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좋은수필/현대수필가100인선 엿보기

[월간 좋은수필 2018년 4월호, 현대수필가 100인선 엿보기] 초록, 너는 번지지 마라 - 박장원

신아미디어 2018. 11. 25. 16:03

"초봄의 새벽은 너무 짧다.  뒤척거린다.  다만......  초록, 너는 번지지 마라.  꽃이 떨어진다.."














   초록, 너는 번지지 마라   -   박장원


   이른 봄날.
   꽃길을 걷는다.
   바람은 아직 찬데, 물 오른 나뭇가지에서 툭툭 터지는 연분홍.
   아이 웃음 같은 순전한 꽃 피움.
   어찌 화사한 꽃이 먼저 터지고, 푸른 잎새가 그 뒤를 이을까. 저런 어우러짐의 멋을 언제나 알게 될까.
   꽃 지면 초록이 샛바람처럼 밀려든다.
   그러고 보니 초록 꽃이 있던가.
   간밤 빗소리.
   이불 속에서도 꽃들이 와르르 졌음을 알겠다.
   꿈만 꾸다가, 꽃으로만 피우려 하다가......
   복사꽃 피는 도원에서 다들 그렇게 살고 싶다.
   바람처럼 물처럼 초록의 파문에 고개가 움츠러진다.
   그래야 열매를 맺는다지만, 피하고 싶다. 그러나 어쩌지 못한다.
   초봄의 새벽은 너무 짧다.
   뒤척거린다.
   다만......
   초록, 너는 번지지 마라.
   꽃이 떨어진다.



박장원 님은 1993년 《수필문학》 등단. 수필가, 문학평론가. 수필집: 『양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