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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예연구 2013년 겨울호, 기획특집 문학과 문화콘텐츠]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한 도시 문학관의 필요성과 방향 - 김광욱

신아미디어 2014. 8. 31. 21:46

" 도시문학관은 기존의 문학기념관이나 문학박물관의 개념을 탈피하여 특정 도시라는 지리적 공간을 한정하고 문학이 도시의 정체성과 연관하여 도시 담론을 생성해야 하며, 도시 산업과 연관하여 문화 콘텐츠 생산 거점으로 기능해야 하고, 시민과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복합문화예술 시설로 기능하는 곳이다. 이상의 세 가지 기능이 온전히 발휘될 때에 도시문학관은 정책적 우선 순위를 획득할 수 있으며 원활한 예산 확보 및 증가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한
   도시 문학관의 필요성과 방향        /  김광욱

 

1. 서론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고 그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문학관을 설립하는 붐이 일어났다. 상당수의 지자체는 문학관을 설립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저명 작가나 작품의 창작 정신 계승을 내세웠으나 실질적으로는 관광객 유인이나 도시브랜드 제고 등의 정책적 목표를 성취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내방객이 일정 정도 증가하여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으나 상당수의 문학관이 건립 이후에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순히 볼거리를 개발한다는 관점으로 문학관을 건립하였을 뿐 문학 정신의 계승이나 시민소통 확대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없이 접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전상국이 ‘그 지역의 문화재단이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사업 일부를 지방비 및 국비로 지원’ 받는 것을 이상적인 문학관 건립과 운영 모델1)로 제안했듯 문학관의 자체 수익만으로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지방비 혹은 국비로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계획을 세우더라도 행정 집행 과정에서 다른 시설인 문예회관이나 미술관에 비해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뒤쳐진다.2) 따라서 문학관의 활성화를 위해서 중앙 및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운영비를 확보하는 문제와 정책적 우선순위 제고가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논문의 목표는 문학관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문학관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관점에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는 데 있다. 문학관의 사회적 가치란 문학이 본디 가지고 있는 예술적 가치는 물론 관광산업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 등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포괄적 가치 개념을 뜻한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정책적 우선 순위를 제고하기 위해서이다. 문화예술의 일부인 문학만 강조해서는 정책적 우선 순위를 올리기 어렵다. 정책은 경제와 주택, 복지와 교통 등 사회의 여러 분야를 포괄하고, 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 분야와 연계되지 않으면 정책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학관 건립과 운영을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해야 하며, 주택과 사회 부분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예산 확보가 수월하고 그에 따른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진다. 다만 문제는 문학관의 본래 기능과 다소 이질적인 분야의 정책적 목표가 누적될수록 문학관의 본래 취지를 벗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 논문에서는 문학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도시 문학관’을 제안하고자 한다. ‘도시 문학관’은 문학관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문학의 사회적 소통과 기여를 확대하는 데 일조하는 새로운 유형의 문학관이다. 이를 위하여 문학관 건립의 실재 사례와 논의들을 살피면서 문화콘텐츠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기본 목표 아래 ‘도시 문학관’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로 한다.


2. 사회적 가치 제고를 위한 도시문학관의 필요성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지역 문학관’과 이 논문에서 제안하는 ‘도시 문학관’이라는 용어는 위계나 의미가 서로 다르다. 우선 ‘도시문학관’은 도시의 이름을 문학관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으로만 한정한다. 따라서 춘천의 ‘김유정 문학관’이나 담양의 ‘가사문학관’ 등은 ‘도시 문학관’의 범주에 속하지 않으며, 마산의 ‘마산문학관’, 목포의 ‘목포문학관’ 등이 ‘도시문학관’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지역 문학관’은 지역에서 설립한 문학관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도시문학관’은 ‘지역 문학관’의 일종인 셈이다.3) 현재 도시의 이름을 문학관 명칭으로 사용하는 도시문학관은 아래와 같다.


