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수필 2013년 8월호, 신작수필 10인선] 긍정의 힘 - 구양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공관장을 할 때도 아침에 집사람이 긍정적인 자신감만 심어주면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외교적 성과가 났다. 직업 외교관들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일을 해내어 이루어낸 성과에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그러나 집 안에서 안 좋은 일이 있다든지 언짢은 말을 듣고 나간 외교 현장은 전혀 달랐다. 외국어 단어도 생각이 안 나서 절절매고 외교 성과도 형편없고 상대방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긍정의 힘 / 구양근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다지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니고 별다른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이루어 놓은 일들을 보면, 가히 가장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해냈고 가장 능력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놓았다.
산골 촌뜨기가 교수가 되고, 대학의 최고 수장까지 했는가 하면 정년과 동시에 특임 공관장까지 하게 되는 행운을 안았다. 그 뒤로도 더 큰 제의가 왔으나 이번에는 허사마사하고 도망을 쳤다. 하여튼, 내가 왜 이렇게 남들이 못하는 일들을 해낼 수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름아닌 ‘긍정의 힘’ 바로 그것이었다. 그 힘은 어머님께서 나에게 심어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내가 자신이 없어서 실의에 빠져 있으면 어머니는 조용히 다가와서 말씀해 주셨다.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남의 머리에 있는 공부도 빼오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 아니냐. 그까짓 것이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느냐.”
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도 없는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평생 한 번도 나의 사기를 꺾는 말을 입에 담지 않으셨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공관장을 할 때도 아침에 집사람이 긍정적인 자신감만 심어주면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외교적 성과가 났다. 직업 외교관들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일을 해내어 이루어낸 성과에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그러나 집 안에서 안 좋은 일이 있다든지 언짢은 말을 듣고 나간 외교 현장은 전혀 달랐다. 외국어 단어도 생각이 안 나서 절절매고 외교 성과도 형편없고 상대방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흔히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자기를 칭찬해주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칭찬은 하물며 무생물까지도 긍정적인 파동을 일으킨다는 놀라운 사실이 증명되었다. 일본의 세계적인 물 박사 에모토 마사루(江本勝) 씨는 십여 년간이나 물만 촬영했다. 그 결과, 좋은 물은 육각형의 아름다운 결정체를 이루지만 나쁜 물은 육각형의 결정체를 이루지 못하고 일그러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똑같은 보통 물을 두 컵에 나누어 붓고, 한 컵에 대고는 축복을 해주고 한 컵에 대고는 저주를 퍼부으면, 축복을 해준 컵의 물은 아름다운 육각형을 이루는 신선한 물이 되고 저주를 퍼부은 컵의 물은 일그러진 육각형으로 부패한 물이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 하고,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현상을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한다. 인구에 회자되던 한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1950년대에 어느 포도주 운반선이 스코틀랜드의 한 항구에서 짐을 내린 후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돌아가던 중, 한 선원이 실수로 냉동창고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리스본에서 냉동창고를 열어본 사람들은 한 선원이 꽁꽁 얼어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시체의 옆에서 쪽지가 한 장 나왔는데 거기에는 ‘몸이 점점 얼어붙고 있다. 이제 나는 곧 죽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냉동창고는 냉동장치가 꺼져 있는 상태였고 온도는 19°로서 생활하기에 아주 쾌적한 온도였으며 냉동창고 안에는 음식물도 충분히 있었다고 한다. 그는 죽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나는 죽을 것이라는 노시보 효과를 스스로 발동하고 죽어갔던 것이다.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는 긍정의 힘은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보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구양근 ------------------------------------------
구양근님은 수필가. 전남 화순 출생. 《수필공원》으로 등단,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역임, 주 타이페이 대사 역임, 수필집 《기분좋은 날》, 《곰의 집》, 《부단히 떠나야 한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