 새 맛이다. 세상의 모든 운행을 정지시키면 인간이 과연 행복할까? 다행이 한 번도 같은 적은 없다 다만 비슷하게 보였을 뿐이다.  스승은 가르칠 뿐 잠시도 곁에 두지 않고 넓은 세상으로 내는 이유다. 각자의 개성을 정진키 위해 고여 있는 걸 경계하시기 때문이다. 저 작고 하얀 변산 바람꽃의 고결함을 다시 음미해본다. 변산 바람꽃 속엔 스승이 아른거린다."

 

 

 

 

 

 

 변산 바람꽃 속의 스승         글·사진 황정한(시인)

 

   변산반도-
   동쪽은 김제시·정읍시, 북쪽은 부안만, 남쪽은 곰소만, 서쪽은 황해에 접한다. 범위는 대체로 부안군의 면적과 일치한다. 북동쪽의 동진강에서 남서쪽의 반도해안 끝까지의 길이는 약 90km이다.
   반도의 동반부는 광활한 호남평야의 일부가 되어 곡창지대를 이룬다. 서반부는 노령산맥蘆嶺山脈에서 분리되어 생긴 산괴山塊인데, 숲이 우거진 산과 계곡이 모래해안·암석해안과 어울려 뛰어난 경승지를 이룬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지역을 외변산, 내륙부를 내변산이라 부른다. 중앙 내륙부는 199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격포리格浦里 해안의 채석강彩石江·적벽강赤壁江, 신라 때 창건된 내소사來蘇寺, 직소폭포直沼瀑布, 고사포해수욕장故沙浦海水浴場, 월명암月明庵, 낙조대落照臺 등 관광자원이 많다.
   이곳에서 자라는 곧고 큰 소나무인 변재邊材, 야생 난초인 변란邊蘭, 이곳에서 나는 자연산 꿀인 변청邊淸을 일컬어 삼변三邊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발췌해서 여기까지 해놓고
   TV를 끄고 조용히 명상에 잠기고 있는데 하루살이가 몰려들었다, 혹 나도 하루살이가 아닐까 딴은 그렇다 하루만을 위해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루살이처럼 하루만의 삶이 아닌 옹골진 하루를 사는 삶이고 싶다.
   “스승님 마지막 제자 황정연입니다.”
   “하하하 그래 웬일인가?”
   “아니 어제 이사는 잘하셨는지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건강은  어떠신지 해서요. 헤헤헤”
   “아~ 이 사람 정한 이사는 십일 날인데 무슨 얘기야, 이틀 후야 이 사람아.”
   “아! 그렇지 십일 날이지 …….”
   그런데 이런 정신없는 저에게 그런대도 또 이런 사랑을 주신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휴대폰에 뜬 존함을 본 나는 화들짝 전화를 받는다.
   “무슨 일이세요, 스승님?”
   “아 다름 아니고 지난번에 얘기했던 여행 작가 창간호 작품접수를 받는 데 벌써 많은 작품이 들어왔어 지면을 많이 할애 할 수 없지만 빨리 제출해줘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료 찾느라 한나절, 거기다 친구까지 찾아와 소주 한 잔에 노닥거리다 귀가하니 벌써 열한시, 폼 잡고 컴퓨터 앞에 앉았으면 됐지 TV는 왜 켰는지 알 수 없지만 큰 맘 먹고 껐는데 벌써 새벽한시…….
   명상해서 영성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쓰다, 문득 창간호이니 만큼 다른 분들이 좋은 글 많이 기고했을 것이니, 기회에 나는 스승과 제자의 연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여행은 길이고 삶이고 만남일진데 이야말로 인생은 여정의 한토막이고, 참 진실과 인간미 넘치는 철학적 소재가 되겠다 싶어서 변산 바람꽃 찾아감을 통해서 가르친 대로 수필에서의 서정적 표백과 창작적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그러니까 대학의 춘계 M.T에 동문자격으로 여행 차 참석하였다.
   마침 장소가 내 고향 부안 변산 이기에 내 마음이 더 바빴다.
   가는 길의 풍경도 재미있을 것 같아 여행길을 스케치 해본다.
   차안에선 슬픈 이별의 노래가 창밖의 가녀린 빗소리 보다 구슬피 흐른다.
   길가 신록의 숲 속 그늘진 곳에 산 벚꽃은 내 마음의 우수처럼 흩날려 여름을 재촉하고 서해대교 밑에 펼쳐 보이는 푸른 바닷가엔 주황색 옷 입은 멋진 꼬부랑 등대가 홍일점인양 뽐내고 서있다.
   『잠깐 조는 틈, 꿈속에서 채석강 백사장 끝 쪽에 챙 넓은 모자 쓴 해변의 여인이 까만 안경을 쓰고 야릇한 포즈로 어서 오라 손짓하기에 서두르라고 기사에게 괜한 투정을 부려본다.』
   갑자기 해가 뜨고 덩달아 음악도 빠른 템포로 바뀐다.
   휴게소 가판대  음악에 맞춰 춤추는 중년여인의 뒤뚱거리는 몸짓과 헤픈 웃음소리가 정겹게 느껴질 때 쯤, 긴 생머리를 날리며 스쳐 지나는 아가씨의 짧은 치마에 시원하게 쭉 뻗은 다리는 사내들의 시선을 경기장 테니스공 따라가는 듯 묶어 지나간다.
   삼복의 태양보다 뜨거운 마나님 눈총을 모르는 영감님이 내내 아쉬운 듯 한 번 더 되돌아 보다 기어코 이내 귀를 잡혀 끌려간다.......
   이러 저런 군상群像들이 훗날엔 추억이려니 싶고 여정을 통해 이렇듯 속절없이 산다는 게 이리도 행복하구나, 어쭙잖은 시한수로 찾아가며 만나는 기쁨을 노래해본다.

