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계간문예 2013년 겨울호, 특집 도서관·문학관 파견 문학작가-인천광역시북구도서관 활동작가] 삐향이의 봄 나들이 외 2편 - 김수영
"2013년 도서관 문학관 문학작가 지원사업으로 인천광역시북구도서관에서 작가로 활동하신 '김수영'님의 동화 2편을 소개합니다."
삐향이의 봄 나들이 외 1편 / 김수영
앞산에 진달래가 예쁘게 피어나는 봄날입니다.
엄마닭과 병아리가 나들이를 나왔어요. 겨울 내 집안에만 있었던 아기 병아리는 오랜만에 나온 바깥세상이 너무 신기해 보였습니다. 엄마 닭은 병아리들이 길을 잃어 버릴까봐 목에 빨간 이름표를 달아 줬답니다.
삐순이, 삐선이, 삐돌이, 삐옥이, 삐향이.
“얘들아, 지금부터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여긴 낯선 짐승들도 많고 길이 험악해서 길 잃어 버릴 염려가 있으니 엄마 뒤를 잘 따라와야 한다 알았니?”
엄마닭이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도 병아리들은 딴 짓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삐돌이와 삐옥이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직 감기가 낫지 않았으니까 마음대로 다니면 안된다. 삐순이는 삐돌이를 잘 챙기고 삐옥이는 삐향이를 잘 챙겨야 한다. 알았니?”
“알았어요, 엄마.”
엄마 닭은 아직 어린 병아리들이 잠시라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 신신 당부를 했습니다.
길가에 예쁘게 피어있는 개나리아줌마도 병아리들을 환영합니다.
“어, 아줌마는 누구세요? 우리하고 색깔이 똑 같네요.”
막내 삐향이가 개나리 아줌마에게 물었어요.
“응, 나는 개나리 아줌마란다. 봄에만 잠깐 피어난단다. 내 별명은 별똥이야. 꽃이 별처럼 생겼다 해서 별똥이라고 부른단다.
“아, 그렇구나. 나는 우리 집의 막내 삐향이라고 해요. 앞으로 자주 놀러 올께요.”
삐향이는 호기심이 참 많은가 봅니다.
이번에는 진달래 아줌마를 만났어요.
개나리 아줌마만큼 확 튀지는 않지만 분홍색 꽃잎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습니다.
“어, 아줌마는 누구세요? 방금 개나리 아줌마를 만나서 인사했는데 아줌마는 누군지 모르겟어요.”
삐향이는 날씬하고 키가 큰 진달래 아줌마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응, 나는 진달래 아줌마란다. 나도 봄에만 잠깐 피는데 내 꽃잎으로 술도 만들고 음식도 만든단다. 그래서 인기가 아주 좋지. 호호호.”
진달래 아줌마는 의시대며 말했지요.
“참, 그런데 얘야. 너 혼자 왔니? 아직은 찬바람이 쌀쌀하게 부는데 감기 조심해야 한단다.”
삐향이는 그때서야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어, 우리 엄마가 안보이네. 엄마, 엄마 어디계세요?”
삐향이는 목청껏 엄마를 불러 보았지만 엄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서 있는 소나무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엄마 못 보셨어요?”
“너희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데? 아까 아카시아 할머니집 쪽으로 간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한 대답을 듣지 못한 삐향이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아까 엄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여기는 낯선 곳이고 위험한 짐승이 많아 위험한 곳이니 한 눈 팔지 말고 엄마 뒤를 잘 따라 오라는 엄마말씀이 삐향이를 슬프게 했습니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를 찾아 주세요. 엄마~”
이때 순찰 중이던 노루 경찰아저씨를 만났어요.
“너 길을 잃었나 보구나. 자 이젠 그만 울고 차근차근 이 아저씨한테 얘기해 보렴.”
계속 울고 잇던 삐향이는 경찰아저씨를 만나자 더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 아저씨, 우리 엄마 좀 찾아주세요.”
“그래, 아저씨가 엄마 꼭 찾아줄 테니 이제 그만 울고 이리오렴. 여기 앉아서 차근차근 얘기 좀 해 보렴.”
경찰아저씨는 약수터가 잇는 쉼터에 앉아 삐향이에게 물을 줬어요.
“내 이름이 삐향이구나. 삐향아 길을 잃었을 땐 여기저기 다니지 말고 경찰아저씨를 먼저 찾아야 한단다. 그리고 울지 말고 경찰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단다. 알았지?”
그제서야 안심이 ?는 지 삐향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삐선이가 길을 잃은 동안 엄마닭과 병아리들은 어디쯤 갔을까요?