<표1> 도시문학관 현황 목록4) 

 


   대개의 ‘지역 문학관’은 문인이나 작품, 그리고 장르를 중심으로 건립되었다. 그에 따라 문학관의 명칭이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문학관을 구성할 콘텐츠도 중심 테마에 맞춰 개발된다. 그러나 도시 명칭이 붙을 경우는 몇 가지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된다. 첫째, 문학관에 채워질 콘텐츠인 작가와 작품, 심지어 장르까지도 도시의 정체성과 맞물려 논의가 되어야 한다. 둘째, 문인이나 작품, 장르 등은 그 자체로 문학적 자산이자 자원으로 브랜드화가 가능하지만 도시 명칭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학적 자산은 실질적으로 없기 때문에 고도의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콘텐츠 개발 및 운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셋째, 운영 프로그램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규모면에서 도시문학관이 문인과 작품 중심의 문학관보다 크고, 기능도 복합적 양상을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도시문학관의 세 가지 특징은 도시문학관의 속성을 규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첫째 문학관과 도시정체성의 연관성 강화는 도시문학관을 도시담론의 생산장소로 규정한다.5) 광주광역시에 광주문학관이 건립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기획 전시의 대표적인 테마로 ‘조선 후기 누정문학의 흐름’, ‘일제시기 광주문학의 두 흐름’, ‘80년 이후 광주 문학’ 등을 상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각각의 기획전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광주시민과 소통을 하게 되고 도시의 문학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화두를 던지게 된다.
   ‘조선 후기 누정문학의 흐름’을 기획하면서 영산강 발원지이자 무등산 자락 일대에 위치한 환벽당과 풍암정, 그리고 담양군에 속한 식영정과 소쇄원까지 기획 대상으로 아우르게 된다. 여러 누정에서 창작된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속세의 관직과 멀리하며 깊은 산속에서 시가를 창작하며 지내게 된 여러 작가들의 삶을 살펴보게 되고 그러한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가단을 형성하게 된 원인을 밝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왕권으로 상징되는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는 광주의 지리적 특성과 수려한 자연환경이 잘 어우러져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시의 정체성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분기 혹은 반기를 주기로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하다 보면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여러 시선과 작품의 분석 결과가 집적되며 ‘광주’라는 도시의 다양한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 제시하게 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누정문학’을 주제로 몇 년 뒤에 다시 기획할 경우 그 사이에 논의된 새로운 결과들을 반영하여 시대적 관점에 따라 새롭게 거듭나는 기획전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 연구에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주기적으로 도시의 이슈를 생산하게 되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문학관을 방문하게 되고, 시민들의 일상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시민들의 문화적 향유권 확대에 기여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삶에서 살아 움직이는 문학으로 수렴될 수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문학담론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디딤돌로 작용하면서 도시담론의 한 축으로 작동하여 도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도시문학관은 문학과 도시 공동체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하는 매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6)
   둘째, 문학관이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도시문학관을 문화콘텐츠 생산 거점으로 규정한다. 도시문학관은 앞서 언급한 속성상 기획전시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전시콘텐츠 역시 지속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전시콘텐츠 자체가 문화콘텐츠이고 지역 산업과 연관성을 강화할 경우 기대 이상의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일례로 광주광역시는 LED를 필두로 하는 광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산업을 제조업으로 분류하고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경쟁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초기에는 낮은 가격으로 시장 경쟁력을 갖추었으나 시장이 포화되면서 예술적 감각과 융합하여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거나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광산업과 예술의 융합을 전제로 하며 정부의 R&D(Research & Development) 지원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문학관의 전시콘텐츠를 광산업의 R&D 일환으로 연구개발하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예술적 감각을 결합한 상품화의 직전 단계로 제작하여 관람객들의 평가를 받는 테스트베드(Test bed)로서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R&D 예산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 강화, 그리고 시민 문화 향유권 확대 등에 고루 사용된다면 정책적 우선 순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요컨대 광산업의 R&D 예산을 문학관의 전시콘텐츠 개발 비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LED의 