 


 변산 바람꽃  


내변산 쌍쌍봉 꾀꼬리가 물고 온 내음 따라
축제에 스며들고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변산 바람꽃이 기지개 켠다.

 

매끈하게 뻗은 서해다리엔
주황색 꼬부랑 병사가
파랑 장판 위에 긴 다리를 깃대 세워
치켜 받든다.

 

주흥녀酒興女는 진한 춤사위 지어입고
춤추며 오시라
질투로 빨갛게 넝쿨진 요정은 촌로村老넋을
한낮의 긴 담장위에 널어 말린다.

 

낙조대落照臺 산신령 지는 해 가지말라 태질하면
칠산바다 어부는 하늘길로 배돌려 금따러가고
소복입은 바람꽃 은빛여우비에 교태嬌態 한다.

 

꾀꼬리 물고 온 내음 따라 몰고 온 축제에 
내변산 쌍쌍봉에 깔린 진홍의 놀로
하이얀 변산 바람난 사랑꽃 심어본다.


   인간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걷는다.
   다보면 길이 있고, 만남 속에 삶이 있고 진리와 사랑을 알게 되며,  또 연인 못지않게 스승도 소중한 만남이다.
   설령 몰랐다 해도 세월이 스승되어 가르쳐주기도 한다.
   점수는 없다. 내가 본 스승님은 평등사상을 자애롭게 실천하시는 분이다.
   느낀 바가 다르기에 나름대로 다른 가치와 맛을 내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워야한다, 멈추면 고여 썩는다 하신다.
   천만번을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삶은 없다, 인간이 착각할 뿐, 한 조각구름도 잠시 세워둘 수 없고 매일 달라야 새 맛이다.
   세상의 모든 운행을 정지시키면 인간이 과연 행복할까?
   다행이 한 번도 같은 적은 없다 다만 비슷하게 보였을 뿐이다.
   스승은 가르칠 뿐 잠시도 곁에 두지 않고 넓은 세상으로 내는 이유다.
   각자의 개성을 정진키 위해 고여 있는 걸 경계하시기 때문이다.
   저 작고 하얀 변산 바람꽃의 고결함을 다시 음미해본다.
   변산 바람꽃 속엔 스승이 아른거린다.

 

 

황정한  ---------------------------------------------------

   황정한님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