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비평』 2014년 4월호[제150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수필과 비평』 2014년 4월호[제150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는 농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수필과비평≫은 작품수준, 신인다운 치열한 작가정신, 앞으로 창작활동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신인상 당선작을 결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 김상태, 서정환, 유인실
수상작
|김위경 <무인도에서>
|임정순 <봄이 오는 길목에>
|한가희 <날개가 아파요>
신인상 심사평
김위경-<무인도에서>
인간은 분주한 일상에서 자신을 상실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자기소외 상태에 놓일 때 마음속에 잃어버린 고향을 갈망하게 된다. 이 글은 삶의 재충전을 위해 피서 여행으로 떠난 무인도에서의 체험을 내용으로 한 글이다. 새로운 공간에 접어들게 되면 그곳의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되면서 그동안의 삶의 중심은 외곽으로 떠나고 외곽에 있던 중심은 들어오게 된다. 처음엔 일상으로부터 탈출했다는 해방감에 원시 자연과 같은 공간에서 기계적인 시간이 아닌 자연의 소리에 잠을 깨고 알몸으로 갯바위에 앉아 낚시를 하는 일 등이 그 예다. 그러나 낯선 것은 언제나 나의 본질과 모순되어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나의 안전을 위협한다. 삶에서 배제된 느낌. 그럴 때 인간은 억제할 수 없는 향수가 느껴지면서 이내 가까이 있었던 사람 냄새가 그리워지고, 자연 앞에서 한없이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이때 낯선 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내면으로 향하는 사유다. 활달한 체험과 사유를 통해 삶의 세계를 건강하게 적극적으로 넘어서는 패기에 믿음이 간다. 자기만의 독특한 체험으로 삶을 진지하게 보여주는 세계를 보여주기 바란다.
임정순-<봄이 오는 길목에>
보편적 정서에 기초하여 삶의 체험을 수필로 끌어올린 글이다. 이러한 유형의 글은 폭넓은 대중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미덕이지만 신인다운 참신하고 독창적인 개성의 흔적이 약해 ‘나만의 글’을 쓰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겨울의 한파를 이겨내고 의연히 꽃을 피우는 난을 인생살이에 유비시키는 안정된 해석을 청년기 아들의 삶을 통해 차분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평범한 내용이지만 글쓴이의 진솔함과 결 곧은 마음이 화려하지도 향기 짙지도 않은 난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여운이 인상적이어서 심사자의 시선을 끌었다. 수필은 삶의 경험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오고, 간절히 원하는 것은 고생 끝에 얻어야 소중하다는 보편적인 화제에 의미를 덧씌워주려면 그만큼 자신만의 개성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대상을 새롭게 본다거나 관점을 달리해본다거나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때 우리는 자기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수필이 문학의 한 장르임을 염두에 둔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가희-<날개가 아파요>
<날개가 아파요>는 자신의 어법으로 말할 줄 아는 글이다. 한창 날아야 할 때 날개가 아파서 날지 못했던 딸아이의 경험에 기반을 두어 현대인들이 처한 고통, 혼란, 강박관념 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건강한 시선이 내장되어 있다. 가족과 연을 끊고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어떤 갠 날’의 슬픈 아리아와 어린 날 딸아이의 아픈 상처를 두 축으로 구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지금은 성악가로서 활동하게 될 길을 걷고 있지만,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왕따를 당해 대인기피증에 이른 딸의 상처와 기억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자책감과 회한은 세월과 화해를 하면서 고독하고 소외된 세계를 진심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사유로 확장시킨다. 그러한 개성이 대상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틀로서 작동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페라의 슬픈 아리아와 성악을 하는 딸아이, 상처와 기억, 과거와 현실, 회한과 화해들을 불러냄으로써 긴장력을 확보하는 예사롭지 않은 능력을 보여준다. 고통을 통해 얻은 상처가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원천으로 이용되는 방법을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믿음이 간다.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