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필과비평』[2018년 10월호, 통권204호 I 지상에서 길찾기] 노년의 삶과 지혜 - 김연복
“장군의 용감무쌍한 무장의 기백과 명예는, 노년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어, 나처럼 살라 지금도 당부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투철한 애국정신과 꿈, 정의는 영원하리라는 마지막 이임사가 가슴 깊이 울려, 나도 노년의 삶을 그렇게 살고자 굳게 다짐해본다."
노년의 삶과 지혜 - 김연복
사람들은 한 해를 맞이할 때마다 보람된 삶을 살자고 다짐하지만, 세모에 뒤돌아보면 누구나 뜻대로 살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 십상이다.
기쁨보다 슬픔, 형통함보다 곤고함,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인간의 삶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일생은 너무나 짧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한 삶이기를 소망하지만, 세상사가 인간의 뜻대로만 되지 않아 각양각색의 삶을 살다 죽음으로 세상과 작별한다.
젊은 날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꿈과 욕망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다, 노년 되어 뒤돌아보면 시행착오로 갈등하며 자책과 후회를 한다. 더욱이 남은 날을 계수하면서 허무와 회한悔恨 속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와 저명인사들이 지은 죄 때문에 자살하고, 감옥에 수감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았고 여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깊은 성찰省察과 사고思考가 필요한 때요, 세상이다.
마지막 길 노년의 삶이 더욱 보람되고 거룩해야 하는 것은, 역사적 위인과 선배들 삶과 죽음을 보면서 더욱 절감하게 된다. 세상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보람된 삶을 살겠다는 결단이 필요하고, 이를 실행하는 삶이 노년의 지혜임을 깨달아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고 그리는 이상향은 세상에 없으며, 죽음을 생각하고 산다면, 탐욕과 이기심에서 벗어나, 곤고한 세상 삶이 조금은 위로가 될 것도 같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두보는 시 <곡강曲江>에서 읊었지만 나는 고희古稀가 되어서도 노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며 분주한 삶을 살았다. 경로당은 나와는 상관없는 복지 시설로, 할 일 없는 노인이 모여 잡담이나 하는 곳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경로당 재정을 살펴보면서, 노인의 쉼터인 경로당과 노인회가 얼마나 중요하고 봉사가 필요한 곳인가를 알게 되었다. 사람이 세월 따라 노인이 되는 것은 정해진 순서로, 마지막 활동 무대가 노년의 쉼터이기도 한 경로당이다. 풍요로운 노인의 삶을 위해서는 회원들의 협동 단결과 가족들의 봉사와 헌신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웃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횡적인 희로애락의 시간 속에 생로병사의 종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의 일생을 초로인생草露人生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하고, 노년의 삶이 소중하고 지혜로워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 같다.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기억하라≫는 원로 수필가 관여觀如 맹난자 선생의 수필집을 읽은 적이 있다. 작가는 삶과 죽음의 명상에서, 살아있는 사람이 죽음을 생각하고 세상 삶을 살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리라는 소망과 화두話頭였다.
나는 소년 시절 맥아더 장군의 전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내 삶의 모델로 삼아 경의를 표하며 성장했다. 청년 시절 빨간 머플러로 불리던 전투 조종사의 꿈을 꾸며 공군사관학교에 응시했으나, 당시 연좌제連坐制에 걸려 실패한 응어리가 아직도 가슴속 여한으로 남아있다. 그 후 창공의 푸른 꿈을 접고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신념으로 농촌과, 농민을 위한 농협인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다 정년퇴임하고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장군의 명예와 위대함에 비할 바 없는 미미한 삶의 여정이었고, 여생餘生이 몇 년이 될지 모르지만, 나는 작가의 꿈을 가꾸며 노년의 삶을 살고 싶다. 그것이 죽지 않고 사라지는 영원한 메아리로, 꿈을 꾸는 멋진 삶으로 남아 있을 것만 같아서다.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 꿈을 꾸는 자는 결코 죽는 법이 없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대통령과 국민에게 전한 고별 연설문 중 멋진 한 구절이다. 퇴임 후 대통령직을 요청받았으나 마다하고, 군인의 명예를 지켰으니 노년의 마지막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보여준 인간 승리의 참모습이다.
장군의 용감무쌍한 무장의 기백과 명예는, 노년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어, 나처럼 살라 지금도 당부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투철한 애국정신과 꿈, 정의는 영원하리라는 마지막 이임사가 가슴 깊이 울려, 나도 노년의 삶을 그렇게 살고자 굳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