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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인간과문학 2013년 겨울호, 수필] 마음의 도장 - 김상환

신아미디어 2014. 10. 30. 23:58

"다섯 손가락처럼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잡초도 쓸모가 있다는데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여 제외시켜 버린다면 이 사회는 지탱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서로 인정해주며 규칙을 존중하고 절대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줄 때 비로소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여기서 상호협력의 바탕이 되는 신뢰란, 어떤 문서나 말로써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도장을 찍는 일이다."

 

 

 

 

 

 마음의 도장        김상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났었다. 평양 모란봉구역에서 남북정상이 악수를 나누는 역사적인 순간인데도 어쩐지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선입관 때문일 것이다. 
   악수는 상대에 대한 믿음과 친밀감의 표현이다. 또는 축하나 환영하는 뜻을 나타내는 손으로 하는 언어이다. 이는 서양의 인사법으로 옛날 무기를 지니고 다니던 시대에 서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표시였다고 한다.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오른손이므로 손을 내밀어 상대방을 안심시켰던 것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형無形의 마음 대신, 선서를 하거나 손을 흔들어 주고 거수경례를 하는 등, 손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는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하고, 어른이 되면 손도장을 찍어 중요한 약속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뜻을 같이한 사람들끼리 공동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는 행위를 가리켜 손을 잡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손은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순수한 언어다.
   그런데 내가 핸드가라오케를 개발하고 사업자금이 부족하여 손을 잡았던 사람은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 버렸다. 자기가 먹고 있던 음식도 나누어 줄 것 같던 사람이었는데, 아마도 손만 잡고 마음을 잡지 못한 탓이었던 듯싶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고향선배가 돈을 빌려가면서 부모님 산소자리를 팔아서라도 꼭 갚겠다고 내손을 굳게 잡고 약속 하더니 이웃사람도 모르게 행방을 감추어 버렸다. 평생 동안 쌓아온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잠시 실망을 했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손보다는 손해를 보는 손이 더 낫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믿을 신信자는 사람인人 변에 말씀언言자가 결합되어 있다. 이를 보면 ‘사람의 말에는 반드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말보다는 손을 더 믿는 경우가 많다. 서약을 하거나 계약을 체결할 때, 최종적으로 약속을 재 다짐하는 뜻으로 악수를 한다. 여기서 악수는 곧 마음에 도장을 찍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으면 한낱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흔히들 손은 인체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손바닥에 있는 손금은 운명, 손가락의 지문은 개성을 나타낸다. 이처럼 지문과 손금은 사람의 겉모습처럼 똑같지 않다. 그래서 손은 그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이 되며 능력과 인격을 대표하고 성격과 직업, 인생을 반영하기도 한다.
   손의 기능은 사실상 손가락의 기능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손보다는 다섯 손가락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이치를 손가락이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가락은 각각 다른 모양과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협조하고 화합하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서로 힘을 합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가벼운 물건도 들어 올릴 수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손가락의 길이가 똑같거나, 그 기능까지 모두 같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선 물건을 집거나 섬세한 일은 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손과 손은 서로 꼭 잡고 있을 때 믿음이 가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손가락과 손가락은 서로의 간격을 빈틈없이 좁히고 허리를 함께 굽혔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무엇보다 오른손은 왼손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두 손이 보다 발전적이고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새로운 손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은 손과 손의 만남 속에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손과 손이 배신하지 않고 서로 도와 갈 때 더욱 밝은 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내가 새 상품을 개발한다고 한창 바쁠 때 왼쪽 팔목을 다쳤었다. 하루가 급한 일들이 많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봤다. 그러나 왼손의 도움 없이 오른손만으로 하려고 하니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양손 중에 왼손은 오른 손에 비해 미숙하고 가끔 보조역할이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두 손으로 하던 일을 그 절반도 할 수가 없었다.
   세상일이란 손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함께 있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헤어져 있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다섯 손가락처럼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잡초도 쓸모가 있다는데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여 제외시켜 버린다면 이 사회는 지탱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서로 인정해주며 규칙을 존중하고 절대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줄 때 비로소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여기서 상호협력의 바탕이 되는 신뢰란, 어떤 문서나 말로써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도장을 찍는 일이다.

 

 

김상환  ------------------------------------------------

   《월간문학》 수필 등단, 월간 《문학공간》 시조부문 신인상, 《수필과 비평》 신인상, 샘터사 샘터상(생활수기부문), 타고르문학상(수필부문), 여성문예원 공모전(수필부문), 브레이크 뉴스 문학예술상(시 부문), 대표에세이 문학상, 수필집 《쉼표는 느낌표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