간접조명 기술과 광섬유를 응용하여 「성산계류탁열도星山溪柳濯熱圖」7)를 재현하여 전시한다든지, 용아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를 형상화한 미디어파사드8)를 제작하여 문학관 외벽의 야간 전시콘텐츠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새로운 기법이 적용된 전시콘텐츠들은 관람객에게 신선함을 호소할 수 있으며, 관련 업체는 이를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로 활용하여 업체 홍보와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즉,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여 개발한 전시콘텐츠를 관람한 시민들의 호응이 양호할 경우 이 기법을 동일 지역 내 다른 전시시설(미술관, 박물관 등)로 확대가 가능하며, 나아가 전국의 전시시설을 대상으로 확산이 가능하여 관련 업계의 경쟁력 강화와 매출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지역 내 광산업 업체가 성장할 경우 신규 고용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되어 지역 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회사의 수익 일부를 문화예술에 기부할 수도 있어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CGI(Computer Generated Image)산업9)의 경우도 비슷한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데, 전시콘텐츠 중 일부를 첨단영상기법을 적용한 영상물로 제작하여 전시하고 관람객의 좋은 반응이 이어지면 이를 전국의 전시 시설로 확산시켜 관련 업계의 매출신장에 기여하고 이는 다시 신규고용창출과 문화예술기부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도시문학관은 지역 내 산업신장에도 기여하는 문화콘텐츠 생산 거점으로 위상이 확고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광산업과 첨단영상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한 광주시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한지를 지역 특산품으로 하는 경우 한지를 활용한 전시콘텐츠를 통해 지역경제의 선순환고리를 형성할 수 있으며, 옥玉을 지역 특산품으로 하는 경우 옥공예를 활용한 전시콘텐츠를 개발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도시문학관이 해당 지역의 산업과 연계하여 경제적 효과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도시문학관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개념의 전시콘텐츠를 개발하는 문화콘텐츠 생산 거점으로 작용해야 한다.
   셋째, 도시문학관의 규모는 복합기능의 문화예술 시설로 규정한다. 도시문학관은 여러 작가와 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유형의 지역문학관과는 규모면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문학관의 기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기념관 개념의 문학관은 작가나 작품을 기리는 공간으로 조성된다. 이는 문학관을 전시기능만 갖춘 단일 목적의 시설로 규정하면서 관람객의 재방문율을 저하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문학관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조성될 때 복합기능으로서 작동할 수 있으며 이는 관람객의 재방문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학관의 복합기능이라 함은 전시 기능뿐만 아니라 작가나 작품 관련 유물을 소장하는 기능(수장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으며 시민들이 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다목적 강당), 도시문학담론을 연구하는 기능(학예사실), 지역 내 신진작가들이 자유롭게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창작 레지던스), 기타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야외공연장)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야 끊임없이 시민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재방문율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북카페와 같은 휴게공간이 추가되면서 주말에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반복적으로 방문하고 있으며 카페 운영으로 인한 수익금은 문학관의 수익성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10)
   도시문학관 외의 지역문학관이라 하더라도 복합기능을 갖춘 규모를 갖출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의 백담사 만해 마을이나 보성의 태백산맥문학관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문인이나 작품이 유일한 경우에는 복합기능의 문화예술 시설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배출한 문인이 여럿이거나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은 경우 단일 작가 혹은 단일 작품으로 복합기능의 문화예술 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한계가 따른다.11) 대부분의 지역에는 문학적 관점을 달리하는 문학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문인이나 작품도 다르며 가치 평가 기준도 다르다. 때문에 지자체에서 단일테마의 문학관으로 건립하고자 할 때, 이해관계가 다른 커뮤니티와의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문학관이 아닌 단일테마의 문학관은 복합기능의 문화예술 시설로 건립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12)
   결과적으로 도시문학관은 상대적으로 큰 규모로 조성이 되고, 이는 다시 문학관의 복합기능화로 이어져 문화휴게시설로서 시민과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관련 분야의 파급효과를 높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문학관의 사회적 가치 확대를 통해 정책적 우선순위를 획득할 수 있고, 문학관 건립과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자체나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 배경이 되며 궁극적으로 문학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3. 도시문학관 활성화를 위한 방안

