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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 2013년 11월호, 다시 읽는 좋은수필] 연필 같은 사람 - 파울로 코엘료

신아미디어 2014. 6. 14. 23:33

"다섯 번째는 연필은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명심하렴.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란다.”"

 

 

 

 

 

 

 연필 같은 사람        /  파울로 코엘료

 

   할머니가 편지 쓰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이 문득 물었다.
   “할머니, 우리 이야기를 쓰고 계신 거예요? 혹시 저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할머니는 쓰던 손길을 멈추고 소년에게 대답했다.
   “그래 너에 대한 이야기지.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쓰고 있는 연필이란다. 이 할머니는 네가 커서 이 연필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소년은 의아한 표정으로 연필을 주시했으나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하지만 늘 보던 거랑 다를 게 하나도 없는데요.”
   “그건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문제란다. 연필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어. 그걸 네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게야.
   첫 번째 특징은 말이다. 네가 장차 커서 큰일을 할 수 있겠지.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있음을 네게 알려주는 거란다. 명심하렴.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두 번째는 가끔 쓰던 것을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당장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지.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세 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지.
   네 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마지막 다섯 번째는 연필은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명심하렴.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란다.”

 

 

파울로 코엘료  ------------------------------------------

   파울로 코엘료는 브라질의 소설가. 저서 《연금술사》, 《오 자히르》, 《포르토벨로의 마녀》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