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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문예 2013년 여름호, 시] 남루에 대하여 외 1편 - 이상국

신아미디어 2013. 12. 8. 21:57

문학과 예술 종합 계간지계간문예』 여름호에 수록된 이상국님의 시 2편을 소개합니다.

 

 

 

 

 

 남루에 대하여 외 1편     /  이상국

 


   지난 해 봄 시집을 묶으며

 

   몸을 전부 비웠는데

 

   아직 시가 남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때 그가 찾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에게 속을 다 내보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거나

 

   어쩌다 저 맘에 드는 생각을 해내고는

 

   길 가다 혼자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생은

 

   날마다 상처를 밀치고 올라오는 새살 같은데

 

   나의 시는 남루와 같아서

 

   어느 날 깊은 산속에 데리고 가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오고 싶다

 

 

 

 

 애월(涯月)에서

 


   바람이 밤새도록 불고

 

   아침에도 불었다

 

   외로웠던 것이다

 

   섬은 몸이 뜨거웠던 것이다

 

   바다는 울음이라 하고

 

   하늘은 노래라는 바람이

 

   다시 외진 포구 하나를 밀고 오는

 

   저 쓰라린 밀물의 저녁

 

   아 모두가 그렇게 그리워서

 

   바람은 하루를 불고 또

 

   다음 날에도 불었다

 

 

이 상 국  -----------------------------------------

   양양 출생.  1976년 ‘심상’으로 등단.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시집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뿔을 적시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