   앞서 논의한 도시문학관이 사회적 필요성과 기능만으로 지속되기는 어렵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있어야 지속적인 정부의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 이를 위하여 거버넌스 구축 방안과 프로그램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3.1. 내재적 역량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방안

   도시문학관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로 ‘거버넌스(Governance)13) 구축’을 제안하고자 한다. 도시문학관은 문학만 놓고 보더라도 도시 내의 다양한 문학 커뮤니티를 이해관계 당사자로 설정하고 개방된 형태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문학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학만의 거버넌스를 벗어나 각계각층을 아우르며 전 도시적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거버넌스 역시 도시문학관의 기능과 연계되어 구축되어야 하는데, ‘도시정체성 거버넌스’, ‘문화콘텐츠 생산 거버넌스’, ‘복합문화예술시설 거버넌스’ 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첫째, 도시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구축해야 하는 거버넌스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기관과 지역 대학의 지역학 연구센터나 사학, 사회학, 도시개발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며, 향토 사학자와 기초자치단체별로 설립된 문화원 등도 포함한다. 아울러 지역 언론도 거버넌스의 주체로 참여하게 하여 도시 담론 형성에 적극 기여하도록 한다.
   ‘도시정체성 거버넌스’는 도시문학관의 도시담론 형성 기능을 적극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협의체로서 지역사회 내의 관련 기관 간 연계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분야는 전문적인 지식이 강도 높게 요구되는 분야로 전문가 그룹에서 도시의 아젠다를 제시하고 언론에서는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맡으며 공공기관에서는 이에 따른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담당한다. 상호 간 정보 공유와 논의를 통해 도시의 아젠다를 설정하며 도시 담론 생성 기능을 수행하되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담론들을 생산하는 것을 중점에 두어야 한다. 결국 도시문학관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대 지원자는 시민이기 때문이다.14)
   둘째, 문화콘텐츠 생산 기능과 관련하여 지역문화재단과 지자체 문화 담당부서 및 경제산업 담당부서 등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문화콘텐츠 업체 및 관련 산업체로 이루어진 산업계를 대상으로 한다.
   ‘문화콘텐츠 생산 거버넌스’는 도시문학관을 문화콘텐츠 생산 거점으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협의체로서 지역사회의 문화예술과 경제의 융합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문학과 경제의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의 주체 간 긴밀하고 세심한 연계가 가장 중요하며 상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협의하여 가되 문학관의 본질적 기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수립한다.
   셋째, 복합문화예술시설과 관련하여 지역 내 유사 문화예술시설인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등 시설 기관들과 지역문화재단 및 지자체 문화예술 담당부서, 그 외에 지역 내 문화기획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복합문화예술시설 거버넌스’는 지역 내의 문화예술시설과 관련된 이슈들을 공유하고 지역 내 대형 문화예술 행사가 개최될 때 시설별 특성을 살려 연계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은 적극 검토한다.
   ‘복합문화예술시설 거버넌스’는 도시 내의 한정된 문화예술 자원을 네트워크화하여 지역 내 역량을 선택하고 집중하여 지역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사용에도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광주시를 예로 들자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된 다형 김현승 선생을 들 수 있다. 문학관에서는 다형 김현승의 문학관을 조망하는 특별 기획전을 개최하고, 다형의 활동 배경이었던 양림동과 협조하여 다형의 상징인 커피를 마시며 시낭송하기 등 다채로운 행사를, 문화예술회관과 협조하여 다형 기념 음악회, 미술관과 협조하여 다형 사진전 등을 동시에 개최하는 것이다. 여러 행사를 나열해 보면 문학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모두 소화하기는 벅찬 일정이다. 여러 공간과 인력을 활용하여 분산할 경우 업무의 효율성도 증가하고 시민 만족도도 증가하게 된다. 물론 한 도시 내에서 이 정도로 행사를 진행해야 할 문인들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역으로 거버넌스의 구성원인 미술관과 문예회관 등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문학관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따라서 보다 큰 안목에서 거버넌스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며, 이런 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문화시설 만족도를 높이고 도시 내 이슈 생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3.2. 시민 소통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전략 방안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도시 문학관을 접하게 되는 계기는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된다. 도시 문학관에서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문학 강좌나 작가와의 대화 등을 통해 문학관을 방문하게 되고 방문율이 높을수록 문화 향유권도 높아지는 비례관계에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다다익선이 아니다. 인력과 예산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해진 예산과 인력 내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도시문학관의 기능인 ‘도시 문학 담론 형성’, ‘문화콘텐츠 생산 거점’, ‘복합문화예술시설’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첫째, 도시문학담론 형성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세미나가 보편적이다. 여기에 관련 학회를 초청하여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학술적 논의만으로 도시 전체를 이끌어 가기는 어렵다. 보다 시민의 일상과 밀접해야 하며, 도시 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산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도시 내에서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구도심의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대개의 도시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벽화 그리기’로 대변되는 ‘커뮤니티 아트’가 미술 분야에서 시작되었다. 