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님의 신작시 2편을 『문예연구』에서 소개합니다.
4월의 눈 외1편 / 서범석
4월에 무슨 눈이 이렇게 오느냐고
투덜거리며 달라붙는 눈을 털던
겨울마다 만나는 그런 눈이 아닌
너무 늦거나 너무 짧아, 선명한
아주 그렇게 길게 남은 사진 같은 것
일생에 단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던 눈
살다 보면 흐려지고 없어지는 것
아니고, 늘 녹슬지 않고 파고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래서 금방 녹아 물이 되었던
너, 너의 사랑과 원망의 눈
차창에 늘 남아서 나를 겨눈다
아름다웠던 추억을 들고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을 들고
아름답게 견디는 모진 겨울
갈대 제비쑥 과꽃 쑥부쟁이
시들고 마른 꽃잎 버리지 못하고
밤볼에 샛별눈은 검은 뼈대뿐
누구나 꽃피던 시절이 있었지
눈꽃바람 불어도 버리지 못하는
서범석 -------------------------------------------------
충북 충주 출생, 건국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문학박사), 현재 대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와의식』 신인문학상으로 평론 등단(1987), 『시와시학』 신인문학상으로 시 등단(1995). 시집으로 『풍경화 다섯』, 『휩풀』, 『종이 없는 벽지』, 『하느님의 카메라』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문학과 사회 비평』, 『한국현대문학의 지형도』, 『비평의 빈자리와 존재 현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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