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조님의 신작시 2편을 감상해보세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되세요.
기억 속의 풍경 외1편 / 류근조
- 시인의 집
1966년 말 무렵 서울 용산구 후암동 141의 1
남산자락 가파른 언덕배기에 위치한
故 李仁石 詩人이 격변의 한 시대를 그의
지사적 품격으로 맞서 각종 장르의 글로써
풀어내던 청빈의 집에 대하여
나는 국회의사당에서 공직자 비리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는 오늘
꼭 47년 만에 다시 생각해 보네.
그가 쓴 詩 「詩人과 電氣난로」*와
「耳順의 賣春女」**를 다시 읽어보네.
비록 그의 유골은 그가 생전 그토록 원하던
통일을 보지 못한 채 그가 떠나와 다시 돌아가지 못한
북쪽 고향땅을 향해 지금도 남녘땅 한 공원묘지에 묻혀 있지만
우리 민족의 이 유예된 삶을 아직도 이처럼 괄호 속에 오랜 세월
가둬 놓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 이유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서네.
* 이 시에는 시인이 모처럼 냉방에 전기난로를 구입, 켜놓고 아내를 불러 낙엽 같은 언 손을 같이 쪼이며 좋아하다가 채 5분도 못 돼서 전기료가 아까워 끈다는 내용이 나온다.
** 이 시에는 전후 1960년대 이순이 넘어 병들어 쇠약한 매춘녀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밤거리에서 손님을 유혹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낮술의 덕
세상은 파고 파도 높은 살얼음
누구도 이냥 살아남기 힘들다더라
그러니 쓸데없이 전화하지 마 요 아가씨야!
하지만, 그 결심도 잠시
휴대폰이 계속 울려서 열어보니
이미 부재중으로 처리된 전화 1통
하이얀 선의 물음표와 함께 나타난
메시지가 뭔지 왜 이리 궁금할까
아가씨야 혹시 넌 알지 몰라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낮에 마신 술 때문이라는 걸.
류근조 ---------------------------------------------
익산 출생, 1966년 『文學春秋』 신인상 시부 당선. 시집 『나무와 祈禱』, 『고운 눈썹은』등. 중앙대 국문과 명예교수, 국제 힐빙학회 회원, 문학사랑 ‘都心山房’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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