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2015년 9 · 10월호, 여행작가 신인상 당선자] 청사포의 파도에 밀려오는 노래 - 김채석
『여행작가』 신인상 당선자
김채석 : 청사포의 파도에 밀려오는 노래
심 사 평 기행수필이 자리매김하기 위한 문학성 이번 호에는 김채석의 <청사포의 파도에 밀려오는 노래>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심사위원 전규태, 서정환, 유한근, 정선모 당 선 소 감
: 김채석은 등단 수필가이며 개인 블로그 <을숙도에 부는 바람의 노래> (blog.daum.net/kcs1279)에서 부산 이야기, 여행 산문, 문학 기행 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서간문 수필집 《형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다. 또한 문학모임 ‘에세이스트, 디다’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기행수필의 서두는 녹슨 철길, 달리지 않는 열차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조그마한 포구인 부산의 청사포가 이 기행수필의 모티프이다.
청사포라는 공간에 대한 지리적 소개와 이곳과 연관된 전설들을 재구성하여 서술하는 한편. 청사포 파도와 연결된 대마도와 현해탄 이야기로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다. 특히 임화의 시 <현해탄> 일 절을 소개하면서 식민 공간에서 불행하게 살아온 우리 젊은이들의 정서를 환기시켜 주고 있는 점이 좋았고, 이와 관련하여 오늘날의 우리 젊은이들의 미취업 문제까지 환기해준 점이 호감이 갔다.
그러나 이 수필의 제목이 의미하는바 ‘파도에 밀려오는 노래’를 해조음 속에서 들려오는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쇼팽의 녹턴, 타이스의 명상곡, 그리고 동요 <섬집 아기>의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작위적이라는 것보다는 감각적인 표현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청사포의 파도가 들려주는 음악성과 사유성을 좀 더 깊고 디테일하게 묘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또한 청사포와 연결된 작가의 체험담이나 정서가 부족하게 서술된 점도 아쉽다. 그러나 이것마저 없으면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기행수필이 문학의 한 장르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문학성도 함유해야 한다. 단순한 실용문으로써의 가치로 끝나지 않고 한편의 문학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감동을 담보로 해야 한다. 이 점을 주목했으면 한다.
《여행작가》 신인상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부탁한다.
미키스 데오도라키스가 완성한 이별의 슬픔을 담은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리스의 카테리니에 가고 싶었고, 김동리 선생의 <역마>를 읽을 때면 어디선가 예쁜 계연이가 성큼성큼 걸어올 것만 같은 섬진강변 화개장터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마다 출근길에 내 시선을 무시하고 떠나는 무궁화호 열차를 볼 때마다 가까운 기차역으로 달려가 자판기에서 기계적으로 흘러나오는 커피보다 더 따뜻한 승차권을 손에 쥐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 적이 수없이 많이 있다.
그만큼 어느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무르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나는 나그네와 같이 내 마음 또한 불어가는 바람처럼 한 곳에 머무르게 할 수도 없고, 붙잡아둘 수도 없는, 어찌 보면 길 위의 인생처럼 내 내면에 흐르는 방랑의 벽과 적지 않은 270mm Size의 내 신발과 적당히 타협하며 그동안 내 나라 땅 여기저기를 밟으며 걸었다. 그 결과,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되레 누추하게 느껴졌다. 이유는 디지털과 같이 틀에 꽉 끼인 것이 아닌 무언가 부족하여 닮으려고 하는 시골의 아날로그적 풍경이 주는 서정성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여행은 지극히 평범하고 그저 그런 무의미한 삶을 예방하는 백신과 같은 것으로 언제나처럼 새로운 것과의 조우였다. 그리고 함께 가는 길동무 그림자처럼 늘 설렘이 동행자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그 설렘의 이야기를 누구에겐가 세상의 안부처럼 전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많이 부족한 글이었음에도 그 지면을 열어주신 《여행작가》 여러분께 감사의 말 전하면서, 앞으로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라본 풍경들을 겸허한 마음으로 밑그림 그리듯 한 자 한 자 다듬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소감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