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인간과문학 2015년 봄호, 시 · 동시 · 시조] 나의 루시퍼Lucifer 외 1편 - 이영춘
이영춘님의 시 2편을 계간 『인간과문학』에서 소개합니다.
나의 루시퍼Lucifer 외 1편 / 이영춘
몸의 창문, 아침이 눈을 뜬다
나의 별은 어디 있을까
밤새 밤의 데몬Demon에 밀려
별이 스러지고 달이 스러지고
스러진 난간에 엎드려
쌩-쌩- 달려가는 하늘을 보는 일
사람을 보는 일, 기차를 보는 일
언제나 손닿을 수 없는 것은 멀리 있는 것
샛강의 보릿마을로 접어드는 논두렁 같은 길
내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길
먼 창밖의 불빛과 창 안의 어둠이 하나 되는 길
내가 나를 밟고 돌아올 날 언제인가
학문도 자유도 내 몸밖의 길에서
몸 안의 길로 돌아오는 날
그 날,
내 기차는 눈을 뜨고 달려올 것인가
구름 비누
내 존재는 구름 비누 같은 것
안개 같은 것
물방울 같은 것
하늘이 떠 간다
먼지가 떠 간다
비가 떠 간다
물방울이 떠 간다
내가 떠 간다
하늘 한복판에 무심의 원 그리는 솔개 한 마리
뿔 없는 솔개 한 마리
제 발자국 지우며 간다
지상에서 지울 것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인가 지우며 간다
이 지상에 유리알처럼 박혔던 내 눈의 눈꽃
오색 풍선의 셀로판지 같은 꿈의 꿈꽃
비누로 떠 간다
안개로 떠 간다
제 어깨 툭툭 털며 간다
날개 잃은 눈송이들이 바다에서 꿈틀댄다
날개 잃은 물방울들이 겨울 물새로 제 몸을 지우며 간다
이영춘 -----------------------------------------------
봉평출생. 《월간문학》 등단(1976). 시집 《시시포스의 돌》, 《네 살던 날의 흔적》, 《슬픈 도시락》, 《꽃속에는 신의 속눈썹이 보인다》,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시선집 《들풀》 외 다수, 윤동주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 시인들이 뽑은 시인상. 인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동곡문화예술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