한참을 가다 삐향이가 안 보이는걸 알았어요.
“얘들아, 삐향이가 안 보인다. 어떻게 된거지?”
엄마닭이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어, 아까 개나리 아줌마하고 만날 때 있었는데 어디 갔지?”
큰 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엄마가 찾아 올테니 너희들은 여기 가만히 있어야 한다. 큰언니 말 잘 듣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
엄마닭은 삐향이를 찾아 나섰어요.
‘어떡하지 여기는 위험한 곳인데, 제발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엄마닭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 독수리나 맷돼지에게 잡혀 가지는 않았는지 무서운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경찰아저씨에게 신고를 해야 하는데 경찰 아저씨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 일단 쉼터로 가서 안내방송부터 해야겠다. 우리 얘기에게 아무 일도 없어야 할텐데.’
엄마 닭은 쉼터가 잇는 팻말을 향해 뛰어 갔어요.
오늘다라 왜 이리 길이 구불구불 복잡한지, 엄마 닭의 이마에서는 땀이 주르르 흘러 내렸습니다.
그 때 안내방송이 들려왔습니다.
“길 잃은 삐향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2시쯤 느티나무 슈퍼 앞에서 엄마를 잃었다고 합니다. 삐향이 엄마는 빨리 쉼터로 오시길 바랍니다.”
노루 경찰아저씨의 친절한 안내방송에 엄마닭은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
“어, 우리 삐향이가 안전하게 있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
엄마 닭은 뛰어 갔어요. 삐향이는 지금쯤 겁에 질린 얼굴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드디어 쉼터가 보입니다. 약수터에서 물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 삐향이 목소리도 들리네요.
“가위바위보. 내가 이겼어요. 이젠 아저시도 술래에요.”
삐향이와 경찰아저씨가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삐, 삐향아.”
“엄마.”
“우리 삐향이 많이 울었지?”
“엄마. 아깐 울었는데 이젠 괜찮아. 경찰아저시가 울지 않고 있으면 엄마가 찾으러 온다고 하셨거든.”
삐향이의 표정이 금새 변했습니다.
“아이고 삐향이 어머니세요? 우리 삐향이가 얼마나 착한지, 어른 말을 아주 잘 듣습니다. 삐향아, 이젠 절대 한 눈 팔지 말고 엄마 꼭 붙잡고 다녀라.”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삐향이의 환한 얼굴과 경찰아저씨의 친절한 행동에 인사를 몇 번이나 했습니다.
“삐향아, 엄마가 얘기할 땐 딴 짓하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까 앞으로 절대 딴 짓하면 안 된다. 엄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아니?”
“알겠어요. 엄마, 참 그리고 경찰아저씨가 그러시는데 길을 잃었을 땐 무조건 울지만 말고 경찰아저씨께 또박또박 얘기를 하고 거기서 기다리면 엄마가 찾아오신다고 했어요.”
“그래, 오늘 우리 삐향이가 좋은 경험을 했구나. 빨리가자. 언니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삐향이는 오늘 있었던 일을 언니 오빠에게도 빨리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아까 만났던 소나무 할아버지도 당부를 하셨습니다.
“나들이 갈 땐 딴 짓하지 말고 엄마 뒤를 잘 따라다녀야 한다.”
준이의 도시 나들이
준이는 조그만 섬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준이는 오늘도 혼자 바닷가에 나왔습니다.
집에서 바닷가까지는 꽤 먼 거리입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바닷가를 찾아갑니다.
준이는 언제부터인가 바다와 친구가 되었답니다.
바다에 오면 재밌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준아, 안녕. 오늘은 흥겨운 댄스곡으로 불러 불게.”
노래를 잘 부르는 소라.
“준아, 난 조용한 발레곡으로 춤 출게.”
가날픈 몸으로 춤을 잘 추는 미역줄기.
“오우, 우리 장동건오빠 안녕~~~.”
준이를 짝사랑하는 고동소녀들은 준이를 장동건오빠라고 부릅니다.
준이는 이 친구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난답니다. 만날 때 마다 다정하게 활짝 웃어주는 친구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준이는 친구들과 한바탕 놀이가 끝나면 갯바위에 엎드려 몸을 기대어 숨기고 머리를 내밀어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답니다.
도시에서 오는 배가 산 어귀를 돌아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가까이 다가 온 배의 고동소리가 들립니다.
커다란 배가 부둣가에 도착하니
배에서 나는 기계소리도 시끄럽고 요란합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갯내음이 콧등을 스쳐지나갑니다.