이전까지 구도심 재생이라 함은 보상 개념의 개발 계획 수립이 대부분이었으나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관광자원화 되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구도심 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개발 보상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민원과 이웃 간 갈등, 그리고 집행 과정에서의 형평성 문제 등이 상대적으로 적어 좋은 사례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커뮤니티 아트’와 유사한 프로젝트로 광주시 각화동의 ‘시화詩畵 마을’을 들 수 있다. 광주시 외곽에 위치한 각화동은 주거 환경이 낙후된 곳이었고, 도시 외곽을 경유하는 순환도로가 고가도로 형태로 마을을 통과하여 고가 밑에는 쓰레기가 무단 투기되고 방치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주민들 스스로가 쓰레기를 치운 뒤 자신들이 좋아하는 시를 한 편 선택하여 벽에 그림과 함께 기록하여 마을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고가 밑은 시화詩畵공원으로 만들어 주거 환경을 개선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문학과 미술로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마을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도시문학담론은 문학을 위한 담론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문학을 통해 시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우리 도시의 문제를 문학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도시문학담론에 해당된다. 도시문학관에서 구도심재생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반성을 토론하는 자리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일련의 과정이 곧 도시문학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둘째, 문화콘텐츠 생산 거점으로서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앞서 언급한 ‘기술 융합을 통한 전시 콘텐츠 개발’ 등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다. 일부 문학관에서 작가들의 창작을 돕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거주 공간 겸 집필실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아직 기초 단계에 머물고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집필실이 마련되어 창작이 잘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작가에게 항상 창작적 영감을 불어 넣어 주고 초고가 완성이 되면 토의를 거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주어야 하며 탈고가 되면 평론가들의 평을 받아 공식적으로 출판까지 이르게 하는 창작 솔루션으로서의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중견 작가급 이상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신진 작가들에게 매우 필요한 프로그램이고 그래서 더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도시문학관은 도시 내의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이들이 어렵사리 등단을 하더라도 최저 생계비도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창작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수준 있는 문학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작가로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는 곳이 도시문학관이다. 도시문학관에서 역량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한국 문단에서 영향을 발휘할 경우 도시 브랜드 제고에도 일정 부분 기여를 하기 때문에 당위성은 충분하다. 또한 시나 소설 등의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드라마, 영화 등을 포함하여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달라진 문화환경을 적극 수용하여 문학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도시문학관은 도시의 문화콘텐츠 생산 거점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복합문화예술시설로서 필요한 프로그램의 한 예로 청소년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이동통신기기의 확산으로 청소년들의 문학적 감수성과 문학 향유 환경이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들에게 문학은 고리타분한 과목 중의 하나라는 편견이 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물론 문학관의 전시 관람 프로그램을 뛰어넘는, 복합문화예술시설의 장점을 극대화한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문학관은 국어 교과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화시설이기에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의무적으로 방문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또한 문학 창작은 어렵기도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별다른 준비물 없이도 쉽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만약 문학관에서 청소년들의 기대치와 만족도 등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문학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문학 수업의 연장선상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복합문화예술시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체험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체험활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활동 인원은 15인 이하로 제한하며, 시나 소설의 창작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음악이나 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울러 특정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야기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한 편의 완성된 작품을 창작하기보다 ‘짧은 시구’나 ‘결정적 장면 묘사’ 등으로 창작 부담을 줄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이를 위해 창작 프로그램 전문 강사 등도 채용하고 프로그램 결과를 학부모와 학교 선생님에게 피드백을 하는 등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시행한다.15)


