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비평 2018년 06월호, 통권200호 I 세상 마주보기] 우주의 숨결 - 류재연
"아, 나는 세상에서 우주를 가진 부자다. 우주를 숨 쉬고, 우주를 가슴에 안는다. 한없는 평화와 고요가 가슴에 가득하다."
우주의 숨결 - 류재연
사위가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삶의 에너지가 솟구쳐 오르는 것 같다. 녹색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내 몸이 얼마나 원하고 바라던 힐링의 기운인가. 맑은 물에 청색 잉크가 번지듯 온몸에 퍼져나간다.
목마른 자가 한 모금의 물이 필요하듯 내 몸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안다. 나를 치유해 주는 힐링 숲을 찾았다. 나를 치유해주는 최고의 의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그 의사는 내 안에 존재하는 고차원적 생명력이다. 심장을 하루에 십만 번씩 뛰게 하고, 지구의 두 바퀴 반이나 되는 혈관에 혈액을 쉬지 않고 흐르게 하는 것이 바로 내 몸 안의 의사가 하는 경이로운 일이다.
그뿐인가, 우리 몸은 늘 강물이 흘러가듯 새롭게 흘러 췌장이 하루 90%가, 위벽은 3일 만에, 피부는 5주에, 두개골까지 3개월이면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고 하니 신비하지 아니한가. 이것이 바로 내 몸 안의 고차원적 생명력인 자연치유력이다.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어떤 힘, 절대적인 힘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힘은 세상의 어떤 약이나 수술보다 강력하며 전혀 부작용이 없다. 이 힘은 늘 신선하게 가득 채워져 있으며 누구나 공짜로 언제 어디서든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갖다 쓸 수 있다.
자연은 언제 찾아가도 늘 그 자리에 신선한 우주의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집 나간 자식을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으로 한없이 기다려주고, 넉넉한 품으로 안아준다. 인간도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응집된 에너지체인 만큼 손쉽게 자연에 공명하며 동조화된다.
무거운 몸을 힐링하기 위해 녹색 세상에 놓여있는 ‘거꾸리’ 위에 몸을 눕혀 두둥실 하늘에 떠서 녹색 기운을 마셔본다. 녹색 에너지가 부드러운 바람결 따라 뭉클뭉클 내 몸을 어루만진다.
무변광대한 하늘이 살아 숨 쉰다. 나도 하늘의 한 숨길에 매달려 같이 호흡한다. 하늘을 숨 쉰다. 내가 언제 하늘을 숨 쉬어 보았는가.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무의식적으로 숨 쉬며 살지 않았는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통해 내 존재를 자각하고 내 숨길을 바라보며 숨 쉬어 본다. 이 숨길에서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 싶다. 내 숨통이 트일 때 나는 하늘과 하나가 되고 우주 만물과 하나되고 싶다. 이 숨 속에 너와 나는 하나로 새롭게 만나고 싶다. 숨을 통해 이 모두를 깨닫고 싶다.
가슴에 맑은 하늘이 고인다. 마음이 깊은 바닷속같이 한없이 고요하고 편안해진다. 몸이 구름되어 허공 속에 두둥실 떠서 무아상태가 되어 흘러가는 듯하다.
코끝을 스치는 향기가 있다. 작은 꽃송이가 나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 앙증맞은 작은 꽃 한 송이, 이것이 바로 우주의 아름다움, 경이로움이다. 꽃 한 송이에 우주의 신비가 스며 있다. 우주의 숨결이 느껴진다. 가슴이 벅차다. 가슴 깊이 그 심오한 기운을 느껴 본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영혼까지 맑게 하는 대자연의 소리가 듣리는 듯하다. 마음의 귀를 여니 지구 끝에서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꽃이 피는 소리 대자연의 오묘한 생명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풍요의 대표작이 우주라 하지 않던가. 가슴을 열어 우주의 풍요를 느끼면, 경이와 기쁨과 환희뿐만 아니라 건강과 최고의 부와 성격까지도 온순해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주의 거대한 에너지를 받아 우주와 동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와 한 몸이 된다. 세상적인 욕심도 감정도 내가 누구인지 이름도 나이도 성격도 모른다. 오직 생각도 감정도 사라진 무아의 지경이다. 세상 시름이 여기서 어디에 깃들겠는가. 이 경이로운 행복과 고요가 바로 여기 있는데 무엇을 잡으려고 그렇게 쫓기듯 허둥대며 살아야하는가.
아, 나는 세상에서 우주를 가진 부자다. 우주를 숨 쉬고, 우주를 가슴에 안는다. 한없는 평화와 고요가 가슴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