준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나는 언제쯤 저 배를 타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쯤 도시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꼭 한번 배를 타고 육지에 있는 도시를 가볼거야”
준이는 언젠가는 꼭 한번 도시에 가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때로는 잠을 자다가 도시에 가는 꿈을 꾸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늘 하나님께 늘 이런 기도하지요.
“하나님! 나도 배 타고 가서 육지의 도시를 구경하게 해 주세요”
준이는 오늘도 오고가는 배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큰 배가 부둣가에 오더니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도시를 다녀 온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내리는 동네 아주머니도 보이고
사람들은 많은 물건들을 손에 들고 내리고 있습니다.
너무 부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 온 준이는 엄마를 졸라댑니다.
“엄마! 나는 배도 타 보고 싶어요”
“도시 구경도 하고 싶어요”
엄마는 대답하셨습니다.
“그래, 방학하면 보내 줄께”
“엄마! 진짜죠? 앗 싸 나도 이젠 도시 구경 간다 ”
준이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방학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여름방학을 하는 날입니다.
계란 장사를 하시는 외할머니를 따라
배를 타고 목포에 가게 되었습니다.
준이는 너무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기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친구들아, 준이가 드디어 도시구경 간다. ”
준이의 소식을 듣고 바다친구들도 함성을 지릅니다.
하늘이라도 날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손주를 잃어버릴까봐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할머니! 걱정마세요.
제가 할머니를 잘 따라 다닐게요”
배를 타고 4시간이나 지나서 목포 부둣가에 도착했습니다.
고깃배도 많고 짐을 싣고 다니는 배도 많이 있고
사람을 태우는 배들도 사이좋게 물 위에 떠 있습니다.
부둣가에 도착하여 난생 처음으로 여러 종류의 차를 봤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계란가게까지 왔습니다.
할머니는 시골에서 싸게 산 계란을 이 가게에 와서
비싼 값에 파셨습니다.
계란 가게 옆에 과자가게가 보입니다.
과자가게를 보니 준이의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섬에서 보지 못한 과자들을 보니 먹고 싶었지만 할머니에게 사 달라는 말을 하기가 미안했습니다.
할머니는 준이의 마음을 아시고
“과자를 보니 먹고 싶지?”
하고 물으셨습니다.
“할머니! 괜찮아요”
“할미가 사줄테니까 골라봐라.”
준이는 감자칩을 골랐습니다.
준이는 그동안 섬에서 새우깡과 초코파이만 먹어봤는데 도시에서 난생처음으로 비싼 과자를 맛볼 수 있어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할머니와 준이는 문구사앞을 지나 외삼촌네 집으로 향합니다.
섬에서는 아이들과 놀면서
책이나 공책을 찢어 딱지를 만들어
딱지치기를 많이 했는데
도시에 와서 색깔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진
딱지가 있어서 너무나 갖고 싶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외삼촌이 그 딱지를 사주셨습니다.
섬에 가면 아이들에게 빨리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준이는 할머니와 외삼촌 집에서 며칠 지내다 가기로 했습니다.
밤이 되어 전깃불이 켜지는 걸 보고 준이는 또 한 번 놀랬습니다.
시골에는 아직 전깃불이 없어
호롱불을 켜고 살고 있기 때문에
전깃불을 처음 본 준이는 너무 신기했습니다.
삼촌네 옆집에 사는 영이가 놀러왔습니다.
시골에서 온 준이가 촌스럽게 보였는지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자주 마주치다보니 친해졌습니다.
예쁜 동화책을 가지고 와서 자랑하며
보여주기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들려주는데
도시에 사는 아이여서인지 말소리도 곱고
걸음걸이도 귀여웠습니다.
며칠을 지내는 동안 다정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흘 동안의 도시구경을 하고
외할머니와 함께 다시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허리가 많이 굽으신 할머니는 또 계란을 사기 위해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 다니십니다.
준이는 바다친구들을 만나 도시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준아, 너 도시에서 살고 싶니?”
노래를 잘 부른 소라가 물었습니다.
“어? 장동건 오빠 대답이 없네. 도시에서 예쁜 여자친구 사귄거 아냐?‘
고동소녀들이 다구치듯이 묻습니다.
“얘들아, 아 아냐, 난 너희들이 좋고 이 섬이 좋아. 난 죽을 때까지 이 섬을 지킬거야.”
준이와 바다친구들은 오늘도 해지는 것도 모르고 추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 수 영 -------------------------------------------
2006년 《문학공간》 시부문 신인상 당선, 한국크리스찬 문학 작가상, 한국아동 문학상, 한국글사랑 문학상 수상, 작품 《청국장파티》, 《춤추는 마을버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