4. 결론

   개인이나 단체 등에 의해 자발적으로 건립되어 오던 문학관이 지방 정부에 의해 건립되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였고 이는 후속 단계에서 운영 예산 확보 등과 맞물려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본고는 문학관의 운영 예산 확보 및 증대를 위해 문학관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거점으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도시문학관을 제안하였다.
   도시문학관은 기존의 문학기념관이나 문학박물관의 개념을 탈피하여 특정 도시라는 지리적 공간을 한정하고 문학이 도시의 정체성과 연관하여 도시 담론을 생성해야 하며, 도시 산업과 연관하여 문화 콘텐츠 생산 거점으로 기능해야 하고, 시민과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복합문화예술 시설로 기능하는 곳이다. 이상의 세 가지 기능이 온전히 발휘될 때에 도시문학관은 정책적 우선 순위를 획득할 수 있으며 원활한 예산 확보 및 증가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도시문학관의 실질적 기능 수행을 위해 각 기능별로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였다. 물론 이상의 논의들이 실현되지 않은 구상 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남는다. 이후 실질적인 진행 과정과 이들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정리하여 추후 학계에 보고하고 논의를 가다듬는 것으로 한계점을 보완하려 한다.

 

 

1) 전상국, 「강원지역 문학관 운영 사례」, 『2005년 한국문학가협회 워크숍 발표문』
2) 이 부분에 대해 별도로 세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미술관이나 문예회관 등의 운영비용과 문학관의 운영비용은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필자는 시설이나 인력의 규모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술관의 경우 대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도록 운영을 하고, 작품의 교환가치가 실물경제에서 실현되기 때문에 경제와 밀접한 부분이 많다. 시립교향악단의 경우도 도시의 문화브랜드로 강력하게 작용을 하며 국제 문화 교류의 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문학에 비해 많은 것이 사실이다.

3) 일반적으로 ‘지역’은 ‘지방’과 유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중앙’과 대비되는 단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의미로 통용되기도 하는데, ‘도시’의 지리적 범위보다 모호하다. 아울러 ‘지역 문학관’의 지칭 대상이 ‘도시문학관’보다 포괄적이다. 따라서 지리적 범위와 대상이 명확한 ‘도시 문학관’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4) 이 목록은 한국문학관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문학관을 대상으로 작성하였다.(2013년 10월 기준) 한국문학관협회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충청북도 도지사 관사를 개조한 충북문화관도 있다. 충북문화관은 충북이 배출한 문학인 12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 문학관과 로컬리티에 관하여 문재원(2013)의 논의가 있다. 그는 문학관을 지역 정체성 재구성과 연관되고 있다고 보고, 지역에 건립된 단순한 물리적 건조경관이 아니라, 그 공간을 기획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문화적 재현이 일어나는 장소로 보았다. 때문에 지역의 문화정치 지형 안에서 문학관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논의는 문학관을 지역과 연관시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의 관점과 동일하나 그의 논의가 문학텍스트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필자와 다르다. 필자는 문학관을 통해 문학이 도시 담론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을 전제로 도시문학관을 제안한다.

