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수필과 비평/수필과비평 신인상 수상자

월간 『수필과 비평』 2018년 10월호[제204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신아미디어 2018. 10. 6. 16:49

수필과 비평』 2018년 10월호[제204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는 농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수필과비평≫은 작품수준, 신인다운 치열한 작가정신, 앞으로 창작활동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신인상 당선작을 결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  박진희, 유인실, 엄현옥



     | 서성수  <반지와 과메기>
     | 이홍선  <놋그릇 애가哀歌>
     | 조계선  <비둘기가 이소한 날>





신인상 심사평


서성수 - <반지와 과메기>
   이 글은 우선 긴장감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목에 등장하는 ‘반지’와 ‘과메기’는 이 글을 이끌어가는 주요 모티프이지만 둘 사이에 어떤 관련성을 찾기는 어렵다. 이처럼 거리가 먼 두 대상 간의 연결로 제목에서부터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제목에서 조성된 긴장감은 “쫓겨날 일이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단에서 심화·증폭된다. 마지막 문단에서 구사하고 있는 상상적 이미지는 체험의 문학이라는 수필의 틀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경지를 보여준다.
   이글에서 ‘반지’는 열정에, ‘과메기’는 경제력에 관련되는 상관물로 등장한다. “반지를 팔아 과메기를 사 먹는다.”는 문장에서 이 두 대상은 결혼을 유지하는 내·외적 요인의 관계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부부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힘은 열정이 아니라 믿음과 배려라는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주제를 ‘반지’와 ‘과메기’의 낯선 관계로 풀어내고 있어 참신하게 읽힌다. 글감을 다루는 솜씨, 참신한 상상과 위트 등 글을 쓰는 데 유용한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들을 잘 운용할 수 있는 꾸준한 정진을 당부하며 등단을 축하드린다.


이홍선 - <놋그릇 애가哀歌>
   이 글은 놋그릇에 대한 서사를 끌고 가는 화자의 시선에 호감이 간다. 명절이 다가오면 어머니/나의 놋그릇 닦는 일, 결혼 후에 4대 봉제사를 해온 집안에서 놋그릇을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바꾼 일, 그리고 나이가 들어 다시 놋그릇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설정으로 이어지면서 메시지를 구축해 간다. 여기에서 놋그릇은 단순히 음식을 담는 그릇의 의미라기보다는 속도와 편리함으로 치닫고 있는 ‘세태’의 징후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놋그릇이 오랫동안 우리 가정의 생활용구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 따뜻한 밥의 온기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 고급스럽다는 점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가 가져온 병폐로 잃어버린 우리 생활문화의 위기감을 드러내는 은유로 작용하였다. 본원적인 삶의 가치와 우리의 공동체적인 정서를 환기시키는 과정이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여 자기의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해 가는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조계선 - <비둘기가 이소한 날>
    이 글은 화자의 집 에어컨 실외기에 둥지를 튼, 어린 비둘기에 관한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어미가 물어 나르는 먹이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여 결국 둥지를 떠나는 ‘이소離巢’의 과정을 바라보는 화자의 소회가 남다르다. 화자는 새끼 곁을 맴도는 어미 비둘기를 부모의 마음으로 지켜보는 심정과 장마철에 집을 지저분하게 만든 비둘기가 떠나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심리 상태에서 갈등한다. 이소 과정의 묘사와 자신의 경험 고백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의미 찾기는 ‘성선설을 믿을 것인가 성악설을 믿을 것인가’ 하는 자아 성찰로 이어진다.
   문학이 의식주와 같이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닐지라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더불어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 변환은 인간이 자연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닌 오히려 거기에 깃들어 사는 존재임을 자각게 한다. 문학 나름의 방식으로 생태 중심주의에 접근하기 위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