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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문예 2013년 가을호, 2013년 도서관, 문학관 문학작가 파견 작가] 생애生哀 외 5편 - 구금자

신아미디어 2014. 1. 24. 14:02

"구금자님의 시 6편을 소개합니다. 2013년 “도서관, 문학관 문학작가 파견”사업은 체육진흥투표권 공익사업적립금을 사용하여 문화 취약지역 공공도서관 및 문학관에 다양한 독서·교육·문화 프로그램 수행과 독서동아리 활성화를 지원하고 작품환경이 열악한 문학작가들의 창작여건 개선과 일자리 제공을 목적으로 도서관과 문학관에 문학작가를 파견하는 사업입니다."

 

 

 

 

 

 

생애生哀  외 5편      /  구금자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툭 털어 풀어 준다
중심을 잃어버려 바람에 흔들리는 집이
밥그릇 빼앗기고 떼쓰는 아이처럼 안쓰럽다

 

괜한 짓을 했구나 싶다가도 아니지
짧은 시간 살만큼은 살아야지 매미 편이 된다
상념을 오고 감은 나일 뿐, 거미는 태연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짜깁기를 하고 있다
어쩔까
빗자루를 들었다 놓기를 여러 번인데
동그란 알집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렸다

 

 

 

가을, 세러모니


친구 하자 청하는 달빛이 안쓰러워
새벽녘 댓돌 위에 덩그마니 앉고 보니
가을이 오고 있는지 공기마저 살갑다
별빛 달빛 옆에 끼고 그림자 앞에 놓고
귀뚜라미 장단에 어깨춤을 춰볼까나
어얼쑤〜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놀아 보자

 

 

 

애창곡


그 안에
내가 있어
인생의 일부처럼

 

부르면
부를수록
애잔한 노래 한 곡

 

톡 튀는
빗소리처럼
알싸한 사이다 맛 같은

 

 

 

샴푸하는 여인


하얗게 올라오는
오염된 찌꺼기들

 

인생의 물때인 냥
씻고 또 씻어 내린다

 

봄단장 한창인 꽃잎 같은 린스도 뿌려주고

 

바람을 기다린다
나비라도 올까 해서

 

빼꼼히 고개 내민 창가에 제비 한 마리

 

지지배
삶은 다 그런 거라며 지지배는 지지배란다

 

 

 

여행을 가려는 거야


네가 연이라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연꽃이었어
강 자락 한 귀퉁이 홀로였지
많이도 외로웠는데
구름옷을 입어 설까

 

난 바람만 불면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한 잎 두 잎
떠나버린 연대에서 숨을 고르고
준비를 해야 하겠지

바람이 불어올 거야

 

 

 

소통의 창


꽉 닫힌
유리창에
볼 수 없는 나무문

 

바람길
막아놓고
틀어대는 에어컨

 

바꿔봐
달빛, 햇빛 드나드는 고운 한지 창살문

 

 

 

구 금 자  -----------------------------------------------

   2008년 ‘자유문예’ 시부문 등단.  샘터 시조상, 한국동시조 신인상, 아동문학세상 신인상 수상.  시집 《그래도 낙타를 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