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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비평 2013년 7월호, 촌감단상] 정기正己 - 김대원

신아미디어 2013. 8. 17. 16:51

"몇 날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나’였다. 저간의 정황이야 어찌되었든 내 생각이 짧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왜 그리 예민하고 옹졸한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누가 말했다. 늘 웃음기 감도는 온화한 모습은 어디다 버리고 먹구름 낀 회색 얼굴이 되었느냐고. 통렬한 자아비판의 결과는 ‘내 탓이오, 내 탓이오!’였다."

 

 

 

 

 정기正己    김대원


   환절기 탓인가?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몸도 마음도 비끗거렸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입이 순順해야 하거늘, 그만 휘청거리는 모습을 노출시키고 말았다. 어떤 서운한 기억을 되살리기 싫어서였기도 했고 상대가 흐트러지는 것을 미리 막고자 한 마음에서였지만 결과는 좁은 내 속내를 드러냈을 뿐이어서 더 속이 상했다. 더구나 그들은 피를 나눈 형제들 못지않게 가까운 사이어서 마음이 더 아팠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중에는 특히 더 가깝게 지내는 개인이나 그룹이 있게 마련이다. 일이든 사람이든 좋다고 생각되면 높은 줄도 깊은 줄도 모르고 빠져드는 것이 나의 성정性情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의 의미를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먼저 떠난 아우의 말이 생각난다.
   “형님, 너무 잔정 많이 주지 마세요. 넘어지든 기어가든 지가 알아서 일어나게 둬버려요. 어린애들도 아니잖아요. 괜히 형님 마음만 다칠 수 있어요.”
   간혹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신경을 써주는 나를 보고 그러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야속하리만치 매사에 맺고 끊음이 정확한 친구였다. 그래서 난 늘 그를 ‘형 같은 아우’라고 말했었다. 비록 작은 모임이지만 어쩌면 이런 그와 내가 앞뒤바퀴가 되어 이끌어왔기에 큰 불협화음 없이 지내왔는지도 모른다. 그 세월이 10년이다.
   아무리 애정이 깊은 부부 사이라도 ‘권태기’라는 것이 있다더니, 우리가 그런 상태는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우애가 깊은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몇 날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나’였다. 저간의 정황이야 어찌되었든 내 생각이 짧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왜 그리 예민하고 옹졸한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누가 말했다. 늘 웃음기 감도는 온화한 모습은 어디다 버리고 먹구름 낀 회색 얼굴이 되었느냐고. 통렬한 자아비판의 결과는 ‘내 탓이오, 내 탓이오!’였다.
   새삼 옛 선비들이 어렵거나 힘들 때면 늘 되뇌며 살았다는 덕목 하나를 마음에 새겨본다.
 
   正己而不求於人則無怨정기이불구어인즉무원
   나를 바르게 하고 남에게 구하지 않은즉 원망이 없고

 

   上不怨天下不尤人상불원천하불우인
   위로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남을 허물치 않는다.

 

   먼저 나를 바르게 하는 일이 우선이다. 절기로 봐서는 초여름인데 날씨는 이미 무더위 속이다. 파란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손짓하듯 떠가고 있다.

 

 

김대원  -----------------------------------------------

   ≪수필과비평≫ 등단. ≪에세이문학≫ 완료추천. ≪월간 신문예≫ 시 등단. 수필집: ≪백학산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