6) 문학관이 이러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정훈(2010)의 논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는 지역문학관 활성화를 위해 문학 연구 인력의 역할을 문학성과 지역성을 담보하는 데 있다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문학관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7) 김성원의 「棲霞堂遺稿」에 전해오는 그림이다. 16세기 후반에 식영정, 환벽당, 소쇄원 등을 중심으로 학문과 수양에 힘쓰면서 시단을 형성했던 김성원, 김부륜, 양자정 등 선비 11명이 무등산 자락에서 복날 더위를 씻으며 시회를 즐기는 풍경을 담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에서는 매년 여름 이 그림을 토대로 선비들의 여름나기 풍속을 재연하고 있다.
8) 건물 입면을 지칭하는 ‘파사드’와 ‘미디어’를 합성한 단어로 건물 외벽에 LED 조명 등을 설치하여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말함.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역 앞의 구 대우빌딩이나 역삼역의 GS빌딩을 들 수 있다.

9) 첨단영상산업의 일종으로 실사로 촬영한 이미지에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거쳐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산업이다. CGI산업 역시 광주광역시의 주력 산업으로 최근 개봉했던 「미스터고」, 「고지전」 등의 영화 후반부 작업을 광주에서 진행했다.

10) 장훈익(2011)은 전국 문학관을 대상으로 문학관의 기능과 역할, 문학관 건축 유형, 운영주체에 따른 유형 등으로 정리하였다.
11) 작가나 작품을 기리는 문학관의 형태는 결과적으로 규모의 축소지향을 불러왔으며 이는 전문연구인력 한 명조차 확보하기 힘든 운영예산으로 이어졌다. 무조건적인 대규모 문학관도 지양해야겠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규모도 안 되는 문학관도 지양해야 하는 바이다. 한국사회에서 문학관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고려해 볼 때 당장의 건립예산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건립예산만 확보하여 문학관을 건립하는 것은 장차 문학관을 이용할 시민과 시민의 불만족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문학계가 입을 피해를 생각하면 지양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문학관이 건립되어야 기능의 복합화가 가능하고 다양한 시민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12) 한편으로 여러 커뮤니티를 포괄해야 하는 도시문학관이 비효율적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콘텐츠의 대상으로 삼을 문인들의 선정 기준 및 콘텐츠의 분량 등을 결정할 때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논의의 과정과 논쟁도 필수적인 과정이라 판단한다. 논의와 논쟁을 통해 콘텐츠의 문학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더욱 가다듬게 되고 종국엔 시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도시문학담론의 형성 과정이요, 도시담론의 형성 과정인 셈이다.

13) 거버넌스는 행정에서 도입된 개념으로 공공경영 내지 협치協治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중앙집권적 정부의 하향식 통치로 사회발전을 이끌었지만 시민사회의 성장과 경제구조의 복잡화 등으로 정부와 시민사회(비영리·자원봉사 등)가 공공활동을 함께 펼치는 다원적 조직체계를 일컫는다. 따라서 거버넌스는 특정 분야의 구성원들을 가급적 넓게 아우르는 것을 전제로 하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구성원들의 협의에 의해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형태를 일컫는다.

14) 도시 정체성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을 유심히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인천은 도시의 정체성을 항구도시라는 특성을 반영하여 ‘근대’에 방점을 두고 개항관련 콘텐츠 개발과 관광산업을 활성화하였다. 이에 따라 문학관도 ‘근대문학관’이라는 테마로 추진하게 되었고, 이러한 논의들을 통해 인천의 아젠다를 설정하고 도시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언급하기에 성급한 면이 있어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문학관이 도시의 정체성과 강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충분한 거버넌스를 조직할 경우 도시 내의 정책적 우선 순위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판단한다. 이와 관련한 논의로 함태영(2011)이 있다.

15) 김종우 외(2006)의 논의에서 프랑스 문학관의 청소년교육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프로그램 사례들을 보면 참조할만하나 국내 문학관의 현실에서 따라잡기 어려워 보이는 점도 있다. 하지만 문학관이 청소년들을 학생이 아니라 진정한 방문객으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광욱  -----------------------------------------------
   광주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전)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스토리텔링 전문위원, 전) Lecturer, U.C.Berke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