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문학 2013년 창간호, 수필] 청춘은 죄인가? - 박명신
"모두 자기의 현재의 난처한 환경과 안일만을 생각하여 저질러지는 부도덕적이고 패륜한 일이며 돌이킬 수 없는 과오이기는 하지만 젊은이들만의 허점이고 죄라고 단정하기엔 어딘지 불합리한 면이 다분히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사회제도에 미흡한 점이 더 많으리라 사료된다. 청춘이 죄가 되지 않도록, 젊은이들이 내 나이가 되어 아쉽고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제도를 기다린다."
청춘은 죄인가? / 박명신
이제 와서 한 생을 돌이켜 보니 젊었기에 미숙하고 무지하여 저돌적으로 저지른 시행착오와 착각이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으로 각인되어 있다.
1961-1970년대 중반까지의 나의 인생행로는 꽤나 고달펐다.
4.19 사건의 후유증으로 경제 상황이 전도되어 아버지의 건축 사업이 급전직하로 기울고 말았다. 원인은 간단하다. 4.19 나기 직전에는 대형주택이 유행하여 크게 지었고 사건직후에는 부정 축재 관계로 정치판이 휘말리어 소형 주택을 선호하여 부채를 떠안고 지은 대형 주택은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도산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은 졸지에 기초생활 수급자로 전락하였고 급기야 숙식이 곤란해져 분해되고 말았다. 나는 학교 친구들에게 기대다가 나중에는 대한유도회 회의실을 거처로 정하고 친구와 둘이서 자취를 하고 유도를 하면서 대학을 졸업하였다. 그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을 친구들이 대납해 주는 행운을 얻기도 하였다.
학교 시험기간에는 서울에 사는 친구들 집이나 학교 근처에 하숙하는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 집에서 염치없이 기숙하며 숙식을 해결하기도 하였다. 그 때만 해도 인심이 좋았고 빈곤이 거의 평준화 되어서 모두가 어려웠지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이해해 주고 감싸 주었으며 부자가 드물어서 빈부의 갈등은 적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요즘의 학생들도 등록금을 십시일반하여 친구의 등록금을 대납해 주고 숙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 가능할까?
1970년대 초반에는 각 가정에 전화기가 있는 집이 희소했으며, 전화기 놓기가 어려웠고, 청색전화와 백색전화가 구분되어 있었는데, 백색전화기만이 상거래가 되므로 해서 꽤나 고가이었다. 서민들이 냉장고가 있으면 사치라고 할 정도이었고 중반에는 동네에서 포니 자가용이 한 대만 있어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당시 정부는 산아제한을 하였다. 처음에는 둘만 낳으라고 장려하였고 나중에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여 예비군에 동원되어 나가면 불임 시술을 해주고 훈련을 면제해주었다. 정부가 장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지금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최저인 나라가 되었고 출산 장려의 묘책을 구상 중인데 잘될까?
우리 집에는 딸, 아들 두 명이 있는데 모두 결혼하였다. 딸은 아들이 하나 있고, 아들은 아이가 없다. 어느 책을 보니까 요즘은 불임이 15%를 넘는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건강과 체력, 정신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1960-70년대에는 산부인과도 많이 있었는데 낙태 수술을 많이 해서 사회에 회자되기도 했고, 비뇨기과 성병 환자가 많기도 해서 해외로 치료약을 우편으로 보내기도하여 치부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 근래에는 산부인과가 지방에는 부족하여 도시로 원정하여 출산한다고 한다. 산부인과에 산모와 환자가 부족해서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격세지감을 세대차이로 확실히 느낀다.
젊었을 때 무지하고 세상 어려운 것만 알아서 고생 덜하고 편하게 살려고 철부지로 부나비처럼 한곳만 바라보고 뛰다가 큰 죄가 되는 것도 모르고 저지른 실수 그것이 바로 낙태수술이 아니었나를 통감하고 있다.
병원에 가기 싫다고 하는 부인의 손목을 잡아끌고 가서 강제로 낙태시키기를 여러 번하여 나중에는 친분이 있는 의사가 자궁벽이 약해져서 구멍이 날 지경이라고 하면서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하였다한다. 나의 단순한 생각에 안일만을 위해서 시행착오를 하여 회복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나면서 가슴이 아프다. 그 후로는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 때에 아이가 더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아쉽고 죄스러운 마음 그지없다.
요즘 안타까운 소식들을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젊은 친부모가 불법으로 낙태 시키거나, 갓난아이를 살해 또는 유기하거나 아이를 학대하는 것 말이다. 그러한 것이 모두 자기의 현재의 난처한 환경과 안일만을 생각하여 저질러지는 부도덕적이고 패륜한 일이며 돌이킬 수 없는 과오이기는 하지만 젊은이들만의 허점이고 죄라고 단정하기엔 어딘지 불합리한 면이 다분히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사회제도에 미흡한 점이 더 많으리라 사료된다. 청춘이 죄가 되지 않도록, 젊은이들이 내 나이가 되어 아쉽고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제도를 기다린다.
박명신 ------------------------------------------
《한국문인》 신인상 수상(2010), 중앙대 약학과 졸업, 동덕여대, 대학원. 약학박사. 사회복지사. 대한유도회 자문위원, 대한유도회 9단 승단 ,용산구 약사회 총회의장, (주) 셀루스 재직.