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인상 공모와는 별개로 신인 추천제를 시행합니다. 지난 날 우리 문단은 도제식 창작교육과 문예지 추천을 통해 역량 있고 참신한 문인들을 배출해왔습니다. 다년간 존경받는 스승 밑에서 시인·작가의식과 창작방법론을 수련하여 진정한 시인·작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신인추천 / 수상소감
늦깎이의 변
여고 시절, 노천명 시인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를 한참 읊으며 다닌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몹시 아이러니한 발상이었습니다.
내 심저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갑자기 이름 있는 여인이 되어 날 인식해 주기를 바라는 앙큼한 내심도 적잖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길을 참으로 나태와 핑계로 일관하다 세상을 좀 관조하고 알 듯한 나이에야 부끄럽다는 한 마디 말에 섞어 창 저편의 나를 끄집어내 세워봅니다.
처음 섰던 연극 무대에서 관객이 하나도 안 보여 몇 번이나 심호흡을 했던 그때의 두려운 마음입니다. 나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가진 시를 쓰고자 하는 열망은 아직도 내 가슴을 후들기며 샘솟고 있으나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녕 내 사유의 산물이라도 누구나 공감하고 마음의 순화를 가져올 수 있을 때에야 진정한 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시란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부대끼며 겪은 희로애락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보기에 더 몸부림 치며 노력하고자 합니다.
신인추천 / 심사평
사물과 내밀한 인간의 유기적 구조
박수원의 시 〈그림자의 말〉 외4편을 관통하고 있는 특징은 자연친화상상력을 통해 사물과 인간의 내면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정서를 융합해서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묘사 양식이다. 정서를 분석하여 유기적 이미지로 연결시켜 놓고 은유라는 표현구조를 통해 시어와 시어의 충돌과 융합하는 과정에서 이는 성취된다. 이러한 시작법은 시 창작 경력이 온축된 시인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 〈그림자의 말〉에서 보게 되는 ‘그림자’라는 사물에 대한 디테일한 인식. 그 인식과 ‘나’와 ‘그대’의 관계양식에서 파생되는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로 표상하고 있는 예가 그것이다.
그러나 시 흐름의 긴장과 이완에 대한 조절 또는 시의 내재율에 대한 고려를 시인의 주제 전언 때문에 장애받고 있은 점은 유의할 부분이다. 이런 욕구는 추천자의 지나친 욕구일 수는 있지만 독자의 수용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는 표현구조상의 문제라는 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수원은 시인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검증된 신인이다. 그는 미당 서정주와 장호 시인의 제자이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아도 그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시 창작을 놓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시집으로 낼 수 있는 여러 권의 분량을 습작한 것은 물론이고 부단히 시를 창작하고 있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수원 시인이 지향하고 있는 시의 세계는 그가 앞으로 발표할 시와 시집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본지의 추천으로 시창작의 자유 의지가 확장되기를 기대하며 거듭 정진을 부탁한다.
추천위원회 : 유한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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