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

중년여성의 애환, 사회고발 소설을 써온 김재순님이 사랑에 대한 환상을 『바람의 무늬』를 통해 수줍게 꺼내봅니다.

신아미디어 2018. 7. 10. 23:24

   봄은 꽃으로 환해졌습니다. 꽃의 아름다움이 언젠가는 지고 말 것을 알 듯이 나이들어가면서 글도, 마음도 조금씩 겸손해집니다.
   선배님, 혹은 동료작가들의 사랑을 다룬 작품을 읽으면서 저도 써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습니다
   등단 즈음부터 줄기차게 중년여성의 애환, 사회고발 소설을 다루어왔고 사랑이라는 소재는 씩씩하고 음성이 우렁찬 저와는 어쩐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사랑에 대한 환상을 수줍게 꺼내 보았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오늘, 꽃잎은 떨어지고 그 자리에 빗물이 되어 가만히 눕고 싶습니다.

 - 책머리에


책속으로

   지속적으로 달리는데 상상력이 에너지가 된다. 스치는 풍경을 감상해도 좋고 암산을 해도 괜찮다. 아무런 전략도 없이 묵묵히 달리는 건 재미없는 일이다. 달리며 일으키는 바람과 불어오는 바람에 마주친 땀이 마구 몸 밖으로 흩날린다. 운동 전부터 체온이 높으면 운동 능력이 떨어지게 되어서 주로 반바지 차림으로 달린다.
   그때의 기억 사이로 음성이 들린다.
   “차 마시러 갈까요?”

(p. 19)

   내겐 이미 죽는 날까지 아무리 외로워도 기다림이란 없고 당연히 문은 굳게 잠겨 있다. 더께진 시간으로 문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어 다시 그 위로 세월은 무심히 지나갈 것이다. 문득 천형이었네, 중얼거리며 창밖을 보겠지, 계절은 때맞추어 재량을 드러내고 견고해진 장애는 중증으변해가리라.
   당신은 어디로 떠난 것이 아니라 내 방 창가에서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마음이 진정된다. 바람이 선득하다. 눈을 감고 손을 내민다. 오늘만큼은 취해야겠다.

(p.239)




목   차

1
오랜만의 외출

2
글 낳는 집
강릉가는 길
스토커

3
충돌
흐린 세상길 건너기

4
까마귀
마지막 기억
바람이 머물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