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비평』 2014년 3월호[제149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수필과 비평』 2014년 3월호[제149호]의 신인상 당선작가분들을 소개합니다. 좋은 씨앗을 많이 뿌리는 농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수필과비평≫은 작품수준, 신인다운 치열한 작가정신, 앞으로 창작활동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신인상 당선작을 결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 서정환, 유병근, 유인실, 유한근
수상작
|김재근 <배려와 고통>
|오세길 <망우초忘憂草>
|최정인 <무거운 빵>
신인상 심사평
김재근-<배려와 고통>
<배려와 고통>은 치매 환자인 모친의 고통과 병원의 불친절을 확대하여 우리 사회의 인간에 대한 제 문제를 환기하고 경계하기 위해 쓴 수필이다. 모친의 치료를 위해 병원과 요양원 그리고 집으로의 이동 상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어쩌면 되새기기에도 고통스러울 수 있는 자신의 체험을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여 감정의 절제미로 산문 미학을 보여준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감동 코드를 체험 에피소드 말하기와 주제 전언에만 의지하지 말고 사색을 통해, 정서적으로 호소하는 방식도 있음을 이해했으면 한다.
응모된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특별한 모티프, 물아일체의 미학이 가능한 소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그 분야의 대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진을 부탁한다.
오세길-<망우초忘憂草>
이 글은 망우초꽃을 화소로 하여 주제 구현을 위한 흐름에 정직하게 따라가는 성실성이 돋보이는 글이다. ‘근심을 잊는다’는 꽃말을 가진 망우초 꽃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뜰에 심어 두고 세상의 많은 근심을 잊고자 했던 꽃이다. 세상사의 근심을 잊고자 할 때 망우초꽃에 의지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할머니의 삶과 자연스럽게 유비시키는 점이 심사자의 관심을 끈 작품이다.
할머니가 한국동란 때 자식을 잃은 슬픔에 주저앉지 않고 지혜롭게 가족의 삶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뒤란 울타리 밑에 피어 있는 망우초 꽃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과잉 분출시키지 않으면서도 아픔을 가슴에 묻고 꽃으로 피워내고자 했던 것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객관적인 시선에 믿음이 간다. 또한 아들-망우초-할머니의 관계처럼 할머니-망우초-손자의 도식 구조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이라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 아름다운 꽃으로라도 선연하게 되살려내고자 한 삶에 대한 긍정에 공감이 가는 글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최정인-<무거운 빵>
제목으로 제시한 ‘무거운’은 ‘소중한’ ‘잊을 수 없는’ 등으로 풀이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작가는 그런 빵을 겨울비와 함께 음미하고 있다. 겨울비의 스산함, 추적거리는 겨울비의 쓸쓸함에서 지난날의 힘들었던 사업실패담을 물그림자처럼 드러내는 수법을 쓰고 있다. 빵부스러기를 물고 가는 개미에게서 삶의 길을 배우고 국숫집 주인에게서 삶의 길을 터득하며 저간의 아픔을 무리없이 소화시키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개미에게만 무거운 빵이 아니다. 삶의 길에서 절감하는 빵의 문제는 깊고 무겁다. 가파른 산길을 타면서 새롭게 터득하는 삶의 깨달음은 인생에 새로운 힘과 지혜의 터전이 됨을 이 수필은 말하고 있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치열한 수필쓰기를 통하여 곧은 수필의 길에 매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