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

하재열님의 수필집 『밥그릇 춤』을 소개합니다.

신아미디어 2019. 2. 16. 13:32

   비록 천기天氣의 오작동이라 수런대지만 순서도 없이 길가에 쏟아진 봄꽃아, 그래도 반갑다. 내가 너에게 내 길을 묻는다. 편하다.
   삶이란 원래 아슬아슬한 다리 위를 걷는 일 아니던가. 부운浮雲의 행로다. 그 길을 오늘 함께 걷는 이 있어 좋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처럼 푸근하니 부석浮石의 기운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길은 이어질지니, 이리저리 제 갈 대로 가면 될 일 아니냐며 억지 뱃심을 낸다. 어디 못 살 일이야 있으랴. 새재의 길에 누운 삶이 그래 왔거늘.
   결국, 모두 밥과의 전투에서 지고 말 일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황혼의 초원에서 내가 만든 밥그릇으로 순간이 될지언정 춤을 추는 짐승이 되고 싶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말로써 여전히 앓기만 하는 나와 마주친다. 갈수록 드센 날을 내미는 세상일이 버거워서이다. 들어주지도 않을 말을 왜 할까도 싶었고, 풀어내는 솜씨도 어설프기만 하다.
   부닥치는 곳마다 내 말은 더듬거렸다. 사는 밥그릇 깨지 않으려면 그릇 놓인 곳의 말을 잘해야 하는데 난 그런 재주가 없다. 재기만 하다가 뒤쫓는 헛말을 자주 했다. 하고 싶은 말은 늘 가슴 한쪽에 쓸려 뭉글거렸다.
   난 그 말을 다듬으며 사는 이유 하나쯤 건져보려 땀을 흘린다. 입다물 일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나이 든 가슴도 울렁인다.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시절 바람이 여기저기서 나를 건드린다. 시비를 걸어봐도 제대로 드러내 보일 수가 없으니 바위 치기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나선다.
   오늘 세상이 미덥지 못하다. 귀를 흔들고 지나가는 말들이 불안하다. 어려웠어도 지금껏 먹고 살아온 이 땅의 밥그릇을, 내 밥그릇을 지켜주지 못할 것 같아서다. 하여 허공에 던지는 돌팔매 같은 말도 해가며 사는 일이 안온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하재열님경주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다님, 영남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수필과비평》에〈가을 장미〉로 등단(2012),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 수필문예회 회원(회장 역임), 대구수필가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 (현)대구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현)대구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학창 시절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마음만 내었다. 대구시에서 공직을 맡았고, 대구도시철도공사 전무이사를 끝으로 일을 벗었다(2011). 지금은 글을 쓰고, 때로는 그림을 그린다. 첫 수필집《거꾸로 도는 건 누구일까?》(2015)를 펴냈고, 무술년, 가랑잎 날리는 늦가을《밥그릇 춤》을 펴낸다.

 

 

목    

책을 펴내며

목련은 달을 이고
봄꽃 하나 붙들려 했는데
그리 사는 것이네
봄 까치는 오는가
늙은 로맨스
주검을 어찌할꼬
남지장사南地藏寺의 봄
馬 피에로
견공의 생각
고지기 소리
길 묻는 일
늦바람 전展
역신疫神에게 고하노니
수막새
손자 생각, 할배 생각 

허언은 아닙니다
물이 물 타령하다
군에 갔다 온 남자들에게
사야가沙也可의 노래
누구는 다 알고 지내는가
반란의 몸
그릇 소리
한 시절 사람들
두 손바닥 틈새
섬망譫妄의 낯
휴전선의 봄, 그 고무줄놀이
내 것과 네 것
중국말 중국 처녀
부석浮石
어디서 본 사람 같은데요
새재엔 비가 내리고
다시 불일암으로
망상妄想 세상
왜 만나는 거지?
외인부대
어머니 이삿짐
나 몇 살이라고 해야 하지?
은행잎 날리는 날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설연화雪蓮花 배달합니다
풀빵 오찬
밥그릇 춤
그래도 에는 땅이라니
허 생원의 웃음
효자라고, 내가?
흔들리는 땅이야
세상에 이런 일이
빈대 일곱 마리
보상국補償國
관동팔경 볼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