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비평 12월호[제146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는 농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수필과비평≫은 작품수준, 신인다운 치열한 작가정신, 앞으로 창작활동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신인상 당선작을 결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김상태, 서정환, 박양근, 유인실
수상작
|김영란 <장아찌, 그 기다림의 맛>
|이행희 <기한부 집순이>
|현정희 <조약돌의 사상>
신인상 심사평
김영란-<장아찌, 그 기다림의 맛>
앨빈 토플러가 현대를 ‘제3의 맛의 시대’라고 지적한 것을 상기시키며, 장아찌의 맛을 그에 견주고 있다. 소금으로 맛을 내던 시기가 1기라면, 양념으로 맛을 내던 시기가 2기, 그 다음은 담금과 삭힘으로 맛을 내던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원재료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며 익히지 않고 오래도록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음식이 바로 장아찌”라고 한다.
김영란 씨는 현재 대성동 비무장 지대에 살고 있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도 우리와 꼭 같은 산과 들녘이겠지만 어쩐지 인간으로 오염이 덜된 자연 속에 산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원래 서울에서 자라고 교육받았지만 대성동에 사는 남편과 만나 농부의 아내로서 알뜰하게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대성동 주민이 되어 이웃 사람의 신뢰를 한몸에 받으며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굵은 엄나무 가지에 찔리면서 나물을 채취하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좀 더 자연과 친해지면서 좋은 작품을 쓸 것으로 기대된다.
“장아찌는 기다림의 음식이다.”라고 선언한 그녀는 그 진리를 세상사에서도 그대로 적용한다. 그 말에 필자가 더 보탠다면 작품 역시 기다림의 음식과 같다. 좋은 수필을 쓰려면 기다려야 하고, 마음에 담가서 숙성시켜야 한다. 좋은 작품도 맛있는 장아찌를 담그듯이 솜씨를 발휘해서 창작해 주기 바란다. 오랜만에 좋은 수필을 만나게 되어 선자도 매우 기쁘다.
이행희-<기한부 집순이>
이 작품은 중년의 여성이 거치는 심리적 동요와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소재로 삼고 있다. 갱년기를 다루지만 지랄총량법칙이라는 신선한 위트와 유머를 차용한 기법으로 여성심리를 새롭게 풀어내는 맛깔스러운 글이다. 집순이로서의 성실한 주부의 일상과 생활의 변화를 심리에 맞추어 변화시킨 구성력도 남다르다. 특히 보도블록을 지날 때 드륵륵거리는 여행가방의 소리를 두고 “가방도 남은 지랄총량을 쏟아내는가 보다.”라고 풀이한 것은 사물에 투사하는 좋은 성찰의 예라고 하겠다. 수필은 이러한 구성력 소재의 해석과 개성적인 문장이 상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신인상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앞으로도 더욱 진지한 작가의 자세를 지켜나가기를 당부한다.
현정희-<조약돌의 사상>
작가는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무슨 이야기를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때 대체로 어떤 방식으로 글을 끌고 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다. 그리고 글의 흐름에 일정한 논리적인 맥락을 부여하면서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면서 소통하는 방식을 찾게 된다. <조약돌의 사상>을 치밀한 계획하에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한 잘 짜인 글이라 할 수 있다.
조약돌이라는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력으로 모든 존재의 만남에 필연성이 있고, 따라서 그 만남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잘 전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조약돌에서 수억 년 전의 숨결을 상상하고, 그 영겁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조약돌에 부여된 무수한 가치들을 적절하게 안배하면서 주제를 잘 구현시키고 있다. 이 글은 소재에 대한 해석력, 화소의 적절한 배치, 글의 짜임새 등이 지적인 요구를 만족시켜줌으로써 작품의 미적 품격을 잘 드러낸 글이라 할 수 있다. 기꺼이 선에 넣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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