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좋은수필/좋은수필 신인상 수상자

월간『좋은수필』 2018년 신인상을 수상하신 '유현주'님을 소개합니다.

신아미디어 2018. 10. 5. 11:00

"조율" 작품으로좋은수필』 2018년 신인상을 수상하신 '유현주'님을 소개합니다.      




  

<심사평>


   수필이란 삶에 대한 작가의 인생관을 보여주는 자전自暷이라 할 수 있다. 평범 속에서 비범한 진실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인식과 성찰이 배제된 일상적 삶만 그려낸다면 단순한 서술로 그치고 만다. 다시 말해 무엇을 소재로 삼는가보다는 어떻게 소재를 읽어내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면 유현숙의 ‘조율’은 가볍지 않은 소재를 천착하여 주제를 밀고나가는 힘이 탁월했다. 어린 시절 농사꾼 아버지가 장구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미 있는 필력으로 그려낸 수작으로써 《좋은수필》지의 당선작으로 손색없음을 평가한다.
   유현숙은 오동나무 장구를 만드는 아버지의 장인정신과 조율을 거든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제대로 된 조율이야말로 시간과 공이 “완벽에 닿는다.”는 이치를 절감한다. 잘 조율된 울림을 “오동나무의 바람소리”와 “못 다한 소 울음”으로 해석한 점과 “소리의 티”를 골라내는 조율의 중요성을 개성적 문장력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였다. 나무가 장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립된 개체가 전체의 부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버리고 바꾸며 합의를 해야” 하는 인생론을 심도 있게 구현하였다. 나아가 작가의 경험적 삶을 인생 “조율”과 병치시킨 점과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조율 장치”로 제시한 점은 유현숙의 내적 감성과 소재의 해석력이 남다르다 하겠다.
   부단하게 정진하기를 기대하면서 더욱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김정화)

 

《좋은수필》 신인상 심사위원  강호형, 서숙, 김정화, 노혜숙

 

 

 

<당선소감>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내 백일장에 처음 참가했다. 청소 당번이라 늦게까지 교실에 남아 있던 날이었다. 선생님께서 오시더니 글쓰기 반에 빈자리가 생겼다며 참석하라고 하셨다. 순전히 자리 메우기일 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다음날 열린 백일장의 주제는 ‘새’였다. 아버지께서 독수리가 먹이를 잡을 때 어떻게 하는지 말해 주셨던 기억을 끌어내 옮겼다. 아무도 내가 입상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나조차도 교실을 나와서 바로 잊었는데 수상식을 할 때 금상에 이름이 불렸다. 그때부터 웅변과 계몽 원고는 도맡아 썼다. 특히 내 원고로 웅변을 한 친구는 언제나 수상권이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스무 살 때 우연히 ‘여성동아’에서 소설을 공모한다는 기사를 봤다. 컴퓨터가 흔하지 않던 때였다. 앉은뱅이책상에 타자기를 놓고 원고지 1300장을 썼다. 지금 생각해도 기가 찰 정도로 정신없는 짓이었다.
   결혼 후 안주를 하면서 먼지 낀 습작 노트를 열어 보았다. 언제 적었는지도 모를 것들이 설렘과 흥분으로 다가왔다. 타자기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 무모했던 때로 돌아갔다. 마침표를 찍을 때의 희열과 한글 창을 채울 때의 행복을 무기 삼아 치열하게 자신과 싸웠다. 그랬더니 어느 봄날 마침내 호명이 되었다.

   이제 나의 궤적들을 수필로 풀어보려 한다. 그 길을 열어 주신 《좋은수필》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문제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어려운 분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단히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