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다른 모습과 개성으로 태어난 것은 제각각 다른 할 일들이 있어 이 세상이 조화롭기 위해서이다. 그리 길지 않는 세상살이를 내 한 몸의 생김생김에 치중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태어난 모습 그대로, 건강한 육체를 지니고, 자신 있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기 좋은 세상은 예쁘고 잘생긴 얼굴보다 생긴 대로 살면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생긴 대로 - 형효순
글을 한 편 쓰고 이 가지 저 가지 쳐내고 보니 뼈대만 남았다. 너무 썰렁해 보여 다시 가지를 붙이고 잎을 달아보니 불협화음이다. 무엇을 말하려고 그토록 밤새워 앉아 끙끙댔는지 몸도 쑤시고 아프다. 물리치료를 받을까 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그곳에 인공뼈로 된 사람 형상이 서 있다. 살을 붙인다면 요즘 한창 인기 있다는 짐승남이 될 것이고 여자라면 팔등신 미인이 될 것 같다.
사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여자는 미모의 기준이 마른 편에 속할 만큼 가벼운 체중에 라인이 살아야 만족하게 된 요즘 세태다. 짐승남에 얼짱, 몸짱이란 신조어가 생기고 거기에 맞게 운동을 하느라 먹고 싶은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각종 다이어트 음식과 약들이 과대광고되어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돈만 낭비하면 다행이지만 간혹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으로 한평생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다.
최근 뉴스에 지방흡입 수술을 하던 40대 여성이 사망했다고 한다. 자신의 신체 조건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남들처럼 하고 싶은 몸짱, 얼짱에 대한 욕망이 부른 불행이다. 사실 요즘은 누가 누군지 헛갈릴 만큼 같은 눈, 같은 코, 같은 몸매로 어디선가 본 것은 같은 사람들이 많다. 원하면 뼈도 깎고 살도 붙이고 키도 늘인다는 세상이 되었으니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던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농수산물에만 자연산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사람도 자연산이냐고 물어보아야 한다니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얼굴 성형을 이십 번도 더하다가 결국 일그러진 얼굴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 양악수술을 받고 입도 벌리지 못해 우유나 죽을 먹고 살아야 하는 그 아가씨도 너무 심한 고통 때문에 자살할지도 몰라 밤마다 엄마 다리와 제 다리를 묶어놓고 잔다고 고백을 했다.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감수해야만 할까. 무대에 서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사람들이 건강한 몸과 얼굴에 칼을 댄다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못생긴 얼굴은 사회생활 하기에 어려운 시대가 되었나 보다. 성형외과는 방학이 되면 남녀 대학생들로 예약이 꽉 채워진다고 하니, 예쁘고 잘생긴 인생을 사는 것이 이제는 돈과 과학의 힘이 되고 말았다. 성형도 자랑이 되었고, 성형을 시켜주지 못한 부모는 능력도 없게 되었다. 성형을 하고 들어선 딸에게 딸 친구가 찾아온 줄 알고 우리 딸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입이 돌출된 여직원이 입사를 하게 되자 상관이 핸드폰에 ‘입나온’으로 저장을 했단다. 어쩌다 그것을 알게 된 여직원은 수천만 원을 들여 성형을 하고 당당해졌다고 했다. 나이 든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모임에 나가 주름살이 많으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제는 주름살이 연륜의 아름다움이 아닌 가난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원래 성형의 의미가 멀쩡한 몸을 고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이나 사고로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이라 했는데 의학의 발달은 환영할 일이지만 멀쩡한 몸에 칼을 대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의 불행이기도 하다.
성형이 보편화되면서 요즈음은 성형 예찬론자들도 있다. 외모에 자신감이 생기면 하는 일이 잘되니 한 사람의 인생만 아니라 국가의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될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사람들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아름답다는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원만하게 조화되어 감각 감정에 기쁨과 만족을 줄만 하다는 것인데 마음은 없어지고 몸만 남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넘쳐날까 우려해 본다.
모두가 다른 모습과 개성으로 태어난 것은 제각각 다른 할 일들이 있어 이 세상이 조화롭기 위해서이다. 그리 길지 않는 세상살이를 내 한 몸의 생김생김에 치중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태어난 모습 그대로, 건강한 육체를 지니고, 자신 있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기 좋은 세상은 예쁘고 잘생긴 얼굴보다 생긴 대로 살면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형효순 -----------------------------------------------------
≪수필과비평≫ 등단. 수필집: ≪재주넘기 삼십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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