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내 나이가 마흔아홉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흔아홉 살이라면 인생의 가장 중간 나이이면서 또한 절정기로서 인생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 열정과 냉정, 마음의 여유와 긴장, 지혜와 지식을 겸비한 이 시기가 바로 지금 마흔아홉의 나이가 아닌가 한다."
아홉수의 고정관념 깨기 - 조옥성
삼재, 아홉수가 들면 우리의 선조는 그것을 금기로 여기고 무슨 일이든 조심하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다 보니 열아홉 살 자녀는 스무 살 성인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스물아홉 살 처녀 총각은 결혼을 피하고, 쉰아홉 살은 회갑 전 생일을 꺼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꺼리는 아홉수가 아니라도 액운이 아닌 행운을 바라는 마음은 온 세상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 일생을 살면서 다양하고도 많은 일을 경험한다. 나도 그동안 별다른 사고 없이 그럭저럭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고 할 것이다.
2013년은 내 나이 마흔아홉, 아홉수가 든 해이다. 사람에게도 자연의 계절처럼 운명의 계절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래서 운명의 환절기에는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몸이 아프거나 흉흉한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다 보니 마음과 몸을 삼가 늘 나를 챙기고 돌보며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힙합’ 가수 배치기 노랫말을 보면
“이 청춘의 끝에 이제 스물아홉 살, 매일 이별하며 나 혼자 운다. 더 이상 붙잡고 노력해봤자 가망 없다는 걸 알 수 있는 나잇살 아홉수라서 안 풀리는 게 아닌가. 이젠 될 일도 안 돼, 되던 일도 안 돼, 자연스레 이쪽으로 연결 지을 수밖에. 난 스물 아홉 살, 다시 말해 아홉수.”
이런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는 노랫말과는 달리 노력 끝에 대중적인 ‘힙합’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데뷔 15년 만에 다시 1위의 자리로 부활한다.
‘시카고컵스’ 소속 내야수 ‘페냐’ 야구선수도 아홉수에 걸려 오랫동안 9호 홈런에서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일이 잘못되면 아홉수 탓을 한다. 내 딸도 올해 열아홉이다. 지금도 감기에 걸려 훌쩍이며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양은 보기에 안쓰럽다. 앞으로의 밝은 삶을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나이인데도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딸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불안하다.
사람들은 아홉수에 걸리면 늘 2퍼센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아홉수 탓만 한다. 30여 년 전 우리 어머니도 자식 잘되라고 내가 열아홉 살 때 집으로 무당을 불러 액을 물리치는 굿을 하였다. 그리고 스물아홉 살 때 이른 새벽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화수를 떠놓고, 손을 비비며 자식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었다. 지금 나도 어머니의 빈자리에 앉아 딸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고 싶지만 마음뿐 쉽지 않다.
올해는 내 나이가 마흔아홉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흔아홉 살이라면 인생의 가장 중간 나이이면서 또한 절정기로서 인생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 열정과 냉정, 마음의 여유와 긴장, 지혜와 지식을 겸비한 이 시기가 바로 지금 마흔아홉의 나이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우리의 고정관념은 아홉수에 걸리는 해는 모두들 은근히 긴장을 하게 되고 매사에 조심하며, 이 한 해를 넘기기가 몹시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나는 종래의 이런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의 길을 밀고 나가다 보니 좋은 일만 생긴다. 예컨대 일마다 사고만 일으키던 내 회사 직원이며 바로 아랫동생의 일도 마음먹은 대로 잘 풀리고 있으며, 여러 직원과 많은 제자들의 일도 순조롭게 풀려 나가고 있으니 불길한 아홉수란 말도 이젠 각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나는 아홉수가 마음에 걸리는지 오늘 아침에는 정화수 한 사발을 떠놓고, 30여 년 전의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나의 무사고와 자식들의 행운을 기원하고 싶은 마음이니 고정관념을 깨기가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싶어 싱거운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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