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수필과 비평/수필과비평 신인상 수상자

월간 『수필과 비평』 2019년 2월호[제208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신아미디어 2019. 2. 11. 17:47

수필과 비평』 2019년 2월호[제208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는 농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수필과비평≫은 작품수준, 신인다운 치열한 작가정신, 앞으로 창작활동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신인상 당선작을 결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  김지헌, 엄현옥, 유인실



     | 송순애  <평복리 이야기>
     | 안길웅  <대추나무와 입동>
     | 이은례  <고드랫돌과 무명 틀>
     | 이조환  <내 안의 아이>

 

 


신인상 심사평


송순애 - <평복리 이야기>
   이 글은 ‘평복리’라는 마을의 지명을 이야기의 중심축에 두고 전개되는 형제자매에 얽힌 따뜻한 이야기이다. 치열한 삶의 정면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고단한 삶의 여정이 지나고 난 후 현실과의 긴장에서 어느 정도 물러나 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화자는 관리를 제대로 해 주지 않아 보잘것없는 열매를 달고 있는 복숭아를 맛보면서 오빠의 지난 삶을 불러온다. 비록 제때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병충해 약도 뿌리지 않아 때깔 좋은 상품성은 없는 못난이 과일이지만 그곳에서 일구어낸 오빠의 좌절과 눈물, 땀의 열매는 결코 하찮지 않음을 “유기농 복숭아”와 등치시킨다. 오빠의 삶을 기억하는 시선과 묘사가 따뜻하다. 흔히 가족애가 이야기의 수면에 오를 때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서사에 감정이 지나치게 고양하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데 이 글은 평범한 가족애를 통해 따뜻한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내고 그 디테일을 견인하는 문장의 견실함이 가볍지 않다. 글을 잘 쓸 것이라는 신뢰와 기대가 크다.


안길웅 - <대추나무와 입동>
   안길웅의 수필 <대추나무와 입동>에는 생명을 가진 나무(자연)를 대하는 그의 관점이 있고, 전통적 의식(남편)과 현대적 의식(아내) 사이의 갈등이라는 다른 주제도 내포되어 있다. 대추나무가 감나무의 영역을 점령하자 갈등하면서도 산 나무를 뽑아낼 수 없다는 그와, 실용적인 측면에서 왕대추나무는 별 가치가 없다는 아내의 생각이 충돌하고 있는 양상도 좋다. 그러나 이 수필의 매력은 부부의 갈등을 통해 드러나는 안길웅의 의식에 새겨진 전통 문화적 습성에 있다. 대추나무를 베라고 독촉하는 아내의 성화에 세시풍습 사전을 꺼내놓고 보는 것이나 ‘예부터 집안에 나무를 심거나 캐 낼 때는 고사를 지내며 액풀이를 했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다. 흥미로운 것은, 나무(자연)도 생명이어서 함부로 제거할 수 없다는 표층적 주제가 완성되어가면서 행간에 숨어있던 그의 전통적 사고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주제를 향해 차분하게 밀고 나가는 사건의 진술로, 서사를 직조하는 힘을 느끼게 해서 작가로서의 출발에 신뢰가 간다. 축하하며 장점을 잘 살려 좋은 작가가 되기 바란다.


이은례 - <고드랫돌과 무명 틀>
    <고드랫돌과 무명 틀>은 희미한 석유 등잔불 앞에서 수를 놓으며 공부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회상에서 시작하여 어머니를 도와 베를 짜고 5일장에 내다팔았던 기억으로 확산된다. 퇴적된 과거의 경험을 환기하는 일은 화자가 성인이 되어 강화 특산물인 화문석 꽃자리 매는 일로 전통을 이어가는 단서로 작용한다.
   수필에서 과거를 소환하는 것은 그 시절의 경험을 단순히 되살리는 일은 아니다. 기억의 환기를 통해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되며 의미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자아반영적이며 자전적인 요소가 녹아있는 이 글은 하나의 제재를 통한 통일성 있는 주제화에 접근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문학의 재료로서의 경험자체보다는 경험의 구성과 해석에 대한 작가만의 관점이 필요하다. 제재와 주제를 아우르는 함축성과 주제를 대변할 수 있는 제목에 대해 민감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신인상 당선을 축하하며, 등단을 계기로 작가만의 삶의 연륜이 깃든 작품세계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이조환 - <내 안의 아이>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환기시키는 점이 심사자의 시선을 끄는 글이다.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세상을 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때 트라우마로 남았던 기억을 다시 연극 속으로 투여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화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큰 병폐로 자리잡은 권력의 속성과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의 교호 관계를 자신의 경험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환기시킨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던 선생님의 두터운 신임과 아이들의 절대적인 복종을 받는 독재자 ‘엄석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공포감. 그 기억, 경험이 성인이 되어 어떤 마음의 작동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속성과 그에 무기력한 모습은 우리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또 다른 나’이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함을 생성해 내는 질문들이 힘차다. 문학으로의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