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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여행작가 2014년 3-4월호, 신작기행문] 신과 인간의 친구, 터키 - 글·사진 이애정

신아미디어 2014. 11. 15. 15:09

"여행은 가진 것을 모두 투자하면서까지 하고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번 터키여행은 비교적 여러 곳을 다녀 본 내게도 더욱 값진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도 배낭여행으로 친구와 다시 한 번 오고 싶다고 한다. 돌아보면 모든 게 길이었다. 하늘도 바다도 땅도 인생의 여정임에 틀림이 없다. 터키는 더 특별한 여정이었다."

 

 

 

 

 

 

 

 신과 인간의 친구, 터키        글·사진 이 애 정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너무 많은 준비를 한다고 괴테가 그랬지만 이번 터키여행을 가기 위해서 남편과 딸 그리고 나는 무려 5년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고3 때 우리나라의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학업에 짓눌려 매일 창백한 얼굴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나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다분히 속물적인 엄마의 제안이었지만 대학에 재수 같은 걸 하지 않고 들어가 준다면 우리 세 식구 달라 빚이라도 내서 해외여행을 가자는 약속. 약속의 힘은 나름 위력(?)을 발휘했는지 본인이 원하는 대학엘 갔는데 그 약속을 지켜줄 시간이 우리 세 식구에겐 부족했다. 결국, 아이가 2학년 2학기에 휴학을 선언하고 혼자 서유럽을 다녀오고 우리 부부는 또 따로 여행을 갔었지만 영 개운하지가 않았었다. 보내줄 것 다 보내주었으면서도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월급쟁이가 세 사람의 여행경비를 마련하기에는 초대형 돼지저금통과 종신보험을 깨는 용기가 필요했고 5년이 걸렸다. 마침내 우리는 입학선물 대신 졸업선물로 그리고 대학원 입학선물로 대학의 마지막 선물이 될 터키여행을 실행에 옮겼다. 날짜는 2013년 1월 31일 출국해서 다음 해 2014년 1월 7일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여행은 늘 설레게 하고 떠나는 순간부터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과 그에 따르는 행복감은 갈 때마다 벅차오르는 것.
   터키의 이스탄블 공항에 내려서 제일 먼저 보스푸러스 해협을 크루즈했는데 그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의 종착역이라 했다. 한참 피곤할 새벽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생각보다 해협의 풍경은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이어서 톱카프 궁전 내 보석관 이곳은 술탄의 보물들과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칼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인데 과연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오스만제국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할 정도로 온갖 보석 등이 세련된 세공술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 화려함에 미처 정신을 다 차리기도 전 블루모스크와 성소피아박물관등을 둘러보았는데 터키의 매력은 아시아와 유럽을 포함하는 지리적 여건과 이슬람 국가이지만 서유럽 같은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그러면서도 치안이 확실해서 스페인의 마드리드나 로마와 파리처럼 소매치기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고 우리나라를 형제국가라고 친절하게 대하는 점 등이 참으로 여행하기엔 편안한 곳이 아닐까 한다. 소피아성당은 17세기 비잔틴미술의 걸작으로 그리스 정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스테인드글라스와 모자이크 등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블루모스크는 17세기 한참 성행했던 이슬람 건축예술의 진수를 볼 수 있었고 첫날의 마지막 일정은 이스탄불 야경을 조망하는 리프트 탑승으로 마쳤다.
   터키는 고대 로마의 유적이 로마보다 더 많다. 게다가 성경에 나오는 유적지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 벅찰 정도이다. 유럽인들의 최고 휴양지라 일컫는, 이곳은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 같다고들 한다. 보드룸해변의 십자군전쟁의 보드룸성. 경관이 에게해를 중심으로 얼마나 멋지던지….  너무 아름다워도 눈물이 나는 경험을 터키에선 자주 한다.
   터키의 명물 중 거의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파묵칼레, 이곳은 석회봉과 노천온천, 석회질의 온천수가 오랜 세월 산비탈에 침전되어 신비한 백색의 세계를 보여준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울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있다. 신비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곳이다.
   안탈랴해변도 분위기라면 빼놓을 수가 없다. 믿거나 말거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으로 유명한 지중해의 해변이다. 에게해와 지중해를 모두 볼 수 있는 터키는 돌아온 지 단 이틀 만에 또 가고 싶은 곳이 되어버렸다.
   터키에는 또 카파도키아라는 아나톨리아 대지가 만들어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투어가 있다. 다소 비싼 선택 관광이긴 하지만 열 명이나 스무 명 정도가 형형색색의 열기구를 탑승하여 공중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모습은 위대하다 말 할 수밖에….
   그런가 하면 에페소는 또 어떠한가. 얼핏 폼페이의 폐허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베수비오화산의 폭발로, 그보다 훨씬 컸다는 에페소는 말라리아로 죽은 도시가 되어버렸다는 점에선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에페소에도 폼페이처럼 당시 가장 컸다는 도서관도, 원형경기장도, 공연장도 있었고 또한 다른 점은 사도바울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3,000년이나 되었다는 지하도시 데린구유..박해받던 그리스도인들의 피신처가 되어주었다고도 한다. 요즘의 지하철보다 더 깊은 곳에 어떻게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기도 죽어가기도 했었는지 가만히 성호를 그을 수밖에…. 터키는 신이 인간과 그리 멀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여행은 가진 것을 모두 투자하면서까지 하고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번 터키여행은 비교적 여러 곳을 다녀 본 내게도 더욱 값진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도 배낭여행으로 친구와 다시 한 번 오고 싶다고 한다.
   돌아보면 모든 게 길이었다. 하늘도 바다도 땅도 인생의 여정임에 틀림이 없다. 터키는 더 특별한 여정이었다.

 

 

이애정  -----------------------------------------------

   이애정님은 시인, 수필가. 《책과 인생》로 수필, 《문학시대》 시 부문 당선. 시집 《다른 쪽의 그대》,《이 시대의 사랑법》,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문학의 집 서울, 여성문학인회, 우리시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